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백지현 기자] 윤종원 청와대 전 대통령비서실 경제수석비서관이 신임 기업은행장으로 임명되면서 ‘낙하산 인사’ 논란을 잠재우고 조직을 안정화시킬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기업은행은 최근 최고경영자 자리에 3연속 내부출신 행장을 배출하면서 ‘내부출신’ 기용이 굳혀지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10년 만에 내부행장 배출 관행을 깨고 외부 ‘관료출신’인 윤 행장이 임명되면서 금융권에선 다시 ‘관치금융’으로 회귀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이와 관련해 노조는 일찌감치 “낙하산 인사는 안 된다”며 4월로 예정된 총선 전까지 윤 행장의 출근을 저지하는 ‘강경투쟁’을 예고하고 있다. 노조의 강한 대치 속에 윤 행장의 출근이 번번이 무산되면서 앞으로의 험로가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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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종원 청와대 전 대통령비서실 경제수석비서관이 IBK기업은행장으로 취임하는 3일 오전 서울 중구 IBK기업은행 본점에서 노조원들이 출근을 저지하는 투쟁을 벌이고 있다./사진제공=연합뉴스 |
◇노조 대치 속 윤 행장 출근 번번이 무산6일 기업은행에 따르면 윤 행장 임명을 둘러싸고 노조의 강경투쟁이 연일 계속되면서 윤 행장의 출근이 번번이 무산되고 있다. 노조의 반발 등으로 윤 행장의 구체적인 취임식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윤 행장은 이날 노조의 반대로 은행 본점으로 출근하지 않고 인근에 마련된 사무실로 이동했다. 앞서 윤 행장은 출근 첫날인 지난 3일에도 노조의 반발에 가로막혀 출근 10분 만에 발길을 되돌린 바 있다.
지난 3일 공식 임기를 시작한 윤 행장에 대해 청와대는 “문재인 정부의 국정철학에 대해 가장 잘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기업은행장의 적임자”라는 입장이다. 기업은행장은 중소기업은행법에 따라 금융위원장이 제청하고 대통령이 임명한다.
이에 대해 노조는 “낙하산‧보은인사로 공공기관장이 임명되는 것이야 말로 ‘인사적폐’”라며 윤 행장과는 대화하지 않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윤 행장은 인창고등학교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행정학 석사과 미국 UCLA 경제학 박사를 취득했다. 1983년 행정고시 27기로 공직에 입문한 뒤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과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 국제통화기금(IMF) 상임이사를 거친 정통 경제관료 출신이다. 지난해 6월까지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을 지냈다.
◇ ‘조직 안정화’ ‘실적 개선’ 넘어야 할 산윤 행장의 첫 과제는 ‘노조와의 화합을 어떻게 이끌어낼 것 인가’에 방점이 찍힐 전망이다. 노조는 은행 등 금융업 실무경력이 전무한 윤 행장 임명과 관련해 ‘함량미달 낙하산 인사’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노조는 윤 행장의 ‘자진사퇴’를 요구하는 한편 4월로 예정된 총선 전까지 출근저지 투쟁을 벌이겠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신임 행장이 임명되기 전부터 ‘낙하산 인사’ 임명에 강하게 반대해 왔다. 특히 중소기업 금융지원에 특화된 국책은행을 안정적으로 이끌어 나가기 위해선 내부에서 경영능력을 검증받고 조직을 아우를 수 있는 인물이 선임돼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노조의 반발 속에 윤 행장이 은행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내부 인사도 모두 스톱된 상태다.
저성장‧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는 등 불확실한 경영환경이 지속되면서 은행의 안정적인 ‘수익확보’ 역시 쉽지 않은 과제가 될 전망이다. 특히 오랫동안 중기대출 시장에서 ‘절대강자’로 군림해온 기업은행의 입지가 최근 위협받고 있다. 시중은행이 정부의 잇단 가계대출 규제로 이자수익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중기대출 시장으로 눈을 돌리면서다.
실제 시중은행이 중기대출 확대에 눈을 돌리면서 기업은행의 중기대출 규모가 올해 처음 줄어들었다. 기업은행의 7월 말 기준 중기대출 잔액은 158조5084억원으로 전달(159조 2209억원)에 비해 7125억원 줄었다. 같은 기간 시장점유율 역시 22.8%에서 22.6%로 하락했다.
여기다 향후 임금피크제에 따른 인건비 부담도 예고된 상태다. 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실에 따르면 2022년 기업은행의 임금피크 대상 직원은 1033명에 달한다. 올해 8월 기준 기업은행 정원(정직원)이 8561명인 것을 감안하면 임금피크제 대상 직원 비중은 12%에 달한다.
은행권 관계자는 “10년만에 내부출신 기용이 깨지면서 내부에서도 어수선한 상황”이라며 “무엇보다 노조와의 갈등을 하루 속히 봉합하고 조직을 안정적으로 아우르는 것이 윤 행장의 최대 과제로 지목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