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아세안 교역규모 2배 늘려 4년내 2000억불대 만들겠다"
   
▲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8일 오후(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수카르노 하타 국제공항에 도착해 환영나온 인사들에게 영접을 받고 있다./사진=청와대 제공

[미디어펜=김소정 기자]문재인 대통령은 9일 “아세안과의 관계를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등 한반도 주변 4대국과 같은 수준으로 격상시킬 수 있도록 양국간 협력 관계를 획기적으로 증가시키겠다”며 이른바 ‘신 남방정책’을 선언했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를 국빈방문 중인 문 대통령은 이날 한-인도네시아 비지니스 라운드테이블 포럼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통해 ‘신 남방정책’ 및 ‘공동 번영을 위한 한-인도네시아 경제협력의 새로운 방향’을 양국 경제인들에게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신 남방정책에 대해 “상품 교역 중심이었던 관계에서 기술과 문화예술, 인적교류로 확대하겠다”며 “교통, 에너지, 수자원 관리, 스마트 정보통신 등에서 양측 국민의 삶을 잇는 인적교류를 활성화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를 통해 사람과 사람, 마음과 마음이 이어지는 ‘사람(People) 공동체’, 안보협력을 통해 아시아 평화에 기여하는 ‘평화(Peace)공동체’, 호혜적 경제협력을 통해 함께 잘사는 ‘상생번영(Prosperity) 공동체’를 함께 만들어 가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저는 아세안과의 협력을 인도네시아에서 시작하게 된 것을 아주 기쁘게 생각한다”면서 우리 정부가 준비한 ‘6가지 중점 협력과제’를 제시했다. 

첫째, 한-인니 경제협력위원회, 한-인니 중소기업공동위원회, 양국 장관 경제협의체를 재편하고, 경제부처간 장‧차관급 교류 활성화를 밝혔다. 문 대통령은 “경제협력 추진 사항을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양국 협력의 지평을 확대하겠다”며 “양국 정상이 함께해 체결되는 자동차 등 ‘산업협력 MOU’, ‘교통협력 MOU’, ‘보건의료협력 MOU’가 그 첫발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둘째, 경제협력 분야의 다각화이다. 문 대통령은 “그동안의 제조업과 자원개발 분야를 넘어
4차산업혁명, 방위산업, 환경산업, 교통, 보건 등 미래전략 분야로 확대해 나가기를 희망한다“며 ”차세대 전투기 공동개발사업(KFX/IFX) 추진, 잠수함 건조 등은 양국 경제협력의 새 장을 열고 있다. 한국의 우수한 교통인프라 능력을 인도네시아에 전수하고, 보건의료 정책과 의료기술 분야에서도 새롭게 협력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평창동계올림픽은 양국의 ICT 분야 협력의 새로운 전기가 될 것이다. 한국이 평창올림픽에서 시범운영할 세계 최초의 5G 이동통신 기술을 내년 자카르타 아시안게임에 지원하겠다”고 덧붙였다.

셋째, 기간산업 분야의 협력 강화도 제시했다. 문 대통령은 “한국 기업의 투자가 경공업에서 
중화학 공업으로 확대되고 있지만 더 속도를 내겠다. 현재 한국 포스코와 국영 크라카타우 스틸 합작으로 추진되고 있는 제철소 증설과 롯데케미컬의 석유화학 플랜트 건설이 좋은 사례“라면서 ”특별히 협력을 강화하고 싶은 분야가 자동차산업“이라고 제시했다.

문 대통령은 “한국은 세계 5위의 자동차 생산국으로서 최고 수준의 가격 품질 경쟁력과 우수한 부품망을 보유하고 있다”며 “인도네시아 정부가 아세안 최대의 자동차 생산·수출국이라는 야심찬 비전을 추진하고 있다고 알고 있다. 한국이 최적의 파트너라고 자신 있게 말씀드린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이번 순방을 계기로 양국 정부가 자동차 산업협력 강화를 위한 협의를 시작하고 전면적인 협력관계를 구축하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넷째, 사람중심 경제협력 확대도 제시됐다. 문 대통령은 “조코위 대통령은 취임 이후 저소득 주거지역 개선, 발전소 증설 등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며 “한국 정부는 이에 적극 협력할 것이다. 이미 양국은 찌레본 1 발전소 같은 여러 발전사업을 성공적으로 추진 중으로 한국이 참여한 발전소는 인도네시아에서 가장 효율이 높고 고장이 없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도서지역 전력공급 확대를 위한 ‘에너지 자립섬’ 시범사업 등 신재생 에너지 분야 협력도 진행 중”이라며 “경전철, 서민주택, 상하수도 분야의 협력도 강화하겠다”고 제시했다.

다섯째, 양국 중소·중견기업 협력사업에 대한 지원 확대도 밝혔다. 문 대통령은 “한국은 이미 생산현장애로기술지도(TASK) 사업을 통해 한국의 산업기술을 인도네시아 중소기업과 공유하는 협력을 하고 있다”며 “이를 강화하고, 중소기업의 경제협력을 지원하는 지원기관의 예산과 인력 규모도 확대하겠다”고 했다. 아울러 “중소기업들의 통관 및 물류비용을 줄여주기 위해 양국간 통관 간소화 협정을 체결할 것도 제안한다”고 말했다.

여섯째, 교역품목 확대로 전체 교역 규모 확대도 제시했다. 문 대통령은 “교역품목을 경기변동에 민감한 화석 연료와 기초 원자재에서 꾸준히 교역할 수 있는 기계, 소재·부품, 소비재로 늘려가겠다”며 “인도네시아가 자랑하는 팜오일, 농산물 등 친환경상품 교역도 확대하겠다”며 “이를 통해 양국 간 교역액을 2022년까지 300억불 수준으로 확대하고 장기적으로는 500억불 이상을 목표로 삼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기조연설 말미에 “이번 순방을 준비하면서 양국이 쌍둥이처럼 닮은 점이 많다는 것을 알고 새삼 놀랐다”고 말했다. “양국은 식민지의 아픔을 함께 겪었고, 권위주의 정부를 거쳐 민주화를 달성했다. 90년대 아시아 경제위기와 2000년대 글로벌 금융위기도 슬기롭게 극복했다”고 말했다.

또 문 대통령은 “양국 정부의 경제정책도 같은 가치와 지향점을 공유하고 있다”며 “조코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저소득층 지원과 최저임금 인상, 지역균형발전을 통한 국민 삶의 질 향상은 한국 새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사람 중심 경제’와 너무나 비슷하다”고 했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저와 조코위 대통령도 공통점이 많다. 서민 가정에 태어나 가난한 삶을 살았다. 늦게 정치를 시작했고, 국민과 함께 소통하기 좋아한다”며 “저는 이러한 공통의 역사적 경험과 상호 이해가 양국의 공동번영에 튼튼한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문 대통령은 기조연설을 하면서 특히 “인도네시아와 협력하고 싶은 사업이 ‘자동차 산업’이라며 특정해 강조하는 발언을 했다. 이날 자카르타 시내 리츠칼튼호텔에서 열린 한·비즈니스포럼에선 사실상 수주가 확정된 교통·인프라·산업 등 총 11건의 양해각서(MOU)체결과 함께 3건의 협약들이 체결됐으며, 문 대통령이 이 중 양국 자동차 산업 협력을 강조한 것이다.  

이로써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적지 않은 피해를 입은 ‘현대차’의 새 교두보가 인도네시아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번 문 대통령의 인도네시아행에 현대차 정진행 사장을 비롯해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손경식 CJ 회장, 윤부근 삼성전자 부회장, 김교현 롯데케미칼 사장, 정지택 두산중공업 부회장, 박용철 호전실업 회장, 정홍언 대상 대표이사, 최광호 한화건설 사장 등이 동행했다.

이날 양국은 자카르타 전역을 연결하는 8억5000만 달러 규모의 경전철 사업 수주와 한화건설이 이라크 신도시 구축 경험을 기반으로 추진 중인 공공주택 17만호 건설, 포스코 건설의 리도 신도시 1단계 개발 프로젝트 등 MOU를 체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