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 특별검사 수사 결정권, 가석방 결정권, 검찰 인사권. 명목상 검찰 수사에 구체적으로 개입할 수 없지만 법무부 장관이 쥐고 있는 주요 권한 3가지다.
13일 지명돼 후보자 신분이지만 국회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반대에도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는 한동훈 검사장(사법연수원 부원장·현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행보에 세간의 이목이 집중된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향후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장관으로 공식 임명된다고 가정하면, 자신의 뜻대로 정국에 파란을 일으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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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왼쪽)이 4월 13일 오후 2시 서울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기자회견장에서 국무위원 후보자 인선 2차 발표를 하고 있다. 윤석열 당선인 뒷편 우측에는 이날 법무부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한동훈 사법연수원 부원장이 자리했다. /사진=인수위 제공 |
바로 직권으로 상설특검을 발동할 수 있는 특별검사 수사 결정권을 통해서다.
특별검사(특검)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특검법)에 따르면, 특검은 국회가 본회의에서 의결한 사건 말고도 법무부 장관이 공정성이나 이해충돌 등을 이유로 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사건을 수사 대상으로 삼는다.
법무부 장관이 특검 수사를 결정하면 대통령은 특검후보추천위에 특검 후보자 2인의 추천을 의뢰하고, 2명을 추천 받은 날로부터 3일 내로 이 중 1명을 특별검사로 임명해야 한다.
대통령의 관여가 지나칠 뿐더러 임명 요건이 복잡해 지금까지 법무부 장관발로 상설특검이 발동된 적은 없다.
하지만 민주당이 지난 12일 당론으로 채택하면서 강행을 예고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 국회 본회의 의결을 통해 현실화될 경우, 윤석열 당선인 또는 새 법무부 장관이 이를 발동할 여건이 마련된다.
상설특검이나 검경 합동수사본부를 통해, 이재명 대선후보를 비롯해 민주당 인사들에 대해 수사할 길이 열리는 것이다.
검수완박은 당사자인 검찰을 비롯해 대한변호사협회(변협)·한국형사소송법학회 등 법조계 대부분이 반대하는 사안이다.
민주당이 여론의 반대를 무릅쓰고 검수완박을 마치더라도, 윤 당선인이 임명하고 수사와 기소권을 모두 가진 특별검사가 한동훈 신임 법무장관이 지정한 사건을 수사할 수 있게 됐다.
다만 윤 당선인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한 후보자가 다음달 장관 취임 후 정치적 편향성이나 공정성 시비에 휘말릴 수 있다.
익명을 요구한 민주당 관계자는 이에 대해 13일 본보의 취재에 "한동훈 후보자가 장관이 된 후 인사권을 이용해 검찰 수사나 특검 제도를 통해 사건에 영향을 미치려 한다면 큰 정치적 문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윤석열 정권에 불리하게 일해온 검사들에게 인사권을 통해 한동훈 후보자가 보복하려 한다면, 법무부 장관이 검찰 수사의 중립성과 공정성을 완전히 훼손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그는 "예전 박근혜 정부 당시 통진당 심판 과정에서 황교안 전 법무부 장관이 했던 일과 다를 게 뭐가 있겠나"라며 "향후 벌어질 일에 대해 경악을 금치 못하겠다, 대통령 측근 중에서도 최측근으로 꼽히는 한동훈 후보자가 가장 우려되는 점"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한편 지방검찰청에 근무하는 한 부장검사는 이날 본보 취재에 "왜 멀리 박근혜 정부를 빗대느냐"며 "현 문재인 정권만 놓고 봐도 추미애 전 장관과 박범계 현 장관이 있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그는 "장관이 수차례 수사지휘권을 발동한 사례는 이번 정권 들어 처음"이라며 "자기네들이 스스로 법무장관의 권한을 남용해 지금과 같은 사태를 만들었으면서 어불성설이자 내로남불"이라고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또한 그는 윤 당선인의 이날 한동훈 법무장관 후보 지명에 대해 "민주당의 검수완박에 한동훈 지명으로 맞선 격"이라며 "비정상의 정상화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포석이라고 본다, 검사장은 차관급 공무원으로 법무부 장관을 시켜도 파격이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장관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의 찬반 여부와 관계 없이 대통령이 임명하는 자리다. 한 후보자가 다음달 장관 취임 후 어떤 면모를 보일지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검찰은 나쁜놈들 잘 잡으면 됩니다. 효율적으로 실력있게. 검찰이라는 곳이 몇백년간 이어진 곳이기 때문에 뭐 새로 할 것이 없어요. 그냥 법과 상식에 맞게 진영 가리지 않고 나쁜놈들 잘 잡으면 됩니다."
한 후보자가 이날 오후 장관 지명을 받은 후 기자들을 만나 언급한 발언이다. 진영을 가리지 않겠다는 초심이 그대로 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