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C들 "예약 취소되거나 예약율 떨어진 것 아냐"
"일본 여행 보이콧 장기화…항공사만 괴로워"
[미디어펜=조우현 기자]#서울에 사는 직장인 H씨는 지난주 아내‧아들과 함께 일본 후쿠오카에 다녀왔다. 국내에서 ‘반일 운동’이 거세게 일고 있는 터라 텅 빈 비행기 좌석을 예상했으나 올 때 갈 때 모두 ‘만석’이어서 깜짝 놀랐다고 전했다. H씨에 따르면 현지 백화점과 쇼핑몰에도 한국 사람이 가득했다고 한다.

#경기도에 거주하는 직장인 J씨는 올해 여름 휴가지로 일본 오사카를 택했다. 서울에 사는 대학원생 D씨도 친구들과 함께 오는 8월 일본 삿포로에 다녀올 예정이다. 두 사람 모두 ‘반일 운동’에는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한일 갈등은 외교로 풀어야 할 문제”라며 “반일운동이 국익에 무슨 도움이 되냐”는 의견이다. 

국내에서 ‘일본여행 금지’ 운동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일본 여행을 원하는 사람들은 이 같은 여론에 휘둘리지 않고 여행에 다녀왔거나, 여행을 계획 중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D씨는 “반일운동 여파 덕분인지 일본 항공권이 더 저렴해졌다”며 “다른 일본 여행지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쌌던 삿포로에 저렴한 비용으로 다녀올 수 있어서 기분이 좋다”고 전했다.

8월 중순 오키나와 여행 티켓을 예약한 경남에 거주하는 직장인 S씨는 “일본 여행을 가려면 지금 가야 한다”며 “불매운동이 끝나면 다시 가격이 원래대로 돌아올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반일운동’이 거센 틈을 이용해 저렴한 가격으로 일본 여행에 다녀오려는 이들은 하나 같이 “남들이 가지 않는 지금이 기회다”라고 입을 모은다.

   
▲ LCC 항공기들이 인천공항에서 연착륙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실제로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반일 운동’이 본격화 된 지난 7월 중순부터 일본 노선 항공여객 감소세가 뚜렷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16∼30일 보름간 인천공항을 이용해 일본여행을 다녀온 승객은 총 46만7249명으로 휴가 시즌을 앞둔 한달 전 같은 기간(6월16∼30일·53만9660명)과 비교해 7만2411명(13.4%) 감소했다.

다만 국내저비용항공사(LCC)들은 이 같은 통계에 대해 “예약이 취소되거나 예약률이 떨어진 것은 아니다”라고 전했다. 그러나 ‘반일’이 장기화될 경우 그 피해는 국내 항공사가 떠안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올 여름이 지난 후 9월에서 10월 정도 돼야 예약률 추이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전했다.

대형항공사(FSC)들의 경우 일본 노선 매출이 10% 초반이지만, LCC들의 매출 비중은 약 30%에 달해 ‘반일 운동’ 장기화에 촉각을 기울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반일 운동’의 피해를 국내 항공사들이 떠안게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일본산 제품 불매 운동’으로 피해를 입는 곳이 일본이 아닌 국내 기업이 된 셈”이라고 토로했다.

일부에서는 ‘일본여행 금지’ 운동 영향으로 LCC들이 노선을 축소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지만 경영 효율화 차원의 결정이라는 것이 항공사들의 설명이다.

티웨이항공은 이달 24일부터 무안∼오이타 노선 운항을 중단한 데 이어 9월부터 대구∼구마모토, 부산∼사가 등을 연결하는 정기편을 중단한다. 이스타항공 역시 9월부터 부산∼삿포로·오사카 노선 운항을 중단한다. 그러나 이들은 “불매 운동 때문에 정리한 것은 아니고 예전부터 검토해온 것”이라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반일운동을 하는 사람들의 심정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감성적인 방법으론 한일 문제의 해법을 찾을 수 없다”며 “결과적으로 일본에 주는 피해보다 국내 기업들이 떠안아야 할 손실이 더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분위기에도 일본 여행을 가는 사람이 있다”며 “왜 그런지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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