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영배 기자] "아내가 아파트를 분양 받자고 하는데 어떻게 하는게 좋을까? 아파트값도 더 떨어질 것 같지는 않은데 고민이 되네…"(A·55)
"종부세(종합부동산세) 부담이 늘어난다는데, 나도 해당이 되나? 고양시에 있는 아파트 두 채로는 별 문제가 없겠지?"(B·55)
"친구 아들 결혼식 때문에 울산에 내려 갔었는데, 울산은 집값이 떨어져 난리라고 하더라고…."(C·56)
뙤약볕이 내리쬐는 지난 31일. 7월의 마지막 날을 의미 있게(?) 보내자며 옛 직장동료들이 모처럼 뭉쳤다.
더운 날씨에 고기 굽는 것은 싫다며 '치맥'과 함께 세상 돌아가는 얘기를 하다 보니 대화의 주제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노후 걱정과 아이들의 취업 등 미래 문제가 주류를 이뤘다.
그리고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관심이 높은 부동산 특히, 집과 관련된 얘기도 빠지지 않았다.
A는 경기도 안양, B는 고양시, C는 울산에서 올라와 서울 송파구 풍납동에 살고 있는 동료들. 살고 있는 곳이 다르고 처지가 다른 만큼, 주택시장을 보는 시각이나 정부의 정책에 대해서도 이견이 팽팽했다.
"아파트값이 너무 올랐어…더 떨어져야 돼. 그래야 집 없는 사람들도 살지"
A의 말에 B가 맞섰다.
"아파트값이 폭락해봐, 그렇지 않아도 죽을 지경인 중산층이 남아나지 못한다고. 그나마 집이라도 있어 자산가치가 유지되는 거야…"
그러자 C가 거들었다.
"친구가 중개업을 하는데 요즘에는 거래가 안돼 죽겠다고 하더라고…. 집값이 오르는 것도 문제지만 폭락하면 더 문제 아니냐? 물가상승률 만큼만 오르고 내리고 했으면 좋겠지만 마음대로 되겠어?"
7월의 마지막 날, 서울의 주택시장을 바라보는 50대 중반의 중년들의 하소연이었다.
그러고 보니 '8·2 부동산대책'이 나온 지 어느새 1년이 됐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100일 뒤 나온 8·2대책은 말 그대로 문재인 정부 주택정책의 기조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에서 재건축·재개발 규제 강화, 청약자격 강화와 투기과열지구 지정 등의 주요 내용이다. 물론 8·2대책에 앞서 나온 '6.19대책'에 담은 주택관련 금융 규제도 포함돼 있다.
그리고 대책이 나온 지 1년. 당시 급등하던 강남 재건축 아파트값은 상승세가 꺾였고, 다주택자들은 양도세 중과 시행을 앞두고 집을 처분하거나 임대사업자로 방향을 돌리는 경우도 나왔다. 정부 정책의 약효가 어느 정도 먹혔다는 평가가 나올 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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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1년간 시도별 아파트값 변동률/자료=부동산114 |
진짜 그럴까? 한 부동산정보업체의 아파트값 변동률을 봤더니 지난 1년 동안 전국 아파트값은 7% 정도 올랐다.
17개 시도 가운데 상승률이 가장 높은 곳은 역시 서울로 무려 15% 이상 올랐다. 정부의 집값 잡기 표적이 된 강남4구는 강남구가 19% 오른 것을 비롯해 대부분 20%에 가까운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또 분양가를 잡다보니 당첨만 되면 상당한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있는 이른바, '로또 아파트'를 양산하는 부작용도 나오고 있다.
반면, 조선업 경기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경남(-2.9%)을 비롯해 울산(-1.8%)·경북(-1.4%)·부산(-1.1%) 등 지방은 대부분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정부가 목표로 한 서울은 더 오르고 애꿎은 지방만 잡은 꼴이 됐다. 계속된 규제 정책이 투자심리를 위축시키면서 서울과 지방 간 주택시장 양극화만 부채질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며칠 전에는 종부세와 주택임대소득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는 내용의 세법 개정안이 발표됐다.
다주택자에게는 상당한 압박이 될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규제 일변도의 정책이 다주택자는 물론 실수요자들의 투자심리까지 얼어붙게 하면 얘기는 달라진다.
정책의 취지가 아무리 좋다고 해도 지역에 따라서, 또는 경제상황 등 주변 환경에 따라서 예상치 못한 결과로 이어지는 경우는 부지기수다. 특히 생활과 직결된 주택정책은 더더욱 그렇다.
50대 중반 중년들의 하소연도 결국 정부 정책에 울고 웃을 수밖에 없는 슬픈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지만, 8·2대책 1년을 맞아 시장 상황에 맞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한 시점이다.
[미디어펜=김영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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