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규빈 기자]글로벌 공급망 이슈가 이어지며 산업 전반의 원가 상승의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그래픽카드의 물량 수급 상태가 호전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러시아에 배정된 물량이 국내로 들어오고, 이더리움 채굴 방식이 변경되는 상황 등이 맞물려 그래픽카드 가격이 점차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다.
18일 온라인 가격 비교 사이트 다나와에 따르면 엔비디아 그래픽카드 권장 소비자 가격(MSRP)이 빠른 속도로 낮아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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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IGABYTE 지포스 RTX 3080 Ti VISION OC D6X 12GB 가격./사진=다나와 캡처 |
MSI 지포스(GeForce) RTX 3080 Ti 슈프림 X D6X 12GB 트라이프로져2S는 지난해 12월 273만2000원으로 정점을 찍었다. 올해 2월에는 209만8000원, 지난 12일에는 167만3580원으로 주저앉았다. 기가바이트 지포스 지포스 RTX 3090 Gaming OC D6X 24GB는 지난해 11월 362만8990원을 기점으로 지난 12일 219만1000원으로 가격이 낮아졌다.
상위 트림 제품군 뿐만 아니라 상대적으로 낮은 등급의 경우 낙폭이 훨씬 컸다. 이엠텍 지포스 RTX 3070 Ti BLACK EDITION D6X 8GB는 지난해 10월 161만원을 찍고 현재는 89만9660원에 거래된다. 지난해 5월 235만원이던 이엠텍 지포스 RTX 3060 Ti STORM X Dual OC D6 8GB는 66만9000원으로 약 1년 새 71.53%나 가격이 떨어졌다.
좀처럼 떨어지지 않을 것 같았던 그래픽카드 가격에 급격한 변화가 찾아온 이유는 크게 3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엔비디아(nVIDIA)는 그래픽카드 핵심 부품인 GPU 칩을 개발한다. 전세계 어느 시장에 얼마나 할당할지, 적정 MSRP는 어느 정도로 설정할지에 대한 주도권도 갖고 있다. 사실상 가격 결정권을 가진 셈이다.
통상 지포스 제품군 중 10% 정도는 동부 유럽으로 유통되지만 지난 2월 우크라이나 사태가 발발하자 앤비디아는 러시아 내 그래픽카드 판매를 전면 중단했다. 3월분 RTX 3000 시리즈를 실은 채 이미 러시아로 향하고 있던 화물선은 아시아로 기수를 돌렸다. 업계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한국·호주·중국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 시장에 물량을 더 풀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시장에서 판매하지 못한 물량을 받아줄 곳을 찾은 결과다.
당초 러시아향이던 제품들은 원산지인 대만이나 중국 선전(심천) 등의 공장으로 돌아가 KC 스티커 부착 등 각국 규제에 맞게 재포장 과정을 거치게 된다. 이르면 이달 말 경 국내에 도착해 시장에 유통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가별 인기 제품도 다른 만큼 엔비디아는 이에 대한 계획을 세울 것으로 보인다. 중국 대비 구매력이 높은 국내에서는 RTX 3070부터 3090 등 고급 라인업이 인기가 좋다.
아울러 암호 화폐 '이더리움'의 채굴 방식 변화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더리움 재단은 지난해 말 그래픽카드 연산 능력을 활용하지 않고, 지분에 따라 채굴량을 배당하는 'PoS' 방식을 채택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채굴 수요가 급감했고, 그래픽카드 제조사들의 공급이 원활해져 시중 판매 가격이 안정화 되기 시작했다.
가격 안정세가 찾아오자 4월 1주차 다나와에서 거래된 그래픽카드 수는 3월 1주차 대비 31.9%나 늘었다. 일반적으로 PC 시장 성수기는 1분기이고, 비수기는 2분기부터 시작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편 그래픽카드 가격 하락세가 거듭 이뤄지는 와중에도 국내 유통 가격을 정하는 용산 전자 상가의 업자들과 조립 컴퓨터를 맞춰보려는 게이머 등 일반 소비자들의 간의 샅바 싸움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용산을 위시한 일선 유통점에서는 고가에 그래픽카드를 들여왔는데 시세는 점점 낮아지고 있다. 하지만 디시인사이드 컴퓨터 본체 갤러리나 퀘이사존 등의 반응을 보면 소비자들은 더 떨어질 것이라며 관망하는 분위기다.
최근 용산 유통업자가 중고 3000번대 그래픽카드를 재포장해 판매하는 사례가 발생하기도 해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해당 제품군에 대한 불신도 커지고 있다. 게다가 엔비디아가 RTX 4000번대 신형 그래픽카드 칩셋을 개발을 계획하고 있다는 설도 돌고 있어 3000번대 이하 그래픽카드 판매 가격 하방 압력은 더욱 커져가고 있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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