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영국·프랑스·독일의 유엔 안보리 소집 요청과는 달리 '신중론'
미국, 실무협상 무대서 체제보장 및 제재 완화 등 유연함 보일지 주목돼
[미디어펜=온라인뉴스팀]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를 두고 3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켜보자"며 "미국은 곧 북한과 대화를 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한국시간 기준 지난 2일 북한의 신형 SLBM 북극성-3형이 발사된 이후에 트럼프 대통령이 입장을 표명한 것은 처음이다. 트럼프 대통령 발언은 4일 예비접촉을 거치고 5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릴 미-북 실무협상을 목전에 두고 나온 것이다.

이날 백악관 출입 기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한이 이번에 탄도 미사일과 관련해 도를 넘었느냐"며 "지나친가"라고 물었다. 그러나 질문을 받은 트럼프 대통령은 즉답을 피하며 "지켜보자"고 말했다. 이어 "북한은 대화하기를 원한다"며 "우리는 곧 그들과 이야기 해볼 것이고, 지켜보자"고 말했다.

동맹국인 영국과 프랑스, 독일이 북한의 SLBM 발사와 관련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소집을 요청한 가운데 신중론을 편 것이다.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은 고노 다로 일본 방위상과의 전화 통화를 하며 "북한의 시험발사가 불필요하게 도발적"이라고 한 바 있다. 또한 마크 국방장관이 "북한을 외교적 경로에 돌려놓는 노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이를 중단해야 한다는데 뜻을 모았다"고 미 국방부가 발표했는데, 이와 비교해도 절제된 반응이란 평가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북한이 아직 '레드라인'은 넘지 않았다는 판단에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북한 SLBM 발사에 대한 직접적 대응을 자제하면서 판을 깨지 않고, 북한과의 실무협상을 예정대로 진행하겠다는 시그널이라는 분석이다. 다시 말해 외교적 협상을 통한 북핵 문제 해결이라는 원칙을 지키며 실무협상 테이블에서 북한의 입장을 일단 들어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AFP통신은 SLBM가 발사됐음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여전히 북한과의 핵 협상 재개에 전념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단거리 미사일 발사 때마다 미국 본토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며 공개적으로 그 의미를 축소해온 것과는 다르게 이 날엔 "지켜보자"는 말 외에 별도의 언급을 하지 않았다.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SLBM은 단거리 미사일들과 달리 도발의 성격이 한층 강하고 미국에도 위협이 될 수 있다는 평가를 내려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좋은 관계', '북한의 잠재력' 등 '단골 메뉴'로 거론해온 대북 유화 메시지도 별도로 꺼내지 않았다. 그는 북한 문제와 관련해 단답형으로만 말하며 실무협상을 앞두고 발언을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때문에 북한의 SLBM 발사에 대한 우회적 경고와 동시에 협상장에 나서는 북한을 향해 비핵화 결단을 촉구하는 '무언의 압박'이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유엔총회 연설에서도 적대 청산을 통한 새로운 미-북 관계 수립 의지와 북한의 잠재력을 거듭 거론하는 한편, 그 실현을 위해 북한은 비핵화해야 한다며 과감한 비핵화 결단을 거듭 촉구하는 모습도 보였다.

'포괄적 합의 먼저'가 우선이라는 미국의 입장과 '단계적 합의'를 들고 나오는 북한 입장 간에 간극이 좁혀질지가 관건으로 떠오른 가운데, 이번 실무협상 무대에서 미국이 체제보장 및 제재 완화 등 상응 조치 면에서 유연한 입장을 내놓을지 등에 이목이 집중된다. 특히 김명길 북한 실무협상 대표가 미국 측의 '새로운 신호'를 언급한 것과 관련, 미-북 간 대화 국면의 돌파구가 될만한 구체적 내용이 있는지가 주목된다.

실무협상에서 실질적 진전이 이뤄질 경우 연내 3차 미-북정상회담 성사에도 청신호가 켜질 전망이다. 그러나 외교가에선 유연성 발휘 여부는 북한이 내놓을 비핵화 조치의 수준에 연계될 것이라는 게 미국 측의 입장이어서 현재로서는 전망을 낙관할 수만은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 북한 노동신문은 3일자 지면보도를 통해 어제 오전 '동해 원산만 수역에서 새형의 잠수함탄도탄(SLBM) '북극성-3'형 시험발사를 성공적으로 진행했다'고 보도했다./노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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