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북한이 3일 6차 핵실험을 강행하고 “대륙간탄도로켓(ICBM) 장착용 수소탄 시험에서 완전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미국을 향해 치킨게임을 선언한 것으로 동북아를 넘어서 전 세계 정세에 파장이 클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미국을 위협하면서 실제 위력 과시는 남한을 향해 가할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리 기상청은 북한의 6차 핵실험으로 감지된 인공지진이 5차보다 5~6배, 4차보다는 11배 더 강한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이날 12시29분 북한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에서 감지된 인공 지진의 규모는 5.7에 달했다.
기상청은 “보유한 150개 지진계에서 지진파가 모두 감지됐다”며 “모두 인공지진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자연 지진과는 달리 P파만 검출된 것이다. 기상청은 “과거 북한의 핵심험 때 감지된 인공지진과 비교해 훨씬 강한 위력”이라고 말했다.
앞서 북한은 이날 핵실험 직전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장착할 높은 단계의 수소탄을 개발했다”고 공개했다. 조선중앙통신은 “핵탄 위력을 타격 대상에 따라 수십킬로톤급으로부터 수백킬로톤급에 이르기까지 임의로 조정할 수 있다”고 했으며, “거대한 살상파괴력을 발휘할 뿐 아니라 전략적 목적에 따라 고공에서 폭발시켜 광대한 지역에 대한 초강력 EMP(전자기펄스) 공격까지 가할 수 있는 다기능화된 열핵전투부”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날 오후 3시30분 조선중앙TV ‘중대보도’ 성명 발표로 “대륙간탄도로켓 장착용 수소탄 시험에서 완전 성공했다”며 “조선노동당의 전략적 핵무력 건설 구상에 따라 우리 핵 과학자들은 9월3일 12시 우리나라 북부 핵시험장에서 대륙간탄도로켓 장착용 수소탄 시험을 성공적으로 단행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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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이 3일 6차 핵실험을 강행하고 “대륙간탄도로켓(ICBM) 장착용 수소탄 시험에서 완전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사진은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핵무기 병기화 사업'을 현지지도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3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 뒤에 세워둔 안내판에 북한의 ICBM급 장거리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화성-14형'의 '핵탄두(수소탄)'이라고 적혀있다./사진=연합뉴스 |
북한의 발표와 우리 기상청의 분석 내용을 종합해보면 태평양전쟁 당시 미국이 히로시마에 투하한 원자폭탄은 16킬로톤급이었는데 북한은 이보다 3배 이상의 큰 위력을 가진 핵폭탄까지 개발한 것이 된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조선중앙통신이 공개한 신형 수소탄에 대해 “북한이 수소탄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호리병(땅콩) 모양으로 구형 두 개가 하나로 연결되어 있는 형태”라면서 “먼저 핵분열탄을 폭발시키고, 그 폭발력으로 핵융합 반응을 만들어 내는 수소폭탄 방식처럼 보인다”고 분석했다.
즉, “구형 한개는 분열탄이고, 나머지 한개는 수소탄으로 보인다”는 것으로 김 교수는 “북한이 스스로 ‘분렬 및 열핵장약’이라고 밝힌 만큼 증폭핵분열탄이거나 이중핵분열탄으로도 볼 수 있다. 수소탄이라는 북한의 주장을 그대로 믿기도 어렵지만 일정 부분 의미 있는 기술적 발전이 있는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북한이 이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밝힌 EMP 기술과 관련해 미국 미사일 전문가인 핸리 쿠퍼 전 전략방위구상(SDI) 국장은 지난 6월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 기고문에서 북한의 핵EMP 기술을 언급하며 “EMP는 상대적으로 정확성의 부담이 적고, 대기권 재진입 기술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면서 “김정은 정권은 첫 번째 공격수단으로서 직접적인 핵미사일보다는 핵 EMP탄을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이날 “북한은 인명을 살상하지 않으면서 수㎞에서 수백㎞까지의 광범위한 지역의 적지휘통제체계, 방공망, 전산망 등의 기기를 무력화(파괴)할 수 있는 EMP(Electro Magnetic Pulse)탄까지 개발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정 실장은 이어 “만약 북한이 노동미사일을 사용해 충청도 상공에서 20킬로톤급 EMP핵폭탄을 터트리면 엄청난 전자기쇼크가 수도권, 강원도, 충청도, 경북 북부지역을 강타해 대부분의 전압시설과 전자부품이 파괴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고 전했다.
북한의 국방연구원 출신으로 미사일 전문가인 한 탈북자는 “북한이 ICBM에 탑재할 수소탄 개발을 위한 실험을 지속하면서 미국을 위협하지만 정작 실전은 남한을 대상으로 할 가능성이 크다”며 김정은이 최근 ‘태평양 군사작전’을 언급한 것에 대해 “태평양 군사작전은 유사시 미군의 추가 지원을 차단한 뒤 남한을 공격하기 위한 작전으로 사실상 전면전에 대비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성장 실장은 “북한이 또다시 핵실험 도발을 한만큼 정부는 ‘대한민국 비핵화 선언’으로 전락한 ‘한반도 비핵화 선언’의 폐기를 먼저 선언할 필요가 있다”며 “북한 비핵화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면 남북 핵균형을 위한 한국의 독자적 핵보유 방안까지 비공개리에 본격적으로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또 정 실장은 “국제사회와 협력해 무엇보다도 중국의 대북 원유공급 및 석유수출 중단을 이끌어낼 필요가 있다”면서 “이를 위해 ‘한국의 사드 구입 및 직접 운용 방안’ 등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의 우려를 해소 또는 완화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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