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백지현 기자] 한국은행이 시장의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현재의 연 0.5%로 동결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통화정책 완화의 필요성은 꾸준히 제기되고 있지만, 추가 금리인하 여력이 제한적인 데다 불어난 유동성으로 부동산 시장 과열이 기준금리 동결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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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사진=한국은행 |
한은은 16일 오전 이주열 총재 주재로 통화정책방향을 결정하는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다음 통화정책 방향 결정시까지 현재와 같은 수준인 연 0.50%를 유지해 통화정책을 운용하기로 결정했다.
시장에선 한은의 기준금리 동결 결정은 이미 예상했던 결과라는 분위기다. 한은은 코로나19 사태가 정점으로 치달으면서 지난 3월 16일 임시 금통위를 열어 기준금리를 연 1.25%에서 0.75%로 0.5%포인트 ‘빅컷’을 단행했다. 이후 5월 28일 0.25% 포인트로 기준금리를 또 한 차례 내리면서 기준금리는 통화정책이 유효한 금리 하한선인 실효하한에 상당히 근접했다는 분석이다.
실효하한은 유동성 함정이나 자본유출 등을 고려한 기준금리의 하한선을 뜻하는데, 실효하한 밑으로 기준금리를 내리면 당초 금리인하로 기대했던 경기부양의 효과보다는 외국인의 자금이탈, 환율 불안 등 부작용이 커질 우려가 높아진다.
이 총재도 추가 금리인하에 대한 신중한 입장을 보여왔다. 이 총재는 지난달 28일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실효하한이라는 것은 주요국, 국내외 경제여건을 고려하기 때문에 가변적일 수밖에 없다”면서도 “이번 금리인하로 실효하한에 가까워졌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여기다 최근 과열된 부동산 시장도 기준금리를 내리는데 부담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기부양을 위해 시중에 풀린 돈이 주식투자 및 부동산 자금으로 활용되면서 현재 시장이 과열된 상태다. 이런 분위기에 비춰 한은이 기준금리를 또 다시 인하하기에는 부담스러운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편 조윤제 금융통화위원이 직무관련성이 있다고 판단된 보유 주식 전량을 매각하면서 이날 열린 금통위 본회의 의결에 참여했다. 앞서 조 위원은 취임 후 첫 통화정책방향을 결정하는 5월 금통위 의결에 참여하지 못했다.
조 위원은 올해 4월 금통위원 취임 당시 직무관련성이 있다는 판단에 따라 금융주 등 5개사 주식을 매각했지만, 비금융 중소기업 3개사 주식(쏠리드‧선광‧SGA)은 보유한 상태였다. 그러나 인사혁신처 주식백지신탁심사위원회는 지난달 22일 조 위원이 보유한 주식과 관련해 직무관련성이 있다고 결론지음에 따라 조 위원은 보유주식 전량을 매각했다.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재산공개 대상자는 보유 주식이 3000만원을 초과하는 경우 이를 매각 또는 백지신탁 하거나 직무관련성 심사를 받아야 한다.
-다음은 한국은행 통화정책방향 의결문 전문이다.
금융통화위원회는 다음 통화정책방향 결정시까지 한국은행 기준금리를 현 수준(0.50%)에서 유지하여 통화정책을 운용하기로 하였다.
세계경제는 코로나19 확산세 지속에도 불구하고 경제활동이 점차 재개되면서 경기위축이 다소 완화되는 움직임을 나타내었다.
국제금융시장에서는 경기회복 기대 등으로 위험회피심리가 완화되면서 주요국 주가가 상승하고 미 달러화가 약세를 나타내었으며, 국채금리는 소폭 등락하였다. 앞으로 세계경제와 국제금융시장은 코로나19의 전개 상황, 각국 정책대응의 파급효과 등에 영향받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경제는 민간소비가 경제활동 제약 완화, 정부 지원책 등에 힘입어 반등하였으나 수출 감소세와 건설투자 조정이 이어진 가운데 설비투자 회복이 제약되면서 부진한 흐름을 지속하였다.
고용 상황은 큰 폭의 취업자수 감소세가 이어지는 등 계속 부진하였다. 앞으로 설비투자와 건
설투자가 완만한 개선 흐름을 나타내겠지만 소비와 수출의 회복이 당초 전망보다 다소 더딜 것으로 예상된다. 금년중 GDP성장률은 지난 5월 전망치(-0.2%)를 하회할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석유류 및 공공서비스 가격 하락 등으로 0% 내외의 낮은 수준을 나타내었다. 근원인플레이션율(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도 0%대 초반을 지속하였으며, 일반인 기대인플레이션율은 1%대 중반수준을 유지하였다.
앞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근원인플레이션율은국제유가 하락의 영향 지속, 수요측면에서의 낮은 물가상승압력 등으로 0%대 초반 수준에 머무를 것으로 보인다.
금융시장은 국제금융시장의 변동성 축소 등에 힘입어 안정된 모습을 나타내었다. 주가가 상승하고 원/달러 환율이 상당폭 하락하였으며 장기시장금리는 좁은 범위에서 등락하였다. 가계대출은 증가규모가 전월에 비해 크게 확대되었으며 주택가격은 수도권과 지방 모두에서 오름세가 확대되었다.
금융통화위원회는 앞으로 성장세 회복을 지원하고 중기적 시계에서 물가상승률이 목표수준에서 안정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금융안정에 유의하여 통화정책을 운용해 나갈 것이다.
코로나19 확산의 영향으로 국내경제의 성장세가 부진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수요측면에서의 물가상승압력도 낮은 수준에 머무를 것으로 전망되므로 통화정책의 완화기조를 유지해 나갈 것이다. 이 과정에서 코로나19의 전개 상황과 국내외 금융·경제에 미치는 영향, 금융안정 상황의 변화, 그간 정책대응의 파급효과 등을 면밀히 점검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