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변 핵시설 가동 중단'에 대해 "아직 세부적인 사항 논의 단계 아냐"
[미디어펜=김소정 기자]문재인 대통령의 대북특별사절단이 8일 워싱턴으로 출발하면서 미국을 향한 김정은의 메시지가 무엇일지 주목된다.

앞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서훈 국가정보원장 등 5명의 대북특사단은 지난 6일 북한에서 귀환하자마자 가진 언론 브리핑에서 ‘4월 말 남북정상회담 개최’ 합의 등 남북 합의 결과를 밝히면서 북미대화와 관련해 “미국에 전달할 북한 입장을 저희가 별도로, 추가적으로 갖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즉 아직 언론을 통해 밝히지 않은 ‘플러스 알파’ 메시지가 있다는 것으로 그것이 과연 북미대화 개최 요건을 충족시킬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북특사단을 이끈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출국장에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미국과 대화를 위해 영변 핵시설 가동을 중단하겠다는 뜻을 전달했다’는 보도에 대해 “아직은 세부적인 사항을 논의할 단계까지 와있지는 않다”고 선을 그었다.

이날 오전 미국 워싱턴으로 출국하는 정 실장은 인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답하며 “우선 북한과 미국의 대화가 성사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급한 일”이라고 말했다.

정 실장은 ‘미국 측에 전달할 북한의 메시지가 무엇이냐’는 물음에는 답을 하지 않고 “잘 다녀오겠다”는 인사말을 남긴 채 출국장으로 들어갔다. 

북한의 플러스 알파 메시지와 관련해서 최근 미국은 ‘CVID’, 즉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북핵 폐기’를 언급했고, 이에 대한 논의 가능성이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백악관은 지난 1일 한미 정상간 전화통화 이후 내놓은 발표문에 ‘CVID’를 언급했다. 미국이 내놓은 비핵화 방안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의 요구로 사실상 북한에 대해 재차 압박을 가한 것이다. 대북특사단이 워싱턴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해 미국정부 측 인사들을 만날 때 CVID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 북한의 응답을 전해야 한다는 과제가 있다. 

이미 북한의 추가 메시지를 둘러싼 여러 설들이 나오고 있으며, 이 중에는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 중단’, ‘억류 미국인 석방’ 등도 제기됐다. 

공식적이지는 않지만 북한의 핵‧미사일 시험 중단과 관련해서는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이미 특사단에 "대화가 지속되는 동안 추가 핵실험 및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등 전략 도발을 재개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혀 모라토리움 선언이라고 볼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하지만 이날 오전 청와대 관계자는 “그 내용을 아는 사람은 대북 특사단 5명과 문 대통령뿐”이라고 못 박았다. 북한에서 직접 그 메시지를 들은 5명과 이를 보고받은 문 대통령 외에는 정부 내부에서도 극비리에 취급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 2박4일 일정으로 미국을 방문하는 정 실장과 서 원장은 미국정부의 안보 및 정보 당국 수장을 만나 첫 회담을 한 뒤 관련 부처 장관 3명을 한꺼번에 만나게 된다. 그리고 백악관에 가서 최고위층에게 남북대화 결과를 설명할 예정이다. 백악관 일정은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청와대 관계자는 “미국 안보수장과 관련 장관들을 만나는 두 차례 회담은 모두 현지시간으로 목요일에 잡혀 있는데, 백악관 방문은 목요일이 될지 금요일이 될지 확실치 않다”고 말했다. 시간적 여유를 두고 준비한 방미 일정이 아니어서 백악관 스케줄에 따라 유동적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정 실장과 서 원장은 미국 정부에 북한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남북대화 결과를 설명한 뒤 11일 귀국할 예정이다. 귀국 직후 문재인 대통령에게 방미 결과를 설명하고 중국 러시아 일본에 같은 내용을 전하기 위해 조만간 다시 출국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과 러시아에는 정의용 실장이, 일본에는 서훈 원장이 갈 계획이다.

   
▲ 5명의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특별사절단 수석특사로 5일 방북한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접견하면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사진=청와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