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최근 아랍에미리트(UAE)를 방문한 것과 관련해 원전사업 불만을 무마하기 위한 것이라는 의혹이 재차 불거지자 청와대는 18일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앞서 한 일간지는 임 비서실장의 UAE 방문과 관련해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바라카 원전 건설과 관련해 UAE와 외교적 문제가 생기자 이를 수습하기 위해 간 것”이라며 임 실장이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왕세제를 면담하는 자리에 우리나라가 수주한 바라카 원자력 발전소 건설사업의 총책임자인 칼둔 칼리파 알 무바라크 UAE 원자력공사(ENEC) 이사회 의장이 참석한 사진을 공개했다.

일간지가 사진을 공개한 것은 ‘칼둔 의장이 면담 자리에 배석한 것 자체가 원전 문제를 논의한 것을 방증한다’는 것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로 보인다.

하지만 앞서 청와대는 임 실장의 UAE 방문과 관련해 무함마드 왕세제와 단 둘이서 악수하는 장면의 사진만 공개하고 이날 접촉한 다른 UAE 인사 명단은 공개하지 않았다.

일간지는 현지 소식통을 인용해 “임 실장은 지난 10일(현지시간) UAE 수도 아부다비의 대통령 집무실 ‘카스르 알 바흐르’에서 무함마드 왕세제와 면담했다”며 “이날 면담에 배석한 칼둔 의장 등과 바라카 원전 문제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고 보도했다.

무함마드 왕세제는 중병을 앓고 있는 칼리파 국왕을 대신해 UAE 국정을 총괄하고 있다. 또 칼둔 의장은 임 실장에게 “거액을 주고 바라카 원전 건설과 함께 완공 후 관리·운영권도 한국에 맡겼는데,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면서) 건설과 운영을 제대로 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고, 이에 대해 임 실장은 ‘문제가 없다’는 취지로 답변했다고 한다.

앞서 UAE는 문재인 정부가 출범 직후부터 탈원전을 선언하고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에 들어가자 외교 루트를 통해 항의의 뜻을 표명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당혹스럽다" "어떻게 된 거냐"며 항의성 메시지를 아부다비 주재 한국 대사관 측에 전달했다는 것이다.

바라카 원전 수주는 지난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9년 12월 한국전력공사가 186억달러(약 20조원) 규모로 수주했고, 박근혜 정부 때인 작년 10월에는 이와 별도로 총 54조원 규모인 이 원전 운영권도 따냈다.

하지만 청와대는 이런 보도와 관련해 “임종석 실장과 UAE 왕세제 접견 시 원전사업이 원활히 진행되고 있어 원전사업에 대한 언급은 없었으며, 칼둔 의장은 원자력이사회 의장이 아닌 아부다비 행정청장 자격으로 배석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이 언론이 “UAE가 항의를 목적으로 방한 계획이 있다”고 보도한 내용에 대해서도 “근거 없는 주장이다. 해당 언론사에 정정보도를 요청한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임 비서실장의 UAE 방문에 대해 “문 대통령 지시로 파병부대를 격려하는 대통령의 의사를 대신 전달하러 간 것”이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 임종석 비서실장이 지난 10일 오후(현지시간) UAE 쉐이크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왕세제 접견하고 있다./사진=청와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