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백지현 기자] 금융감독원의 행정처분 결정에 대한 금융회사의 불복행위가 연달아 발생하면서 금감원의 체면이 말이 아닌 상황들이 연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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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미디어펜 |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하나‧대구은행이 외환파생상품 키코(KIKO) 사태와 관련해 금감원의 분쟁조정안 권고 수락 시한을 또 다시 연장했다. 해당 은행들은 분쟁조정 결과에 대한 수용결정 시한인 전날까지 이렇다 할 결론을 내지 못한 채 결국 금감원에 네 번째 수락 연기를 재요청했다.
분쟁조정안에 대해 결론을 내지 못한 이유에 대해 이들 은행은 “사안에 대해 검토할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국내외 경제적 충격이 가시화된 상황에서 은행의 모든 역량을 금융지원 부문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고, 최근 이사회 구성원 변화 등으로 사안을 검토할 시간적인 여유가 충분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금융권에선 이는 표면적인 이유에 불과할 뿐 사실상 금감원의 권고안에 은행이 불복할 것으로 보고 있다. 키코 사태는 이미 2013년 대법원 판결로 마무리 된 데다, 민법상 손해액 청구권 소멸시효(10년)가 지난 사안이다. 따라서 은행이 금감원의 권고안을 받아들일 경우 오히려 주주의 이익을 해치는 배임혐의에 휘말릴 수 있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해 12월 키코 상품을 판매한 은행 6곳(신한‧하나‧우리‧산업‧대구‧한국씨티은행)을 상대로 분쟁조정을 신청한 4곳의 기업에 대해 해당은행이 키코 손실액의 15~41%를 배상해 줄 것을 권고했다. 현재 우리은행은 분쟁조정 결과를 수용했고, 산업‧씨티은행은 분쟁조정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일각에선 금감원이 ‘소비자 보호’를 명분으로 이미 마무리된 사건에 대한 문제를 키움으로써 시장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마저 나온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키코 사태는 2013년 8월 대법원이 ‘불공정거래가 아니다’는 판결을 내리면서 일단락된 사건이다”며 “그러나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취임하면서 키코를 원점에서 재조사할 것을 무리하게 강행하면서 오히려 시장의 혼란을 키우는 모양새다”고 말했다.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와 관련한 금감원의 제재도 은행의 반발을 샀다.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은 DLF 사태와 관련한 금감원의 ‘문책경고’에 대해 개인 명의로 법원에 행정소송 및 집행정지 가처분을 신청한 상태다. 문제는 향후 소송결과와는 별개로 피감기관이 금감원을 상대로 소송을 낸 것 자체가 금감원의 권위에 도전하는 행위로 비칠 수 있다는 점이다.
또 다른 금융권의 관계자는 “최근 일련의 사태들을 보면 금감원의 체면이 말이 아닌 상황”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금감원 출신인 전직 청와대 행정관이 1조6000억원의 피해액이 예상되는 라임사태에 연루된 의혹들이 제기되면서 금융검찰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피감기관으로부터 금감원의 권위가 서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