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외교부가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를 놓고 TF 결과보고서에 대한 입장을 어정쩡한 절충안으로 내놓아 앞으로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정부가 밝힌 위안부 합의 입장이 외교적 마찰을 고려해 일본측과 피해자측 모두에게 비판의 여지를 남기는 애매한 모습으로 해석되면서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는 일본 정부가 출연한 화해치유재단 기금 10억엔에 대해 우리 정부 예산으로 충당하겠다는 후속조치를 발표했지만, 반환 여부 등 향후 기금 처리방안에 대해 "일본 정부와 협의하겠다"며 말을 아꼈다.
피해자 상처 치유를 위한 재단의 향후 운영에 대해서도 외교부는 "피해자와 단체, 국민들의 의견을 광범위하게 수렴해 정할 것"이라며 사실상 급하게 정부 입장을 내놨다는 점을 시인했다.
더욱이 정부가 위안부 문제에 있어 누누이 내세워온 피해자 중심주의에 대해 강경화 외교장관은 이날 "양국 간 공식합의였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고 재협상을 요구하지 않겠다"면서 "지난 합의가 문제의 진정한 문제해결이 될 수 없다"고 말해 앞뒤가 맞지 않는 입장을 내놓았다.
노규덕 외교부 대변인 또한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일본정부가 피해자들 마음의 상처 치유를 위해 자발적으로 진정성을 보이기 바란다. 합의의 재협상이나 파기를 고려하지 않는다"면서 "진정한 문제해결 조건에 대해 의견을 수렴해 나갈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외교부는 정작 가장 중요한 생존 피해자들의 입장도 엇갈린다고 밝혔다.
위안부 합의 TF의 결과보고서 발표 후 강 장관이 생존 피해자 할머니 31명 중 23명을 만났으나, 정부보다 더 강경한 입장을 표명한 피해자부터 사죄의 필요성을 밝힌 할머니, 그간의 정부 노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피해자 등 다양했다고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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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9일 "2015년 한일 양국 간 위안부 합의가 문제의 진정한 해결이 될 수 없다"고 밝혔다./사진=연합뉴스 |
특히 정부예산으로 화해치유재단 출연금 10억엔을 충당하겠다는 후속조치와 관련해 외교부는 '일본과 협의해 노정된 문제들을 풀어나가고자 한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내놓아 '추가조치 요구를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일본측 입장과 충돌할 것으로 관측된다.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은 이에 대해 "발표된 것 이상의 내용을 알지 못한다. 진의에 대해 확실히 설명을 듣고 싶다"며 신중한 입장을 표했다.
외교부가 이날 밝힌 후속조치에 대해 피해자 할머니 일부와 지원단체는 "합의가 잘못됐다고 인정하면서도 정부가 이를 바로잡지 않겠다는 건 피해자들에 대한 기만행위"라고 반발하고 나섰다.
이에 따라 위안부 피해자들의 의사 및 국내여론에게는 실체 없는 입장으로 비쳐 일각에서는 국민정서와 한일관계 어느 쪽도 잡지 못한 악수로 평가 받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다만 외교부는 이날 입장 발표를 통해 재단운영과 출연금을 사실상 동결시키는 묘수를 두어 합의 파기에 따른 양국관계 악화는 피할 것으로 보인다.
TF보고서가 나온지 13일 만에 입장을 발표한 정부가 향후 위안부 문제에 따른 한일관계의 불확실성을 어떻게 풀어갈지 주목된다.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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