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박상철 경기대 교수(경기대학교 부총장‧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11일 탄핵 당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제명을 둘러싸고 자유한국당이 내홍을 겪고 있는 것과 관련해 “친박 제거작업은 보수정치의 과정에서 낙제”라고 진단했다.
박 교수는 11일 박정희 전 대통령의 탄생 100주년 기념 '박정희의 공과 어떻게 계승할 것인가' 토론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이나 비운의 박근혜 전 대통령도 한국 보수정치사에서 취사선택을 해야 할 정치적 뿌리이지 제거의 대상은 아니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박 교수는 이어 보수정치의 가장 큰 강점은 전통과 통합을 중시여김으로써 안정감을 보여주는데 있다“며 ”지금 보수 야당들은 박정희·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객관적이고도 합리적인 재해석을 통하여 새로운 보수의 재구성을 고민할 때이지, 보수 영역의 땅싸움을 할 때가 아니다“라며 한국당과 바른정당의 통합을 둘러싼 갈등을 꼬집었다.
작금의 한국 보수정치의 현실에 대해 “힘과 숫자 싸움보다는 토론과 논쟁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한 그는 “또 보수정치의 변화는 박정희·박근혜 전 대통령을 숭모의 대상에서 탈피·극복하는 데서 출발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에 대해 ‘포스트 양박’으로 변할 수 있다“이라 정의하고, ”한국 야당사에는 ‘양김’이라는 정치 용어가 있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동교동계류의 가신적 숭모 대상에서 탈피해 노무현 대통령의 정치로 진화·극복됐고, 지금의 문재인 정부로 진보정치가 재생산됐듯이 보수정치도 양박에서 탈피하고 극복해 재생산하는 것이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이 가야할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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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상철 경기대 부총장(정치전문대학원 교수)./사진=미디어펜 |
이와 함께 박 교수는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역사적 평가에 대해 진보적인 시각에서 ‘일제·해방정국·장기집권’으로 규정하면서, “이런 역사적 평가는 불가역적 팩트”라며 “반면 중공업적 경제성장론과 한일협정의 불가피성은 사뭇 논쟁적일 수밖에 없다. 논쟁에는 거듭되는 토론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지금의 한국경제에서 박정희의 스타일이 ‘절대적 유산’으로서 작동되고 있는 것에 대한 논쟁에도 거듭된 답을 할 수 있어야 한다”며 “한국 보수정치에서 박정희의 존재가 불변의 가치로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해명과 해석이 이어져야 된다. 이는 자유한국당·바른정당 등 보수정당들과 보수 사회과학자들의 역사적 사명이자 정치적 임무”라고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석방을 호소하는 친박단체와 태극기 집회의 몫은 결코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박 교수는 제1야당인 한국당에 대해 “환골탈태하지 못하고, 변신과 변장에 연연한 것 같아 보인다”며 일침을 가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출당시키고 친박 몇명을 제명시키면 과연 한국 보수정치의 본당이 되는 것인가. 바른정당과 보수정치의 논쟁은 필요 없고, 분열 이후 봉합을 시도하는 것이 과연 보수의 통합인가”라고 비판했다.
박 교수는 “지금의 한국 보수정치는 힘과 숫자 싸움 보다는 토론과 논쟁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이라며 “공당(公黨)으로서의 면모를 보여주어야 한다. 북핵 문제에서도 홍준표 한국당 대표나 유승민 의원도 안보관이 안정감이 없고 뿌리가 없는 듯해서 아쉬움이 크다”고 평가했다.
박 교수는 “만약 이들의 대북정책론이 박정희의 자주국방론과 통일관(선개발 후통일)·핵개발 추진 등에 근거하고 계승·발전시킨 논리였다면 현실성과 족보 있는 정견으로 비춰지고 그 정치적 힘도 클 수 있다”면서 “전체적으로 박정희에 대한 평가는 냉혹하리만큼 비판적일 수 있지만 한국 보수정치에서는 새로운 해석과 재구성을 통하여 박정희를 보수의 연혁으로 삼을만한 것을 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박정희의 공과 어떻게 계승할 것인가' 토론회는 경북 구미시가 박정희 전 대통령의 탄생 100주년(14일)을 기념해 열렸으며, 류석춘 연세대 교수(한국당 혁신위원장), 박상철 경기대 교수, 박명호 동국대 교수, 남유진 구미시장이 토론자로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