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아버지 김정일 시대 군 창건일로 기념하던 4월25일을 2월8일로 변경해 기념한다고 밝혀 그 배경이 주목된다.
북한이 새롭게 기념하는 인민군 생일인 2월8일은 마침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일인 2월9일 바로 전날로 전야제가 한창일 때이다. 특히 북한 예술단인 '삼지연관현악단'의 강릉 공연일로 전망되는 이날 평양은 대대적인 열병식까지 준비하는 것으로 파악되면서 그 의도가 주목받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23일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은 2월8일을 조선인민군창건일로 할데 대한 결정서를 22일 발표했다”며 “결정서에 의하면 1948년 2월8일은 조선인민혁명군을 정규적 혁명무력으로 강화 발전시켜 조선인민군의 탄생을 선포한 력사적인 날”이라고 말했다.
통신은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께서 조선인민혁명군을 정규적 혁명무력으로 강화 발전시키신 1948년 2월8일을 조선인민군창건일로 할 것”이라며 “이와 관련해 위대한 수령님께서 첫 혁명적 무장력을 창건하신 1932년 4월25일은 조선인민혁명군창건일로 할 것이다. 2월8일을 2.8절(건군절)로 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즉, 그동안 북한에서 정규군 개편일에 불과했던 2월8일을 ‘인민군의 생일’로 새롭게 삼고 군 창건일이던 4월25일은 혁명군 창건일로 새 이름을 부여한 것이다.
북한이 이날 열병식을 준비하고 있는 것은 평양 미림비행장에서 병력 1만3000여명과 장비 200여대가 동원된 가운데 군 열병식 예행연습을 하는 정황이 식별되면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이달 초보다 병력과 장비가 계속 늘고 있다”고 전했으며, 북한은 열병식 예행연습에 SU-25 전투기와 AN-2 저속 침투기 등을 동원한 에어쇼도 준비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북한에서 오랜 기간 기념해온 건군절이 돌연 변경된 것과 관련해 전문가들은 수소폭탄 실험과 ICBM 시험발사에서 상당한 성공을 거두고 ‘국가핵무력 완성’을 선언하면서 자신감을 얻은 김정은이 아버지 김정일과 자신을 차별화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고 분석했다.
고유한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할아버지 때 항일유격대를 정규군으로 개편한 2월8일을 기념해왔다가 아버지 시대 이를 바꾼 것을 김정은이 자기 시대에 와서 정상화시킨 것”이라며 “올해 김정은 신년사에서도 김일성이나 김정일 이름이 거의 언급되지 않은 것을 보더라도 김정은이 국가기구를 정비한 데 이어 군도 정규군을 내세워 국가의 면모를 갖춰나가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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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이 평창올림픽에 예술단 파견을 위해 파견한 사전점검단의 현송월(맨 앞줄 중앙) 삼지연관현악단 단장이 21~22일 1박2일 동안 강릉과 서울의 공연지를 살펴본 결과 서울 국립극장과 강릉아트센터가 유력하게 떠오른 것으로 관측된다./사진=통일부 제공 |
이와 관련해 정통한 대북소식통은 “북한에서 1960년대까지 정규군 개편일인 2월8일을 기념했다가 김정일 시대 들어 ‘인민군의 생일은 김일성 수령께서 항일유격대를 조직한 정신을 기념해 정했다’며 4월25일을 건군절로 기념했다”고 전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북한에서 정규군인 조선인민군이 창건된 것은 1948년 2월8일이지만 1978년부터 김일성이 항일유격대를 조직했다는 1932년 4월25일을 군 창건일로 정하고 건군절로 불러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 실장은 “김정은이 인민군 창건일을 변경한 것은 그의 군사관과 군대관에 맞춘 것으로 보이며 집권 초기 김일성과 김정일의 후광에 크게 의존하던 것과 달리 자신감을 얻은 김정은이 차별화를 모색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이 대대적인 열병식까지 준비하고 있는 2월8일 인민군 창건일에 평창에서는 동계올림픽 전야제 행사가 열릴 예정이다. 게다가 평창올림픽 계기로 열리는 북한 예술단 삼지연관현악단의 첫 공연이 같은 날 강릉에서 열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미 정부는 삼지연관현악단의 강릉 공연을 8일 혹은 9일로 제안했으며 북측의 답변을 기다리는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부는 개막 당일인 9일보다는 전날인 8일에 공연이 열리는 방안을 선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측 평창에서 개최되는 올림픽을 계기로 북측은 평양에서 대대적인 열병식을 열고, 강릉에서는 삼지연관현악단 공연을 개최해 남과 북에서 동시에 세계의 이목을 한껏 집중시킬 수 있는 가능성이 예상된다.
이에 대해 정성장 실장은 “남한으로 향할 수 있는 북한 내부와 국제사회의의 관심을 북한에 집중시키고자 하는 의도가 작용했을 수 있다”며 “만약 북한이 이번에 신형 ICBM 미사일들을 공개한다면 당연히 국제사회의 관심은 북한으로 쏠릴 수밖에 없다. 북한은 평창으로 향할 수 있는 북한 주민들의 부러운 시선을 평양으로 돌리면서 북한이 군사력에서는 남한에 앞선다는 논리로 북한 간부들과 주민들의 체제에 대한 충성심을 이끌어내려 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