[미디어펜=김소정 기자]정부가 개성공단 운영에 필요한 규정을 정비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남북 경색이 풀려 공단이 재가동될 때를 대비하는 차원이다.

통일부는 31일 ‘개성공업지구 시행세칙 분석 및 개선방안 연구’라는 제목의 정부 연구용역 과제 수행자를 내달 1일까지 공모한다고 밝혔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핵 문제의 진전과 북핵 문제의 국면전환이 있어야 한다는 것은 말씀드렸고, 그런 입장에 변함이 없다”며 “남북관계 주무부처로 그동안 개성공단이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평화안전에 기여하는 측면이 있었고, 재개되는 상황에 대비해 준비 차원에서 용역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개성공단 재개를 위해서는 북핵 문제 해결이라는 전제조건이 필요하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지만, 그동안 남북관계에서 개성공단의 순기능을 인정하고, 북측과 잦은 갈등을 빚어오던 시행세칙 정비 작업으로 공단을 다시 열 때를 대비하겠다는 것이다. 

북한이 제정한 개성공단지구법은 남북이 합의한 노동·세금·부동산 등 16개 하위규정이 있고, 북한은 이 규정 아래에 18건의 시행세칙을 일방적으로 마련했었다. 

노동규정에 있는 근로자 채용과 해고, 노동시간 등에 별도의 시행세칙을 정해놓는 방식으로 가령 문제가 되는 행위에 200배의 벌금을 부과하는 등 무리한 부분이 많아서 우리측과 자주 갈등을 빚어왔다. 

통일부는 개성공단 가동이 재개되더라도 시행세칙 적용 여부가 또다시 문제가 될 수 있는 만큼 연구용역을 통한 전문가의 분석과 내부 검토를 거쳐 미리 합리적인 내용의 시행세칙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 통일부는 31일 ‘개성공업지구 시행세칙 분석 및 개선방안 연구’라는 제목의 정부 연구용역 과제 수행자를 내달 1일까지 공모한다고 밝혔다./사진=미디어펜


하지만 개성공단 재개를 유엔 대북제재 결의안 위반으로 보는 미국 정부와의 엇박자가 예상되고 자칫 북한으로 하여금 나쁜 행동(도발)을 경제적으로 보상한다는 잘못된 메시지가 전달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북한은 시행세칙 제정권한이 자신들에게 있다고 주장해 왔기 때문에 우리가 준비하는 방안이 앞으로 얼마나 반영될지도 미지수이다.

문재인 정부는 북핵 문제에 어느 정도 진전이 있을 경우 개성공단 재개를 적극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이전 정부가 공단 폐쇄 결정을 밝힐 때 ‘개성공단에 유입된 북한 근로자들의 임금이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에 전용된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서도 새 정부 고위 당국자는 “확인된 근거는 없다”는 입장도 밝힌 바 있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지난 25일 한 강연에서 “현실적으로 지금 상황에서는 (재개가) 어렵지만 북핵 제재 국면에 변화가 있다면 개성공단 재개 문제를 우선적 과제로 풀어 나가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또 문재인 대통령도 21일 미국 상‧하원 의원들을 만난 자리에서 “북한 내 자본주의 경제를 확산시키는 데 개성공단이 기여했다”고 평가한 바 있다.

박근혜 정부 때인 지난해 2월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미사일 발사가 잇따르자 정부는 개성공단 가동을 전면 중단했다. 이에 북한도 공단을 폐쇄하고 한국측 인원을 모두 추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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