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북한의 29일 미사일 발사 도발은 이른 새벽인 3시17분쯤 평안남도 평성 일대에서 이동식 미사일 발사대로 발사됐다.
그들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급 장거리미사일을 이동식 발사대에서 한밤중에 발사함으로써 북한의 기습력을 과시한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으로서는 최대한 발사 순간을 은닉하면서 우리의 사전 탐지능력을 확인해볼 기회였던 셈이다.
특히 북한이 이날 발사한 미사일 ‘화성-15형’은 핵탄두를 장착해 미국 본토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ICBM이라는 점에서 위기감은 더욱 고조됐다. 지난 9월 중순 도발 때보다 미사일 성능을 대폭 개선시켰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는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대해 사전징후를 포착한 것은 물론 발사 전후로 긴박하게 움직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청와대는 이날 새벽 3시17분 북한의 발사체 발사 사실을 확인한 직후부터 분주하게 움직였다. 2분 뒤인 3시19분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은 문 대통령에 1차 보고를 마쳤다. 이어 5분 뒤 보다 자세한 내용으로 2차 보고가 이뤄졌다.
문 대통령은 곧바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 소집을 지시했다. 오전 6시부터 청와대 위기관리센터에서 열린 NSC 전체회의는 55분간 이어졌다.
문 대통령은 1시간 30분 뒤인 오전 8시30분부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20분간 정상통화를 갖고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따른 대응책도 논의했다. 이번 한미 정상간 통화는 북한의 도발 당일 처음으로 이뤄진데다 미사일 발사 5시간여만에 신속하게 진행됐다. 그만큼 한미 정상 모두 긴박한 상황을 인식했다는 얘기이다.
문 대통령은 NSC 전체회의에서 "북한은 스스로를 고립과 몰락으로 이끄는 무모한 선택을 즉각 중단하고 대화의 장으로 나와야 한다. 정부는 북한의 도발을 절대 좌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또 “대륙간을 넘나드는 북한의 탄도 미사일이 완성된다면 상황이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될 수 있다”면서도 “북한이 상황을 오판해 우리를 핵으로 위협하거나 미국이 선제타격을 염두에 두는 상황을 막아야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회의에서 북한을 강력 규탄하면서도 한반도의 위기관리에 주력한 것이다.
청와대는 이에 앞서 북한의 도발 징후를 사전에 포착한 뒤 차분하게 대응책을 마련해왔다. 문 대통령은 지난 27일 오후 6시33분쯤 북한의 미사일 발사 시 지해공 미사일 합동정밀타격 훈련 권한을 합참의장에게 위임했다.
또 28일 오전 청와대 현안점검회의를 겸한 티타임에서는 북한의 도발 징후 임박을 국민들에게 알릴 것을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28일 오후 10시30분 북한의 도발과 관련해 정의용 실장의 대면보고를 포함해 NSC 회의 개최 전까지 총 5차례 관련 보고를 청취했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한미 양국이 협의를 바탕으로 구체적 대응을 추가 협의하자”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 정상은 북한이 이번에 발사한 미사일 도발에 대해 추가적으로 평가하고, 이를 토대로 빠른 시일 내에 후속 협의를 갖기로 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국 백악관에서 북한 미사일 도발과 관련해 “이번 사안은 우리가 다뤄야 할 상황이다 우리가 처리하겠다”며 “북한 문제에 대한 미국의 접근 방식은 바꿀 수 없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의 이번 도발로 문 대통령의 대북 구상과 해법은 더욱 난관에 봉착하게 됐다. 한동안 잠잠했던 북한은 75일만에 가장 개량된 성능의 ICBM을 발사, 스스로 미국 전역 타격 능력을 자랑했다.
내년 2월에 열리는 평창올림픽에 북한 선수단을 참가시켜 평화 올림픽으로 치르려던 정부의 노력에도 찬물을 끼얹은 셈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NSC회의에서 “이번 북한의 미사일 도발이 평창올림픽의 성공적 개최에 미칠 영향을 면밀히 검토해 상황이 안정적으로 관리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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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은 북한이 지난 3월7일 조선중앙TV를 통해 공개한 4발의 탄도미사일 발사 훈련 모습./사진=연합뉴스 |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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