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아랍에미리트(UAE)를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모하메드 왕세제의 사저인 바다궁을 방문했다. 아랍국가에서는 아주 가까운 지인이나 친지들조차 가족의 얼굴을 공개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어서 매우 이례적이라고 청와대는 밝혔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27일 서면브리핑을 통해 모하메드 왕세제가 문 대통령 부부를 초청해 자신의 가족들과 함께 친교의 시간을 가졌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 부부가 사저 앞에 도착하자 왕세제와 그 가족들이 현관에서 대기하다가 차에서 내리는 문대통령 부부를 환대했다.

문 대통령에게 모하메드 왕세제는 “결혼한지 4~5년 만에 지은 집이다. 거의 30년이 되어간다”며 “이 집에 지금 우리 가족이 모두 살고 있다. 손주만 13명이다. 이 집에서 온가족이 자주 모인다. 그때마다 손주들은 꼭 참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에게 왕세제의 딸들이 직접 커피포트를 들고 커피를 대접하거나 쟁반에 주스를 담아와 직접 대접했다. 외부인으로는 칼둔 행정청장이 유일하게 배석했다.

이날 모하메드 왕세제는 문 대통령에게 “UAE에 한국은 가장 우선순위에 놓여있다. 언론과 SNS에서 어떤 이야기를 하더라도 우리 관계는 공고할 것”이라며 “문 대통령은 모하메드 빈 자이드라는 이름의 좋은 친구를 얻은 것이고, 한국은 UAE라는 이름의 동맹을 갖게 된 것이다. UAE는 항상 한국 옆에서 한국 편을 들 것이다. 계속해서 한국의 친구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저와 왕세제 두 사람의 개인적인 친구 관계뿐 아니라 두 나라가 아주 친한 친구가 돼 미래를 함께 걸어가기를 바란다”고 화답했다.

문 대통령과 모하메드 왕세제는 해수의 담수화 기술에 대해서도 대화를 나눴다.

문 대통령은 “한국은 물이 풍부한 나라인데도 일찍부터 해수담수화 기술을 발전시켜왔다. 그건 한국에 섬이 많기 때문이다. 한국의 섬들은 빗물에만 의존하지 않고 일찍부터 해수담수화작업을 개발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농업도 한국에서는 자연 상태로도 잘 할 수 있지만 농업노동력을 절약하기 위해 비닐하우스를 발전시켜왔다”며 “비닐하우스는 겨울철에는 보온 능력을 키우고 여름철에는 수분의 증발을 막아 적은 물로도 농사가 가능해진다. 비닐하우스의 내부습도와 온도를 자동화하는 기술이 발전해있는데 그런 기술이 사막에도 유효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모하메드 왕세제는 “아라비아 6개국에 현재 7000만명이 살고 있는데 50년 후면 2억4000만명이 거주할 것으로 보인다. 그때가 되면 석유와 가스는 더 이상 생산되지 않고 하천수도 없는 상황이 된다. 물을 제공하려면 해수담수화밖에 길이 없다. 요즘 내 관심이 해수담수화와 대체에너지 문제에 집중해있다. 함께 협력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문 대통령은 같은 날 바라카 원전 방문 뒤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아부다비에서 내륙 쪽으로 170KM 떨어진 신기루성 근처의 사막을 2시간가량 체험했다. 

사막 체험은 애초 계획에 없었으나 전날 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이 사막을 가고 싶다고 말을 한 것에 대해 모하메드 왕세제가 26일 밤 헬기 두 대와 차량 수십여 대, 그리고 이용할 수 있는 신기루성 등을 내줘서 이뤄졌다.

문 대통령 일행은 UAE측 에너지장관의 수행으로 차량을 이용해 20분가량 사막한 복판의 모래구릉으로 올라갔다.

UAE 에너지장관이 “모레가 아주 뜨겁다. 하지만 우리 아랍인들은 건강을 위해서 맨발로 걷기도 한다”고 말하자 문 대통령은 “그러면 한번 해보죠”라며 신발과 양말을 벗고 뜨거운 모래 위를 5분가량 걷고 김 여사와 사진을 촬영했다.

이어 장소를 옮겨 작은 모래언덕 위에 설치된 차양으로 이동해 매사냥과 사냥개 사냥을 구경했다. 문 대통령은 매사냥을 구경한 뒤 “내 팔 위에 매를 직접 앉혀보고 싶다”고 자청해 매와 함께 사진을 찍기도 했다. 

   
▲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오후 (현지시간) 바라카 원전 방문 뒤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아부다비에서 내륙 쪽으로 170KM 떨어진 신기루성 근처의 사막을 2시간 가량 체험했다. 문 대통령이 매사냥을 구경한 뒤 “내 팔 위에 매를 직접 앉혀보고 싶다”고 자청해 매와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사진=청와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