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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갈 길 가는 이스타항공과 제주항공 여객기./사진=연합뉴스 |
[미디어펜=박규빈 기자]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 셧다운·구조조정 개입 의혹과 관련 연일 입장문을 발표하며 수습에 나섰다.
제주항공은 7일 입장문을 통해 셧다운을 지시했다는 이스타항공 주장에 대해 국제선과 마찬가지로 국내선도 셧다운하는 것이 좋겠다는 조언을 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제주항공은 "3월 2일자 주식매매계약 체결 직후 이스타항공은 지상조업사와 정유회사로부터 급유 및 조업 중단 통보를 받은 상황이어서 현실적으로 운항을 지속하기 어려웠다"며 "당시 국제선은 이미 셧다운한 상태여서 운항하지 않았고, 국내선은 운항을 하더라도 변동 비용을 커버할 수 없어 운항할수록 적자만 늘어나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최종구 이스타항공 사장도 이미 언론에 유포된 녹음 파일에서 확인되다시피 여러 제안을 전달받았으며, 이를 수용한다고 말했다"고 반론을 제기했다. 또한 "최 사장도 녹음 파일에서 3월 25일부터는 조업사에서 조업을 중단한다고 연락해와 셧다운 된다는 것을 인정하는 상황이었다"며 "따라서 당사는 셧다운을 요구하거나 강제한 사실이 없으며, 주식매매계약상 그런 권한이 있지도 않고 이스타항공 측에서 제주항공 의견에 구속될 이유도 없었다"고 했다.
이스타항공의 셧다운은 어디까지나 이스타항공 경영진 자의적 결정에 의해 이뤄진 것이라는 것이다.
구조조정을 제주항공이 지시했다는 것에 대해서는 "전날 이스타항공 측에서 제주항공이 구조조정을 요구했다는 증거라고 언론에 공개한 파일 내용과 3월 9일 오후 17시경 이스타항공에서 제주항공으로 보내준 엑셀 파일의 내용은 토씨 하나 다르지 않고 동일했다"고 언급했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언론에 유포된 회의록에서도 밝히고 있듯 3월 9일 12시 양사가 3월 2일 주식매매계약이후 첫 미팅을 했고, 기재운용축소에 따른 인력운용계획에 대해 논의했다"며 "당일 17시경에 이스타항공에서 제주항공에 보내준 메일의 첨부 파일의 내용에는 구조조정 목표 405명·관련 보상비용 52억5000만원 등 노조가 공개한 문건과 동일한 내용이 담겨있다"고 설파했다.
이어 "12시 미팅 종료 이후 3시간여만에 해당 자료를 송부한 점으로 짐작컨대, 이스타항공이 이미 해당 자료를 작성해둔 것으로 추정된다"며 "또한 해당 엑셀 파일의 작성일이 2020년 2월 21일로, SPA가 체결된 3월 2일 이전 이스타항공에서 리스사로부터 기재 5대 조기 회수당하는 것이 결정된 시기에 이미 자체 작성한 파일로 추정된다"고 부연했다.
이를 근거로 제주항공은 구조조정을 지시했다는 이스타 측의 주장이 거짓이라고 맞서고 있다.
이스타항공 측은 코로나로 인한 모든 피해를 제주항공이 책임지기로 했다며 체불임금도 제주항공이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제주항공은 "주식매매계약에는 코로나19로 인한 사업부진은 그 자체만으로는 '중대한 부정적 영향'으로서 당사가 계약을 해제할 수 있는 사유가 되지 않는다는 내용이 규정되어 있을 뿐"이라며 "코로나19로 인한 모든 피해를 당사가 책임지기로 한다는 조항은 어디에도 없다"고 못박았다.
아울러 "체불임금도 주식매매계약서상 이를 제주항공이 부담한다는 내용이 어디에도 없다"며 "체불임금은 근로기준법상 경영자의 책임을 엄격하게 묻는 불법행위 사안으로, 당연히 현재 이스타 경영진이 전적으로 책임지고 해결할 사안"이라고 맞받아쳤다.
이스타홀딩스 측에서 지분을 반납한 것으로 체불임금 해결이 되지 않느냐는 물음에 제주항공 측은 "본질과 전혀 다른 이야기"라고 잘라 말했다. 제주항공은 "현재 이스타항공의 미지급금은 약 1700억원이며, 체불임금은 약 260억원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현재 상황대로 딜을 클로징하면 1700억원대의 미지급금과 향후 발행할 채무를 제주항공이 부담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한편 이스타홀딩스 보유 지분에는 제주항공이 지불한 계약금과 대여금 225억원에 대한 근질권이 이미 설정돼 있다. 따라서 이스타홀딩스가 제주항공과 상의 없이 지분 헌납을 발표할 권리도 없다는 게 제주항공 측 주장이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매도인 측은 7월 1일 제주항공에 위 지분 헌납에 관한 구체적인 방안을 제안했다"며 "그 내용은 언론에 주장하는 것과는 달리 이스타홀딩스가 원래 부담하는 채무를 면제해 주는 대신 매매대금을 감액하자는 것이었고, 실제로 지분 헌납에 따라 이스타항공에 추가적으로 귀속되는 금액은 언론에 나온 200억원대가 아닌 80억원에 지나지 않는다"고 했다.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에 자금관리인을 파견해 일일이 경영을 간섭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제주항공은 "주식매매계약서 상 지난해 12월 27일 이뤄진 이스타항공에 대한 100억원 자금 대여와 관련, 당사의 자금관리자 파견 및 이스타항공의 일정 규모 이상 자금 집행에 대해 자금관리자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는 입장이다.
제주항공은 "주식매매계약서에 정해진 바에 따라 자금관리자를 파견해서 정해진 업무를 수행한 것일 뿐"이라며 "경영에 간섭한 것이 아니고, 이스타항공의 경영은 어디까지나 이스타홀딩스와 이스타항공 경영진 판단에 이해 이뤄졌다"고 반론을 폈다. 덧붙여 "보통 M&A 과정에서 매수 회사의 직원이 매각대상 회사에 자금관리자로 파견돼 일정규모 이상의 자금 지출에 대해 동의해주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설명도 곁들였다.
이스타항공 측이 타이이스타젯과 관련, 이행하지 못한 사항에 대해 제주항공은 "주식매매계약서와 계약서상 △타이이스타젯-이스타항공 간 보증관계 해소 △채무불이행 사유(EOD) 발생 방지 △기타 선행조건들이 규정돼 있는데, 현재 그러한 선행조건들이 충족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베트남 기업결합심사 고의 지연에 대해서는 "베트남 기업결합심사 완료 서류를 오늘(7일) 받았다"며 "이로써 제주항공이 수행해야 할 계약 선행조건은 다 완료됐으며, 딜을 클로징하려면 이스타홀딩스의 선행조건이 완료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제주항공이 이와 같은 입장문 내놓음에 따라 항공업계는 이스타항공 M&A는 사실상 파국을 맞으며 물 건너간 것으로 보고 있다.
허희영 한국항공대학교 항공경영대학 경영학부 교수는 "제주항공이 이번 입장문 발표를 통해 '이스타항공의 신뢰 문제'를 자주 거론한 만큼 사실상 M&A 포기선언을 했다고 봐야 한다"고 평가했다.
허 교수는 "예상보다 제주항공 측이 강경하게 나왔다"며 "이 정도면 인수 계약금과 경영정상화 자금 등 220여억원은 돌려받지 않을 각오를 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분석했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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