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주도' 재테크 먹튀 수단으로 변질…"허술한 규정 뜯어고치거나 제도 자체 폐지해야"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관세평가분류원(관평원)의 부조리 등 세종시 아파트 공무원 특별공급(특공) 실태에 대한 국민적 비난이 거세다. 도입 10년을 맞이한 '행복도시 이전기관 종사자 특별공급제도'에 대한 비난이다.

문재인정부가 야기한 전국적인 아파트값 상승과 맞물리면서 정부가 주도한 '관테크 먹튀'(공무원이 이익을 먹고 튄다는 부정적 의미) 수단으로 변질됐다는 비판까지 나올 정도다.

굳이 관평원 사례 뿐만 아니다. 특공을 이용해 아파트를 분양 받은 후 되팔아 시세차익을 누린 사례는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윤성원 1차관·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 등 고위직부터 하위직까지 부지기수다.

실제로 청와대가 지난해 말 임명한 차관 6~7명은 특공으로 분양받은 세종시 아파트에 살지 않다가 팔면서 억대 차익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의 시작은 대전에 위치한 관세청 산하 관평원이 특공 아파트를 노리고 세종시 청사 신축을 강행했다는 의혹이다.

관평원은 행정안전부 고시에 따라 세종시 이전 대상이 아니었지만 이전을 추진해 예산 171억 원을 따낸다. 이후 행안부에 고시 개정 변경을 요청했다가 퇴짜를 맞았지만 건축을 강행했다.

해당 건물은 '유령 청사'가 됐다. 세종시 이전 대상이 아니라 관평원은 계속 대전에 있을 수밖에 없었고 건물은 아직 비워둔 채다.

그 사이 관평원 직원 82명 중 49명이 특공 아파트를 분양 받았다. 현지 부동산 상황을 고려하면 아파트를 처분하지 않아 수억 원의 시세차익을 남기게 된 사례가 속출한 셈이다. 국민이 납부한 세금으로 예산 171억 원을 쏟아부어 관평원 직원들이 고수익을 올린 격이다.

세종에 있다가 다른 곳으로 청사를 옮긴 새만금개발청과 해양경찰청에도 이와 유사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8일 의혹의 파장이 심상치 않자 정부 대처는 국무조정실 조사 등 신속하게 이루어졌지만 이미 불거진 '특혜 시비'를 막을지는 미지수다.

   
▲ 관평원 특공 혜택 의혹에 대해 국무조정실 조사를 지시한 김부겸 국무총리. /사진=국무총리실 제공
이제 와서 법적인 실효성이 있느냐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관평원의 위법이 확인되더라도 부처가 추진을 강행했고 이에 부수적으로 생긴 직원들의 사익 추구를 어디까지 제단할지가 관건이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이날 아파트 특공에 대해서는 취소 가능 여부에 대한 법적 검토를 하라고까지 지시했다.

정부가 내세운 카드는 세종시 공무원 특공에 대한 전면개편이다.

19일 국토부는 지난달 5일 행정예고한 전면개편안을 조만간 확정 짓는다고 밝혔다. 안은 기존 특공을 원점에서 재검토했다. 대상 및 비율을 축소하고 중복 특공을 불인정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번에 문제가 불거진 사건들은 대부분 개편안을 통해 방지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러한 전면개편안은 제도 폐지가 아니라 혜택 축소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이미 특공을 통한 시세차익 실현이 파문이 된 마당에 특공 폐지에 대한 목소리가 높지만 정부는 아랑곳하지 않는 상황이다.

기존 특공제도 문제점은 이전계획고시나 부지계약할 경우 규정상 이전 확정일로 인정되어 공무원의 특공 신청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제도상 구멍이다.

부지만 확보해도 된다는 이 규정에 따라 관평원 직원들은 유령 청사가 완공되기 전에 특공 아파트 분양 확인서를 발급받았다. 정확히는 관평원이 한국토지주택공사로부터 세종시 청사 신축 부지를 사들인 2017년 2월 22일을 기점으로 특공 대상이 됐다.

법조계에서는 특공 특혜 폐지는 물론이고, 이전기관 전수조사를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현직 부장판사는 18일 본보 취재에 "행정중심복합도시 특공 운영기준 제 4조에 따르면, 이전 확정일을 '이전 계획 고시일' 또는 '부지 매입 계약일'로 하고 있다"며 "총리나 대통령이 나서더라도 관평원 직원들의 특공 혜택은 합법적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그는 "문제는 세종 공무원 특공이 국민적 요구로 만들어진게 아니라 특정집단을 위해 만든 제도이고 당초 취지였던 세종시 정주 유도와 현 상황은 완전히 동떨어지게 됐다는데 있다"며 "부동산 가격을 올린 주범인 문정부가 나서서 제대로 매듭짓지 않으면 이러한 특혜 시비는 계속해서 일어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그는 "이미 낸 시세차익을 환수할 방법은 없어 보인다"며 "이전기관 전수조사를 해서 정확한 실태를 확인하는 것이 그나마 실현가능한 대안으로 보인다"고 조심스레 밝혔다.

부동산 대출에 온갖 규제를 가해 실거주자 국민들의 이사 자체를 어렵게 만들고 거주 이전의 자유에 실질적인 제한을 가해온 문정부가 이번 사안에 명쾌한 해답을 내릴지 의문이다.

특혜 시비를 막으려면 실효성 있는 과감한 결단이 필요하다.

아파트값이 그간 많이 올랐고 세종시 이전이 사실상 마무리된 이상, 대상 축소가 아니라 제도 자체에 대한 폐지를 적극 검토해야 할 시점이다. 정부가 언제까지 국민 혈세를 들여 관테크를 방조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