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가 지난 20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취임 두달 밖에 안된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탄핵'을 운운할 정도로 야당의 기세가 등등하다. 최근 여러 논란으로 지지율이 하락해온 윤 대통령에게 경고장을 날린 셈이다.
미디어펜은 이번 기획을 통해 '당선 컨벤션효과' 없이 일종의 허니문 기간인 취임 두달 만에 30%대로 떨어진 윤 대통령 지지도의 실체를 분석하고 향후 전망과 대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실제로 윤 대통령 국정 운영 지지도는 집권 초기 역대 최저치를 보이며 보수 지지층에서도 균열이 일어나고 있다.
미디어펜은 5차례에 걸친 연재기사를 통해 윤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밝혔고 누차 강조해온 '공정과 상식의 회복'을 위한, 또 새 정부의 안정적 국정 운영을 위한 최우선 과제를 제시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통상 새 정부 취임 초기에는 정책 기대감으로 주가가 오르고 투자심리도 개선되지만 이번 정부 땐 그런 게 거의 없었습니다. 다른 후보(이재명 당시 대선후보)가 당선됐으면 상황이 더 안 좋았을 거라는 얘기도 있지만, 어디까지나 ‘가정’일 뿐이니까요.” (국내 대형증권사 관계자 A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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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7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분당서울대학교병원 헬스케어 혁신파크에서 제4차 비상경제민생회의를 갖고 이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
윤석열 정부의 지지율이 좀처럼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9일인 이날 한국갤럽이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다르면 윤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한 긍정평가는 28%, 부정평가는 62%를 기록했다. 긍정평가가 취임 후 처음으로 30% 아래로 떨어진 것이다.
부정평가 항목을 구체적으로 보면 인사(21%), 경험·자질 부족·무능함(8%), 경제·민생을 살피지 않음(8%), 독단적·일방적(8%), 소통 미흡(6%), 전반적으로 잘못한다(5%), 경찰국 신설(4%) 등의 순서가 나타났다. 최근 권성동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의 '내부총질' 문자메시지 노출(3%)도 새로운 하락 요인으로 작용했다.
인사와 관련된 요인이 21%로 가장 크게 작용했지만 ‘경제·민생을 살피지 않음’ 역시 국민들이 지지를 철회한 주요 사유다. 물론 윤석열 취임을 전후로 불거지고 있는 미국발 기준금리 인상과 빅테크 기업들의 주가 하락은 어떤 정부가 들어섰더라도 똑같이 경험했을 요인들이긴 하다.
올해 초만 해도 3000선을 넘보던 코스피 지수는 현재 2500선이 붕괴된 상태다. 반년 만에 15% 넘게 하락한 것이다. 그런데 아무리 외부요인이 공통된 것이더라도 경제 상황에 대처하는 정부의 스탠스에 대해서는 아쉽다는 시선이 많다.
특히나 지난 14일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금융 부문 민생안정 과제'에 처음 등장한 소위 ‘빚 탕감 정책’은 그동안 윤석열 정부를 지지했던 유권자들까지 등을 돌리게 만드는 ‘결정타’로 작용했다. 이후 정부가 세제개편안 등을 통해 민생경제를 돌보겠다는 의지를 천명했음에도 이때의 분노는 쉽게 가라앉고 있지 않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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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월3일 한국거래소 서울사옥에서 열린 증권·파생상품시장 개장식 모습. 이때만 하더라도 3000선을 넘보던 코스피 지수는 현재 2500선 아래로 내려와 있다. /사진=김상문 기자 |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김주현 신임 금융위원장은 "저금리 환경에서 돈을 빌려 주식, 가상자산 등에 투자한 청년들이 경제적·심리적으로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면서 "투자손실 등으로 애로가 큰 저신용 청년들이 신속하게 재기할 수 있도록 신속채무조정 특례제도를 신설하고 관계기관 간 협업체계를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내 국민들은 ‘도박처럼 코인 투자에 나선 사람들의 빚을 정부가 세금으로 갚아준다’며 강한 반발감을 즉각적으로 표시했다. 그러자 금융위는 부랴부랴 추가설명 자료를 냈다. ‘빚 원금 탕감’은 없을 것이며 대출 만기를 늘려주고 금리를 일부 낮추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는 설명이었다.
그럼에도 오해는 쉽사리 풀리지 않았다. 전임 문재인 정부 때 일었던 가상자산 열풍과 부동산 폭등 등으로 국민들이 느낀 ‘박탈감’이 그만큼 컸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국내 은행권 한 관계자는 “하루하루 열심히 일하고 저축하는 사람들에 대한 존중보다는 ‘영끌’해서 투자에 나선 사람들을 정부가 먼저 돌본다는 느낌을 준 게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시카고학파 경제학자 밀튼 프리드먼의 ‘선택할 자유’를 애독했다는 등 경제 이슈에 대해 남다른 식견을 보여주며 기대감을 끌어 모았다. “경제는 대통령이 살리는 게 아니다(3월7일 하남 유세)”라는 발언을 하며 시장경제의 자연스러운 메커니즘을 신뢰하는 뉘앙스의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이제 와서는 경제 이슈에 접근하는 새 정부의 입장과 방향성이 무엇이고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알 수 없다는 비판이 자주 제기된다. 어차피 취임 100일도 되지 않은 새 정부가 경제 문제의 난맥상을 드라마틱하게 해결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기에 지금은 정부가 분명한 철학과 노선을 보여줘야 하는 시점인지도 모른다. 시장은 어떤 무엇보다도 ‘불확실성’을 꺼리기 때문이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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