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백지현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부실 사모펀드 사태가 2분기 금융그룹의 판도를 흔들었다.
사모펀드 사태에 휘말리지 않은 KB금융이 신한금융을 제치고 1위로 올라섰다. 반면 금융그룹 중 유일하게 증권사를 계열사로 두지 않은 관계로 이른바 ‘동학개미운동’의 덕을 보지 못했던 우리금융은 농협금융에 자리를 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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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종규 KB금융그룹회장./사진=KB금융 |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2분기 5대 금융그룹의 순이익은 KB금융 9818억원, 신한금융 8732억원, 하나금융 6876억원, 농협금융 5716억원, 우리금융 1423억원 순이다.
지난해 연간 기준 순이익은 신한금융 3조4035억원, KB금융 3조3118억원, 하나금융 2조4084억원, 우리금융 1조9041억원, 농협금융 1조7796억원으로 신한금융과 우리금융이 각각 KB금융과 농협금융에 자리를 내줬다.
이처럼 2분기 실적의 희비를 가른 것은 코로나 여파와 부실 사모펀드 환매중단 사태에 따른 충당금 규모였다. 신한금융은 신한금융투자가 파행결합증권(DLS) 관련 충당금 1248억과 라인자산운용 펀드 판매와 관련해 769억원의 영업외비용이 발생했다. 여기다 코로나 여파에 따른 충당금으로 1850억원을 적립했다.
반면 부실 사모펀드 사태에 비껴있던 KB금융은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충당금(2060억원)만 적립함으로써 결과적으로 2분기 ‘리딩금융그룹’의 자리를 탈환할 수 있었다.
우리금융은 증권사의 부재가 이번 실적에 큰 영향을 미쳤다. 이들 금융그룹의 충당금 총액은 근소한 차이를 보였으나, 증권사를 보유한 농협금융이 이번 증권시장의 활황에 따른 이익을 얻어 우리금융을 제치고 우위를 점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금융은 부실 사모펀드 사태에 따른 비용으로 1600억원, 코로나 관련 2375억원 등 3356억원의 충당금을 쌓았다. 농협금융은 코로나 관련 충당금 등으로 총 3228억원을 적립했다.
그러나 NH투자증권이 2분기 2305억원의 순익을 거두면서 충당금을 상쇄한 것이다. 우리금융은 지난 2014년 농협금융에 우리투자증권을 매각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금융그룹의 성장을 견인해왔던 은행부문의 성장세가 한계에 부딪힌 상황에서 비은행 부문의 실적이 그룹 성장에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면서 “특히 이번 실적의 희비를 가른 증권사의 부재는 우리금융에게 뼈아픈 부분으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