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북한의 6차 핵실험 이후 미국이 중국에 대해 대북 송유관을 잠그라는 압력을 높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대북 원유공급을 중단하든지 미국의 군사적 조치를 감수하든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며 중국을 몰아붙이고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현지시간으로 오는 11일쯤 추가적인 대북제재를 표결에 부칠 전망이다. 미국은 북한의 6차 핵실험에 대응해 원유 금수조치를 포함한 초강경 대북제재 조치를 속전속결로 밀어붙이겠다고 공언했다.
이렇다보니 중국 내부에서도 이번에는 이번 안보리 결의를 무작정 반대하는 것이 어려울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중국 내 학계 일각에서는 다음달 18일 제19차 당대회를 앞두고 있는 시진핑 국가주석이 일방적으로 미국의 요구를 들어주기는 힘들 것이라며 일시적으로나마 한미합동군사훈련을 중단하는 등 미국도 일정 부분 양보하는 카드를 내놓아야 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중국은 지난 2003년 북한이 일본해역에 미사일을 시험 발사했을 때 대북 송유를 3일간 중지한 적이 있었다. 중국이 3일만에 대북 원유공급을 재개한 것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북한 내 혼란을 원치 않기 때문이다. 물론 중국은 북한의 붕괴 사태 등도 원하지 않는다. 또 송유를 중단할 경우 송유관에 이물질이 쌓여 송유를 재개할 때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이유도 한몫했다.
송유관을 관리하고 있는 중국석유천연기집단이 지난 2011년 조사한 결과 여름에 8시간, 겨울에는 2시간 이상 송유를 중단하면 송유관에 이물질이 쌓여 송유를 못하게 된다는 기록도 나와 있다.
중국은 2013년 북한에 송출하는 가스밸브를 잠근 적도 있다. 그해 2월12일 북한이 3차 핵실험을 한 직후로 당시 북한 외교관 수명이 중국으로 나가 항의를 하는 상황이 벌어지자 중국은 얼마간 있다 다시 가스밸브를 열었다.
기관마다 북한으로 들어가는 원유의 양을 예상하는 수치가 각각 다르지만 연간 85만톤의 원유가 북한으로 송유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 원유 중 3분의 1은 군사용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 북한군은 항상 1년치의 원유를 비축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따라서 원유공급 중단으로 당장 피해를 보는 것은 북한군이 아니라 북한주민들이다. 최근에도 평양시내에서 짝수일과 홀수일에 맞추는 차량 2부제 운행이 엄격하게 시행되면서 국가기관 소속 주민들 사이에서 ‘원유공급 중단을 위한 대비’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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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의 6차 핵실험 이후 미국이 중국에 대해 대북 송유관을 잠그라는 압력을 높이고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현지시간으로 오는 11일쯤 추가적인 대북제재 표결을 부칠 전망이다./자료사진=연합뉴스 |
정통한 대북소식통은 “김정은 집권 이후 평양에서 ‘차량 짝수홀수 운행제’라는 게 시행되고 있었지만 처음에는 이 제도가 택시를 이용하는 승객이 적어서 빈차로 다니는 택시가 많아지면서 시작됐다”며 “하지만 점차 택시 이용자도 늘어나는 상황에서 지금은 만약에 원유공급 중단 사태를 대비해 당국의 특별지시로 2부제가 새롭게 시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사실 차량 2부제 운행은 평양시 외 다른 지역에서는 의미가 없는 것으로 평양만큼 도로가 정비되고 차량이 다니는 지역은 찾아보기 힘들다. 따라서 북한 당국이 휘발유 공급을 원활하게 하지 못할 경우 대다수 주민들이 이용하는 오토바이택시 운행이 차질을 빚게 된다. 주민들은 힘겹게 걸어다녀야 하고, 오토바이택시 영업자는 생계에 지장을 받게 되는 것이다.
또 소식통은 “이전부터 평양시내 차량 운행금지 시간이 있어서 사무용 차량은 저녁 7시 이후에는 운행이 금지되고, 자가용과 택시는 밤 10시 이후에는 운행할 수 없었다”며 “차량 운행금지 시간이 더 늘어날 가능성도 크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북한의 지역 주민들은 가스나 휘발유 공급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인데다 특히 경제적으로 어려운 주민들 사이에서 가짜 가스, 가짜 휘발유가 제조되어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 이를 제조해 생계유지를 하는 영업자도 꾸준히 늘고 있다.
또 다른 소식통은 “북한에서 주민들 사이에 카바이드를 분해하는 방법으로 자체 생산한 가스를 사용하는 일이 종종 있다”며 “대개 등잔 등에 사용하지만 지독한 냄새 때문에 조금 사용하는 등잔 외에는 사실상 쓰기 힘들다”고 말했다. 카바이드는 탄소와 알칼리 금속, 알칼리 토류 금속, 할로젠 등 양성 원소와의 화합물을 말한다.
이와 함께 가짜 휘발유는 대개 고무풀을 만드는 벤젠에 휘발유를 섞는 방법으로 생산되고 있다고 한다. 주로 화학공장에서 사용하는 벤젠은 독성이 강해 발암 물질로 알려져 있다. 소식통은 “가짜 휘발유의 주 재료인 벤젠은 암거래로 팔리고 있다”며 “가짜 휘발유는 자동차나 오토바이를 망가뜨리기 때문에 주로 ‘승리58’ 등 낡은 화물트럭에 사용된다”고 했다.
한편, 이번에 유엔 안보리에서는 대북 원유공급 중단 조치와 함께 북한의 노동자 해외송출도 논의될 전망이다. 하지만 이번에 원유공급이 중단되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가 나오더라도 여전히 밀무역의 우려는 남아 있다. 중국 공안이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단속만 이어간다면 중국과 북한 국경지대에서 이뤄지는 밀무역은 날로 성행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 지난 2014년처럼 중국이 원유 공급량을 줄이면서도 항공유의 공급을 늘리는 식의 꼼수를 쓸 수도 있다. 따라서 추가 대북제재가 말로만 끝나지 않으려면 결의 이행에 방점을 찍는 꼼꼼한 경과보고 의무화를 함께 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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