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 방석집에서 일어난 충격적 가혹행위

"일반 술집이 아니라 이게 방석집이라는 게… 그러니까 저희 말로는 유흥 쪽에서 따지면 가장 마지막 단계라고 보시면 돼요. 가장 마지막 단계. 그러니까 가장 지저분한 곳이죠, 지저분한 곳." - 업계 관계자 -

유흥업소들 중에서도 가장 열악하고 일하기 힘든 곳이라는 일명 '방석집'. 지난 6월, 원주에서 방석집을 운영하던 포주 자매가 종업원들을 감금하고 폭행한 사건이 세상에 알려졌다. 경찰 조사 결과, 피의자 홍 씨(가명) 자매는 피해자들에게 폭력을 휘두른 것은 물론, 쇠사슬로 된 목줄을 채워 외출을 금지시키고, 끓는 물을 몸에 붓고, 대소변을 먹이는 등 고문에 가까운 가혹행위를 한 것으로 밝혀졌다. 심지어 피해자들 사이에 유사성행위를 강요한 뒤 이를 촬영하여 협박하는 일까지 벌였다고 하는데…

속사정을 잘 알 수 없는 유흥업계에서 일어난 단순 범죄라고 하기엔 너무나 참혹한 인권유린. 종업원들이 당한 충격적인 학대는 짧게는 수개월에서 길게는 수년 동안 이어졌다고 한다. 도대체 그곳에선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그리고 피해자들은 왜 홍 자매에게서 도망치지도, 반항하지도 못했던 걸까.

   
▲ 사진=SBS '그것이 알고 싶다' 홈페이지


▲ 유리지옥으로 이어진 기묘한 관계, 신엄마와 신딸

피해자들에게 유리지옥이었던 홍 자매의 업소. 그런데, 자매 중 동생인 홍주희(가명) 씨에겐 특이한 이력이 있었다. 업소를 운영하기 전, 그녀는 무속인 '연화보살'이었다는 것. 더 놀라운 사실은 업소에서 일하던 여성들 중에는 홍 씨에게 내림굿을 받은 신딸도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연화보살' 홍주희를 만나기 전 평범한 직장인이었다는 이민지(가명) 씨. 스무 살 무렵, 귀신이 보여 연화보살을 찾게 됐다는 그녀는 그 때부터 연화보살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그런데 신엄마와 신딸의 관계로 지내고 있던 어느 날, 홍 씨는 민지 씨의 무속 공부를 도와주겠다며, 민지 씨에게 '몸보시'를 제안했다고 한다. '몸보시'는 다름 아닌 성매매였다.

그렇게 시작된 포주 홍 자매와 민지 씨의 기묘한 관계. 과연, 용한 무당으로 소문나 여러 명의 제자가 있었다는 연화보살 홍 씨의 정체는 무엇일까. 그리고 민지 씨처럼 피해를 입은 또 다른 신딸은 없는 것일까.

민지 씨는 홍 자매를 고소한 피해자들 중 가장 오랜 기간, 가장 심각한 피해를 입은 경우였다. 귀 모양이 바뀔 정도로 지속적인 폭력에 시달렸고, 감금당한 채 온갖 학대를 당했다. 홍 씨는 신딸이기도 했던 민지 씨에게 왜 그토록 잔인한 학대를 가했던 걸까. 그리고 왜 포주가 되어 유리지옥을 만들었던 걸까. 

"피해자에겐 돌아갈 집이 없으니 여기가 자기 집인 거죠. 그래서 어쨌든 자기의 새로운 삶을 여기에서 만들어 나가야 되는 절박한 상황이 있었기 때문에 홍 씨의 요구에 훨씬 더 순응할 수밖에 없었을 수도 있어요." - 서원대 상담심리학과 김태경 교수 -

▲ 반전, 가해자 홍 자매의 SOS

제작진은 여러 피해자들을 만나며 사건의 실체를 취재하고, 현재 구속 상태인 홍 자매의 과거를 추적하던 중, 지난해 5월 '그것이 알고 싶다'로 왔던 한 통의 제보 메일을 확인했다. '제발 도와주세요'라는 간절한 제목으로 글을 보낸 주인공은 다름 아닌 연화보살이기도 한 홍 씨였다.

자신이 일하는 유흥업소의 업주인 박 사장(가명)에게 속아 임금체불 등의 사기를 당한 것은 물론, 폭언과 폭행, 심지어 성폭행까지 당했다는 제보였다. 유리지옥을 만든 것이 운영자였던 홍 자매 본인들이 아니라 업주인 박 씨라는 주장. 그동안 언론에 알려진 사실과는 다른 반전이었는데… 과연, 홍 자매의 주장은 사실인 걸까.

"저희는 불안과 공포 속에서 살고 있지만, 그 뒷얘기가 많으니 제발 연락 주세요." - 가해자 홍 씨의 제보 메일 -

홍 씨가 우리에게 보낸 제보의 마지막 문장. 그녀가 제작진에게 그토록 말하고 싶었던 '뒷 이야기'는 과연 무엇일까. 홍 자매에겐 도대체 어떤 사연이 있었기에 피해자들에게 그런 끔찍한 일을 벌이고도, 우리에게 이런 호소를 했던 걸까. 그리고 박 사장의 정체는 무엇일까.

▲ 유리지옥의 포식자는 누구인가

제작진은 수소문 끝에 박 사장과 연락이 닿았다. 그는 홍 씨의 제보가 말도 안 되는 내용이라며 일축했다. 홍 씨와 사실혼 관계였다는 그는 홍 씨의 의부증 때문에 업소 운영에는 관여할 수 없었고, 업소에서 일어났던 가혹행위에 대해서도 몰랐다고 설명했다. 학대 사실을 알게 된 후, 피해자들의 고소를 도왔다는 박 사장. 그는 어떻게 피해자들을 돕게 된 것일까.

그런데 박 사장과 홍 씨 사이에는 민사소송을 할 만큼 다툼이 있었다. 소송의 쟁점은 금전 문제. 혹시 두 사람 간의 갈등과 이번 감금학대 사건 사이에 관련이 있는 것은 아닐까. 

두 사람이 운영했던 업소의 장부를 분석한 전문가와 업계 관계자들은 이 업소의 수입이 상당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그럼에도 박 사장과 홍 씨는 서로 돈을 달라며 소송을 벌이고, 실제로 일을 했던 피해자들에게도 하나도 남은 것이 없는 아이러니한 상황. 과연 학대와 감금의 유리지옥을 통해 이익을 얻은 자는 누구인 걸까.


오늘(20일) 밤 11시 10분 방송되는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끔찍한 가혹행위가 드러나 세상을 놀라게 한 '원주 포주자매 감금학대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고, 가해자인 홍 씨 자매의 숨겨진 이면을 추적한다. 한편, 종사자들의 피해가 계속 발생하고 있는 성매매 업계의 구조적 문제를 고민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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