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KCGI에 한진칼 지분 0.08% 매각
이달 말 삼각편대 계약기간 종료…해외 이민 준비설도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칼호텔 매각 등 '조현아 지우기' 나서기도
대한항공, 3자연합 반대 아시아나항공 M&A PMI 산업은행 제출
[미디어펜=박규빈 기자]조현아 전 대한항공이 한진칼 지분 일부를 KCGI에 넘기며 한진그룹 경영에서 사실상 손을 놨다. 반면 아시아나항공 인수 작업과 각종 구조조정이 순항하는 가운데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운신의 폭은 넓어지는 모양새다.

   
▲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왼쪽)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사진=한진그룹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조현아 전 부사장은 지난 8일 KCGI에 한진칼 주식 5만5000주를 양도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한진칼 전체 주식 중 0.08%다. 조 전 부사장이 보유한 한진칼 지분은 5.71%로 3남매 중 가장 적어지게 됐다.

조 전 부사장은 KCGI와의 거래로 33억7150만원을 수중에 쥐게 됐다. 이로써 KCGI-조 전 부사장-반도건설이 결성한 '한진그룹 경영 정상화를 위한 한진칼 주주연합(3자연합)'은 와해된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3자는 지난해 1월 31일 주식 공동보유계약을 맺은 바 있다. 의결권 공동 행사와 단독 주식 신규 취득 또는 불가를 골자로 한 이 계약은 만료 시점이 공개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들이 이뤘던 동맹 체제는 이달 말 계약이 끝나는 것으로 전해진다.

조 전 부사장이 한진칼 지분을 일부 매도한 것은 경영권 분쟁 이외에도 상속세 문제 해결 등 현실적인 문제가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소위 '땅콩 회항' 사건이 생겨나고 조 전 부사장은 2015년 12월 한진그룹 내 모든 자리에서 전격 퇴진했다.

사실상 7년차 무직 신세인 조 전 부사장에게는 한진칼·대한항공·정석기업 등 그룹 내 지분을 갖고 있는 계열사들로부터 연간 10억원 수준의 배당금이 수입의 전부다. 조 전 부사장이 모친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조원태 회장·조현민 ㈜한진 부사장과 공동으로 부담해야 할 조양호 선대 회장 상속세는 2700억원 수준이다. 이 중 조 전 부사장 몫은 600억원이다. 그나마도 액수가 커 국세청과 5년 분할 납부를 하기로 약정했는데 조 전 부사장에게는 연납 120억원이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한국산업은행이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한진칼의 주요 주주로 급부상하며 기세등등하던 3자연합의 영향력도 찻잔 속 태풍이 됐다. 이와 관련해 3자연합은 오는 26일로 예정된 정기 주주총회에서의 주주제안도 포기했다. 이사 선임에 관한 건을 한진칼에 송부하던 지난해와는 영 딴판이다.

조 전 부사장을 둘러싸고 해외 이민 준비설도 들려온다. 강성부 KCGI 대표이사와 권홍사 반도건설 회장과 모의했던 일종의 '경영 쿠데타'가 실패했다고 평가되는 지점이다. 조 전 부사장이 오너 일가와 대척점에 서있는 KCGI에 지분을 처분한 만큼 경영 일선에 복귀할 가능성도 낮아보인다.

   
▲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사진=대한항공 커뮤니케이션실


반면 조원태 회장은 3자연합의 영향력이 거의 소멸됨과 동시에 점점 입지를 넓혀가는 모양새다.

조 회장은 △윌셔그랜드센터 호텔 △제주 파라다이스호텔 부지 △서귀포 칼(KAL)호텔 △제주칼호텔 △그랜드하얏트인천 △왕산레저개발 △종로구 송현동 호텔 부지 등 전방위적 '호텔 바겐세일' 방침을 천명했다. 재계에서는 조 회장이 '조현아 지우기'에 적극 나선 것으로 분석했다.

또 조 회장은 코로나19로 인한 경영난 타개 차원에서 대한항공 자회사 항공종합서비스의 칼 리무진(KAL LIMOUSINE) 사업부를 사모펀드(PEF) 운용사 케이스톤파트너스에 매각하기로 MOU를 체결했다. 아울러 기내식·기내면세품 판매 사업을 사모펀드 한앤컴퍼니에 넘겼고 제주도 소재 연동 사택 매각도 진행하는 등 인력을 제외한 동시다발적이고도 과감한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있다.

조 회장은 산은과 한국수출입은행으로부터 2조원 가량의 운영지원자금을 얻어냈고 한진칼로 하여금 대한항공에 3000억원을 유상증자했다. 대한항공 역시 두 차례의 유상증자로 4조4269억원을 자체적으로 조달하는데 성공했다. 이는 조 회장이 시장의 지지를 받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23기에 달하는 대형 화물기단 운용과 여객기 좌석 탈거 후 화물기 개조를 통한 항공화물 운송으로 국내 항공사들 중 대한항공만 유일한 영업이익을 낸 점도 조원태 회장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

무엇보다 조 회장은 아시아나항공 인수 추진으로 한진그룹의 재도약을 이끌고 있다는 평가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간 통합이 완료되면 연 매출 19조1000억원, 자산 규모 40조원 수준의 글로벌 7위 메가 캐리어가 탄생한다. 이를 바탕으로 한진그룹은 국내 재계 서열 10위 안으로 재진입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편 대한항공은 이날 산은에 아시아나항공 인수 이후 통합 전략 방안(PMI)를 제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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