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직접 만나서 얘기나누면 큰 성과"…트럼프 "좋다 만나자"
[미디어펜=김소정 기자]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9일 오전 백악관에서 발표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회담 사실을 문재인 대통령은 한미간 발표문안 조율 이후에야 보고받았다고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이날 춘추관 브리핑에서 전했다.

정의용 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이 전달한 김정은 위원장의 메시지를 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예상보다 훨씬 빨리 즉석에서 수락한 데다 트럼프 대통령의 수락 직후 곧바로 맥매스터 백악간 국가안보보좌관 등과 한미 간 발표 문안 조율이 시작돼 2시간만에 합의를 봤기 때문이라고 한다. 

김 대변인은 “워낙 갑작스러워서 정 실장이 문 대통령에게 보고할 경황이 없었다”며 “일단 그 자리에서 수락을 하고, 2시간 동안 맥매스터 보좌관 방에서 미국 NSC 관계자들과 발표할 문안을 조율하고 합의했다. 그것을 마친 뒤에야 관저에 있는 문 대통령에게 전화해서 합의문 문안을 보고했다. 이 때 사용한 전화는 백악관과 청와대 시큐러티 라인이었다”고 전했다. 

정의용 실장과 서훈 원장은 당초 트럼프 대통령을 방미 둘째 날인 9일쯤 트럼프 대통령을 만날 것으로 예상했었지만 방미 첫날 허버트 맥매스터 보좌관과 만나 방북 결과를 설명하고 대기하던 중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지금 만나자’는 갑작스러운 연락을 받았다고 한다. 

정의용 실장과 서훈 원장은 미국 현지시간으로 8일 오후 3시30분부터 백악관 회의실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고위 관계자들에게 방북 결과를 브리핑하기 시작했다. 

브리핑이 시작되자 제임스 매티스 국방부 장관,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 맥매스터 보좌관, 댄 코츠 국가정보국(DNI) 국장, 존 설리번 국무부 부장관, 지나 하스펠 중앙정보국(CIA) 부국장 등 최고위급 외교·안보라인 20여명이 회의실에 입장해 정 실장의 발언에 귀를 기울였다. 우리 정부 인사의 브리핑을 듣기 위해 미국 정부의 고위 관계자 20여명이 몰려드는 진풍경이 펼쳐진 것이다. 

미 정부 고위 관계자들에게 브리핑 중이던 정 실장에게 트럼프 대통령의 전갈이 왔고, 정 실장과 서 원장은 진행하던 브리핑을 서둘러 마치고 오후 4시15분쯤 미국 대통령의 집무실인 오벌오피스로 이동해 트럼프 대통령을 예방했다.

정 실장은 오벌오피스 벽난로 앞에 놓인 두 개의 의자 중 왼쪽 의자에 착석했다. 오른쪽 의자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앉아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앉은 의자와 정 실장이 앉은 의자는 크기와 모양, 색깔이 모두 같았다.

두 사람을 가운데 두고 트럼프 행정부와 백악관 최고위 참모들이 양 옆에 놓인 소파에 옹기종기 모여 앉았다.

정의용 실장은 “김정은을 만나보니 솔직하게 얘기하고 진정성이 느껴졌다. 물론 과거 실수 되풀이 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그러나 김정은에 대한 우리의 판단을 미국이 받아주고 이번 기회를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하면서 김정은 위원장의 ‘트럼프 대통령을 가능한 조기에 만나고 싶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한다.  

김정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하는 ‘특별한 메시지’는 “트럼프 대통령과 직접 만나서 얘기를 나누면 큰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한때 미국 언론은 정 실장이 김 위원장의 친서를 전달했다고 보도했으나, 정 실장은 친서가 아닌 구두 메시지를 전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 실장이 이런 내용을 설명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크게 수긍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그 자리에서 바로 “좋다. 만나겠다”며 수락했다는 것이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정의용 실장 등이 자신에게 사의를 표한 것에 대해 굉장히 고마워했다고 하면서 “한국의 역할을 높이 평가한다”고 말하고, 미국 측 배석자들에게 “거봐라. (북한과) 대화하는 게 잘한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정의용 실장에게 “부탁이 있다. 여기까지 온 김에 한국 대표들이 오늘의 논의 내용을 한국대표 이름으로 백악관에서 직접 발표를 해달라”고 요청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발표 직전 백악관 브리핑룸을 깜짝 방문해 “한국이 북한과 관련해 곧 중대 발표(major announcement)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미국 CNN과 AFP 등 외신이 보도하기도 했다. 

한편, 서훈 국정원장 남관표 국가안보실 2차장은 오는 12~13일 일본을 방문해 특사단의 방북결과에 대해 일본정부 측에 설명할 예정이다.

   
▲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9일 오전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한 보좌진들과 만나 대북 특별사절단으로 방북한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사진=청와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