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음료 시장은 일상과 맞닿아 있는 만큼 치열한 경쟁으로 분주하다. 코로나19로 사회 전반의 피해가 크지만 업계의 변화는 가히 주목할 만하다. 무엇보다 실물 경제의 회복이 절실한 상황이다. 변화된 일상과 소비 패턴에 재정비를 하고 있는 식음료 업계 주역들의 성공 비결을 분석하고 리스크를 살펴본다.<편집자주>
[식음료 열전①-치킨]잘 나가는 '교촌' vs 따라가는 'bhc' vs 떠오르는 'BBQ'
[미디어펜=이다빈 기자]배달 음식의 대명사 '치킨' 업계의 규모는 지난해 기준 7조474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코로나19 영향으로 5년 전보다 53%나 증가한 역대 최고 규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9년까지 집계된 치킨 전문 업체의 수는 450개를 상회하며 파이 다툼은 더욱 치열해졌다. 매출 1위 자리는 교촌이 차지하고 있다. 이어 독자경영 후 급성장을 이룬 bhc가 매출 2위, 다양한 마케팅과 신제품으로 재도약을 노리는 BBQ가 매출 3위를 기록하고 있다.
◆IPO 통해 치킨 업계 1인자 견고히…'잘나가는' 교촌
교촌치킨 운영사 교촌에프앤비의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은 전년 대비 18% 증가한 4476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4% 늘어난 410억원을 달성하며 업계 1위를 공고히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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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촌에프앤비 CI./사진=교촌에프앤비 |
소진세 교촌에프앤비 회장은 지난해 12월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 최초로 코스피 상장에 성공했다. 교촌에프앤비는 전문경영인 체제의 새로운 수장 소 회장의 지휘로 치킨 경쟁력 강화를 위해 2018년부터 ‘담김쌈’, ‘숙성72’ 등 부실 가맹사업을 정리하는 등 IPO를 위한 절차를 밟았다.
교촌에프앤비는 주식 상장을 성장 동력으로 삼아 2025년까지 해외 25개국에 500개 매장을 여는 등 글로벌 종합식품기업으로 성장해 매출 7700억원과 영업이익 1000억원을 달성하겠다는 포부를 제시했다.
창업주 권원강 전 회장이 1991년 경북 구미에서 10평 남짓 점포 하나로 시작한 교촌치킨이 최대 실적을 올리며 치킨 업계 1위로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로는 트랜드를 따라가되 고유성을 유지하고 있는 메뉴 경쟁력이 덕이라고 분석된다.
교촌의 정체성이라고 할 수 있는 시그니쳐 메뉴 '교촌시리즈'는 통마늘과 발효간장으로 만든 마늘간장소스로 오랫동안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경남 밀양, 경북 예천에서 공수한 국내산 청양홍고추와 마늘, 생강 등으로 은은한 매운 맛을 재현한 '레드시리즈' 역시 베스트셀러다. '단짠(단맛+짠맛) 열풍'과 함께 2010년 출시된 '허니시리즈'는 아카시아 벌꿀을 사용한 소스로 감칠맛을 내 마니아층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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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촌허니순살./사진=교촌에프앤비 |
치킨 업계 대표 장수기업으로 꾸준한 실적을 자랑하는 교촌이지만 한때 오너리스크로 골머리를 앓기도 했다.
교촌에프앤비가 2019년 소 회장을 필두로 하는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한 계기는 2018년 '오너가 임원 갑질 논란' 때문이다. 임원으로 있었던 권 전 회장의 친척이 임직원을 폭행했음에도 회사에 복귀며 교촌에프앤비는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이후 교촌에프앤비는 소 회장의 영입으로 오너리스크를 크게 줄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뿌링클·맛초킹·치즈볼…히트 메뉴와 함께 급성장 'bhc'
bhc가 추산하는 지난해 매출은 4000억원 수준이다. 2013년 독자경영을 시작한 bhc가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이유로는 전문경영인을 통한 경영 혁신과 경쟁력 있는 메뉴를 통한 차별화에 성공했기 때문이라는 평가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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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촌허니순살./사진=교촌에프앤비 |
bhc는 통상 창업주가 경영을 이끄는 프랜차이즈 업계에서는 독특하게 전문경영인 체제로 경영을 시작했다. 그 결과 삼성전자 출신 박현종 bhc 회장의 진두지휘로 시스템 중심의 경영과 투명하고 적극적인 투자를 단행할 수 있었다. bhc는 별도 자회사 없이 독립적인 법인으로 운영되며 효과적인 경영 프로세스를 구축하고 있다.
여기에 bhc는 젊은 층 입맛에 특화된 맛을 연구해 2014년 출시된 '뿌링클'과 2015년 출시된 '맛초킹'을 연이어 히트시키며 상품에 있어서도 차별화에 힘썼다.
bhc는 치킨 못지않은 사이드 메뉴를 내놓으며 신시장 개척에도 성공했다. 2018년 출시된 '달콤바삭 치즈볼'은 SNS를 타고 '치즈볼' 열풍을 선도했다. 2019년 bhc 매출 구성비에서 사이드 메뉴의 비중은 12%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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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hc 뿌링클./사진=bhc치킨 |
한때 BBQ의 자회사로 있던 bhc는 2013년 프랜차이즈서비스아시아(FSA)에 매각된 후 빠르게 성장해 3년 만에 BBQ의 매출을 앞질렀지만 몇 차례의 소모적인 소송전을 진행하며 두 회사의 관계는 크게 틀어졌다.
bhc가 매각되는 과정에서 양사는 소스‧파우더 등 물류 공급에 대한 계약을 체결했지만 BBQ는 영업비밀이 누출되고 있다는 이유로 계약을 파기시켰다. bhc는 BBQ를 상대로 계약이 부당하게 해지됐다며 소송을 걸었고 그 결과 300억원의 배상 판결을 받았다.
최근에는 BBQ가 사내 내부전산망에 불법 접속했다는 혐의로 박현종 bhc 회장을 검찰에 기소했다. bhc는 혐의를 부인하며 공방전을 이어가고 있다.
3위에서 추격하고 있는 BBQ와의 시장점유율 차이도 0.1~0.5%포인트 수준으로 치열한 만큼 양사의 경쟁구도가 감정싸움으로 번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BBQ, 트랜드 따른 마케팅과 신제품 내세워 재도약
한 때 치킨 프랜차이즈 1위 영광을 누리던 BBQ치킨의 운영사 제너시스BBQ는 bhc와의 소송전과 더불어 치킨값 인상, 오너리스크 등 악재가 겹치며 3위로 추락했다. 지난해 매출은 3500억원t수준에 불과하다. 2위 bhc와도 500억원 이상 차이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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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너시스BBQ CI./사진=제너시스BBQ |
2018년 11월에는 전체 매출에서 80% 이상을 차지하는 인기 제품들의 가격을 기습 인상해 소비자들의 불만이 이어졌다. 여기에 2019년에는 가맹점주들에게 생닭 한 마리당 300원의 광고료를 받아 논란이 이는 등 크고 작은 잡음이 잇따랐다.
수 년 간 지속해온 bhc와의 소송전 역시 타격이 컸다. BBQ는 bhc의 지분을 매각할 당시 가맹점 수를 제대로 알리지 않은 혐의로 인수 당사자 프랜차이즈서비스아시아(FSA)에 98억원을 지불하기도 했다.
최근 BBQ는 주춤했던 성장세를 다시 일으키고자 다양한 신제품과 트렌트를 반영한 마케팅을 앞세워 재도약에 힘쓰고 있다.
지난해 8월 젊은 층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가수 황광희의 유튜브 웹예능 콘텐츠 '네고왕'을 통해 진행한 프로모션을 통해서는 당시 주말 매출 65억원을 기록하고 자체 맴버십 회원 수도 기존 30만여명에서 60만여명으로 2배 가량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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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고왕'에서 진행한 BBQ 황금올리브 7000원 할인 프로모션./사진=제너시스BBQ |
지난해 6월에는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언택트 소비에 발맞춰 배달 및 포장 특화매장인 BSK(BBQ Smart Kitchen) 매장을 론칭했다. BSK 매장은 런칭 2개월 만에 신규 계약 건수 100건을 돌파하고 지난 12월 200호점 오픈을 기록하는 등 예비 창업자들과 소비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신메뉴 출시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BBQ는 이달 MZ세대와 '홈술족'들을 겨냥해 '황올한 깐풍치킨'을 내놓았다. 감자와 고구마전분의 튀김옷을 입혀 특제 깐풍소스에 버무린 황올한 깐풍치킨은 색다른 양념치킨에 대한 니즈가 높았던 MZ세대에게 색감과 향, 맛을 제공하고 맥주와 잘 어울려 코로나19로 인해 집에서 음주를 즐기는 '홈술족'들에게도 호평을 받고 있다.
[미디어펜=이다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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