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우현 기자]혹독한 상반기를 보냈던 항공 업계 3세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최임 이후 그룹 안팎의 위기를 해결해나가고 있는 반면, 박세창 아시아나IDT 사장은 경영 능력을 입증하기도 전에 입지가 위태로운 상태에 직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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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사진=대한항공 제공 |
1일 항공 업계에 따르면 조 회장은 델타항공이라는 ‘우군’을 확보해 한진그룹을 둘러싼 ‘위기론’을 진화시키고 있다. 델타항공은 지난달 20일(현지시간) 한진그룹 지주회사인 한진칼 지분 4.5%를 매입했다. 향후 규제 당국의 승인을 받아 10%까지 늘릴 계획이다.
항공 업계에서는 델타항공의 한진칼 지분 취득으로 KCGI의 경영권 위협 등의 문제가 종결됐다고 보고 있다. KCGI는 한진칼 지분 15.98%를 보유한 2대 주주로, 총수 일가의 경영권을 위협해 왔다.
그러나 델타항공의 지원으로 상황이 반전됐다.
현재 한진칼의 우호 지분은 28.93%로, 델타항공 지분이 더해지면 33.23%가 된다. 여기에 델타항공이 예고한대로 한진칼 지분율을 10%까지 늘리게 되면 조 회장의 우호지분은 40%에 육박하게 된다. 이는 KCGI의 지분율(15.98%) 2배를 웃도는 수치다.
항공 업계에서는 델타항공의 한진칼 지분 취득으로 한진칼을 둘러싼 ‘경영권 위협’이 사실상 종결된 것이라고 보고 있다. 조 회장의 가장 큰 숙제였던 ‘경영권 지키기’가 어느 정도 마무리 됐다는 진단이다.
지난달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연차총회를 이끌며 국제무대에 성공적으로 데뷔한 조 회장은 최근 11조 원 규모의 최신 항공기 도입을 결정하며 미래 먹거리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조 회장은 지난달 1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국제 에어쇼’에 참석해 보잉787-10 20대와 보잉787-9 10대 등 총 30대의 최신예 항공기 도입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10대의 보잉787-10은 리스 방식으로 들어오며, 나머지 20대의 항공기는 구매해 운용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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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세창 아시아나IDT 대표가 2018년 11월 5일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DB |
반면 조 회장과 함께 항공업계를 이끌 3세 경영자로 주목을 받았던 박세창 아시아나IDT 사장은 아시아나항공 매각 이슈로 그룹 내 입지가 불투명해졌다. 매각 이슈가 있기 전까지만 해도 박 사장은 박삼구 회장의 뒤를 이어 아시아나항공을 이끌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었다.
하지만 아시아나항공의 매각이 결정되면서 박 사장의 입지도 장담 받을 수 없게 됐다. 항공 업계에서의 경영 능력을 입증하기도 전에 그룹 내 입지가 불투명해진 것이다.
당초 금호그룹은 지난 4월 에어부산·에어서울·아시아나IDT 등 아시아나항공 자회사 6개를 통매각 하는 방식을 최우선으로 고려했다. 그러나 매각 진행이 더뎌지면서 인수 후보를 넓히기 위해 분리매각을 시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됐다.
분리매각을 통해 인수자의 비용 부담을 낮추겠다는 의도에서다. 하지만 아직까지 유력한 인수 후보는 나오지 않은 상태다. 인수 후보로 거론됐던 SK, 한화, CJ, 애경 등은 “인수를 검토하지 않고 있다”며 뚜렷한 입장을 내보이지 않고 있다.
문제는 일괄매각이든, 분리매각이든 박세창 사장의 영향력이 약화될 것이라는 점이다. 아시아나항공이 매각 될 경우, 금호아시아나그룹에는 금호고속·금호산업·금호리조트 등만 남게 된다. 업계에서는 박 사장이 향후 금호고속이나 금호산업으로 옮겨갈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러나 새로운 분야에서 경영 성과를 다시 입증해야 되는 점도 박 사장의 큰 숙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박 사장은 2002년 아시아나항공 차장으로 입사해 금호타이어, 금호아시아나그룹 등에서 일해 왔다.
항공 업계 관계자는 “항공 업계의 흥망성쇠는 늘 있어 왔지만, 조원태 회장과 박세창 사장에게는 이번 상반기가 유독 더 혹독했을 것”이라며 “3세들이 직면한 위기를 어떻게 돌파하느냐에 따라 새로운 길이 열릴 수도, 완전히 닫힐 수도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조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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