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정부가 '내 집 마련' 현실화를 위해 주택담보대출비율(LTV) 확대, 대출만기 연장 등의 완화적 주택금융책을 언급했다. 한국은행의 잇따른 기준금리 인상으로 이자부담이 커지면서 올해 들어 주택 매수심리가 잠잠해진 상황이지만, 새 정부의 완화적인 주택금융정책 덕에 내 집 마련은 한층 쉬워졌다.
차주로선 월 상환 부담금이 줄어들지만 총이자부담이 커지고 가계부채가 급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한편으로 주택담보대출을 만기까지 끌고 가는 차주가 미미하다는 점에서 총이자부담을 언급하는 것은 지나친 우려라는 분석도 나온다.
|
|
|
▲ 정부가 청년과 신혼부부를 위해 최장 50년 만기의 주택담보대출을 내놓는다. 서울시 부동산 아파트 주택 오피스텔 상가 강남 건물/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 등 정부는 청년층과 신혼부부를 위해 최장 50년 만기의 주택담보대출을 구상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주택금융공사가 보금자리론과 적격대출의 만기를 청년층과 신혼부부에 한해 최장 40년으로 늘린 게 성공적으로 정착하면서 한 발 더 나아가는 것이다.
만기가 연장되면 월 상환 부담금이 줄어드는 만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에도 상대적으로 자유로워 대출한도를 늘릴 수 있다. 정부는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연소득의 40%를 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오는 7월에는 총대출액이 1억원만 넘어도 DSR를 적용한다.
이와 함께 보금자리론 주택가격(KB시세)의 상한을 기존 6억원 이하에서 9억원 이하로 확대하고, 청년·신혼부부 등 생애최초 주택구매자 LTV 최대 상한을 기존 60∼70%에서 연내 80%까지 늘린다. DSR 규제에도 불구 새 정부가 '주거복지'를 이유로 완화적인 금융정책을 내놓은 만큼, 내 집 마련은 지난해보다 상대적으로 수월해진 셈이다.
다만 계속되는 금리인상은 발목을 잡는 요인이다. 미 연방준비제도(Fed)는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 6~7월 0.5%p의 금리인상 가능성을 강력히 피력했다. 이와 함께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전날 기준금리를 연 1.50%에서 연 1.75%로 0.25%포인트(p) 인상했다. 한은의 금리인상을 두고 채권시장 전문가들은 연말 기준금리가 2.25~2.50%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주택금융정책을 고려하면 장단이 있는 셈인데, 일각에서는 여론의 우려가 지나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차주만 놓고 볼 때 금리부담이 증가하더라도 수도권지역 일부에서 매물 호가(呼價)가 수억원씩 뛰었던 점을 고려하면 감내할 수 있다는 시각이다. 수도권 수요가 신규공급을 압도하는 덕분이다.
이러한 배경 탓에 당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매수에 나섰던 일부 MZ세대 사이에서는 초저금리를 바탕으로 대출한도를 최대한 끌어 쓰고, 대출만기도 늘릴 수 있는 만큼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공식처렴 여겨졌다. 또 상환방식은 '원리금균등'(원금과 이자를 매월 동일하게 상환)보다 '체증식'(이자를 내면서 원금상환이 서서히 증가)에 주목했다. 월 상환 부담을 줄이면서 살다가 종잣돈을 모아 더 큰 집으로 갈아타기를 한다는 시장 특성 덕분이다.
특히 주담대를 일으킨 차주들이 만기일까지 원리금을 상환하는 경우가 극히 미미하다는 점도 크게 작용한다. 은행권에 따르면 주담대를 일으킨 차주들이 만기일까지 원리금을 상환하는 경우는 10%가 채 되지 않는다. 인플레이션에 따른 자산가치 상승이 워낙 크다 보니 부채를 지렛대로 차익을 누린 사람이 대부분이라는 해석으로 귀결된다. 단기적 부침은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집값이 오를 수밖에 없다는 심리가 내재돼 있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금리인상 기조가 매우 뚜렷해지면서 부동산금융의 부실을 우려하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한은 통계에 따르면 국내 부동산금융 전체 위험노출 규모는 지난해 말 현재 2566조 4000억원으로 2017년 말 1797조 1000억원 대비 42.8% 급증한 상황이다. 증가속도나 경제규모 대비 비중이 매년 상승해 위험규모 증가세도 가속화되고 있다.
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내 부동산금융 위험노출 현황과 리스크 관리방안' 보고서에서 "(국내 부동산금융 위험노출 규모가 급증한 데에는) 부동산시장의 호황과 초저금리 장기화로 급증한 시중유동성이 높은 수익률을 쫓아 부동산시장과 관련 금융투자상품시장으로 유입된 것이 주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일반적으로 부동산금융 부문에서 발생한 리스크는 실물경제로 전이될 가능성이 크고, 역으로 부동산 실물부문의 충격도 관련 금융부문의 위기로 발전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판단된다"며 "가계자산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고, 부동산 관련 대출 및 비은행권 위험노출 비중이 높은 국내적 상황을 고려하면 부동산가격 하락에 따른 금융안정성과 거시경제 전반에 미치는 부정적 파급효과는 여타 자산가격 하락의 충격보다 크게 나타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부동산 쏠림현상이 부실위험의 신호탄이 될 수 있는 만큼, 전반적인 대출규제 완화로 시장의 위험노출 규모를 키우기보다 기존의 경직된 규제체계를 점진적으로 정상화해야 한다는 평가다. 이로써 차주들의 위험추구 경향을 막아야 한다는 것.
유경원 상명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대출을 초장기로 하면 실수요자들의 대출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지만, 단순 계산만 하더라도 (만기가) 40년씩 늘어나면 원금에 가까운 이자부담이 있을 것"이라며 "주택가격이 올랐다는 안도감 밖에 없다. 세금도 더 많이 내야하고, '상투'(높은 가격에 투자) 잡은 것 아닐까 하는 불안감도 뒤따를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이어 "서로 호가(呼價)가 얼마라고 논하면서 장부상 부유해졌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얻는 게 없다. 주택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컨센서스가 형성되면 결국 내가 사고 싶어하는 집 가격도 오를 수밖에 없다"며 "미국 등이 전반적으로 긴축 분위기로 가는데, 한 순간에 투자자들이 (매물을) 내던지면 시장 분위기가 급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