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2차 유엔총회 기조연설 "북한이 역사의 바른 편에 설때 국제사회와 도울것"
[미디어펜=김소정 기자]문재인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뉴욕 유엔총회장에서 열린 제72차 유엔총회에서 기조연설을 갖고 “북한이 이제라도 역사의 바른 편에 서는 결단을 내린다면 우리는 국제사회와 함께 북한을 도울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취임 후 첫 유엔무대에 올라 “북한은 유엔헌장의 의무와 약속을 정면으로 위반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부와 국제사회는 북핵 문제를 평화적인 방법으로 해결하기 위해 온 힘을 다해 가능한 모든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다시 한번 북한과 국제사회에 천명한다. 우리는 북한의 붕괴를 바라지 않고, 흡수통일이나 인위적인 통일도 추구하지 않을 것이다. 북한이 이제라도 역사의 바른편에 서는 결단을 내린다면 우리는 국제사회와 함께 북한을 도울 준비가 되어 있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의 연설은 “미로슬라프 라이착 제72차 총회 의장의 취임을 축하하고, 안토니우 구테헤스 사무총장의 성공을 기원한다”는 말로 시작됐다. 이어 “유엔은 인류 지성이 만든 최고의 제도적 발명품이다. 유엔은 전쟁의 참화에서 다음 세대를 구하기 위해 탄생했고, 지난 70여년간 인류 앞에 재기되는 도전들에 쉼없이 맞서왔다. 국제사회에서 유엔의 역할과 기여는 갈수록 더욱 커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전쟁을 겪은 지구상 유일한 분단국가의 대통령인 나에게 평화는 삶의 소명이자 역사적 책무”라면서 “나는 촛불혁명을 통해 전쟁과 갈등이 끊이지 않는 지구촌에 평화의 메시지를 던진 우리 국민들을 대표하고 있다. 나에게는 인류 보편의 가치로서 온전한 일상이 보장되는 평화를 누릴 국민의 권리를 지켜야 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나는 무엇보다 나의 이 같은 신념이 국제사회와 함께하고 있다는 점에 감사를 표한다”면서 “국제사회의 노력이 더욱 강화되어야 한다. 북한이 스스로 핵을 포기할 때까지 강도 높고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 모든 나라들이 안보리 결의를 철저하게 이행하고, 북한이 추가 도발하면 상응하는 새로운 조치를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의 모든 노력은 전쟁을 막고 평화를 유지하기 위한 것이다. 우발적인 군사적 충돌로 평화가 파괴되는 일이 없도록 북핵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해나가야 할 것이다”라며 “‘평화는 분쟁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분쟁을 평화로운 방법으로 다루는 능력을 의미한다’는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의 말을 우리 모두 되새겨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이어 “특별히 나는 안보리 이사국을 비롯한 유엔의 지도자들에게 기대하고 요청한다”고 말을 이어간 문 대통령은 “북핵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유엔헌장이 말하고 있는 안보 공동체의 기본정신이 한반도와 동북아에서도 구현되어야 한다”고 했다.

“동북아 안보의 기본 축과 다자주의가 지혜롭게 결합되어야 한다. 다자주의 대화를 통해 세계평화를 실현하고자 하는 유엔정신이 가장 절박하게 요청되는 곳이 바로 한반도”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평화의 실현은 유엔의 출발이고, 과정이며, 목표이다. 한반도에서 유엔의 보다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 도발과 제재가 갈수록 높아지는 악순환을 멈출 근본적인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야말로 오늘날 유엔에게 요구되는 가장 중요한 역할”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지난 베를린에서 밝힌 한반도 신경제지도와 신북방경제비전을 다시 언급하면서 “한 축에서 동북아 경제공동체의 바탕을 다져나가고, 다른 한 축에서 다자간 안보협력을 구현할 때 동북아의 진정한 평화와 번영을 시작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했다.

   
▲ 문재인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오전 미국 뉴욕 유엔총회장에서 제72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 정상이 취임 첫해 유엔총회에 참석해 연설을 하는 것은 1991년 남북한 유엔 동시가입 이후 처음이다./사진=연합뉴스


마지막으로 문 대통령은 5개월 후 대한민국 평창에서 열리는 동계올림픽을 홍보했다. “올림픽은 서기 394년을 마지막으로 1500년이나 역사에서 사라졌다가 다시 부활한 근대올림픽의 역사는 분쟁의 한복판 발칸반도 아테네에서 열린 제1회 올림픽으로 시작됐다”면서 “2018년 대한민국 평창에서 열리는 동계올림픽은 2020년 도쿄, 2022년 북경으로 이어지는 동북아 릴레이 올림픽의 문이 열리는 곳”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냉전과 미래, 대립과 협력이 공존하고 있는 동북아에서 재년부터 열리게 되는 이 릴레이 올림픽이 동북아의 평하아 경제협력을 증진하는 계기가 되기를 열망한다”며 “대한민국은 이를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문 대통령은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를 적극 환영하며, IOC와 함께 끝까지 노력할 것”이라며 “나는 평창이 또 하나의 촛불이 되기를 염원한다. 민주주의 위기 앞에서 대한민국 국민들이 들었던 촛불처럼 평화의 위기 앞에서 평창이 평화의 빛을 밝히는 촛불이 될 것이라 믿고 있다. 오늘 그 절박한 호소를 담아 세계 각국의 정상들을 평창으로 초청한다. 여러분의 발걸음이 평화의 발걸음이 될 것”이라며 내년 평창올림픽에 세계인들을 초대했다.  

한편, 문 대통령인 이날 기조연설 서두에서 “9월19일 멕시코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인해 희생당한 분들과 그 가족, 그리고 멕시코 국민과 정부에 우리 국민과 정부를 대표해 심심한 위로의 뜻을 전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