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동건 기자] '응답하라 1988'로 스타덤에 오른 뒤 '더 킹', '택시운전사', '리틀 포레스트', '독전', '뺑반', '돈', '외계+인'까지 탄탄대로 행보를 이어오고 있다. 또래 배우들이나 같은 시기 데뷔한 배우들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고, 쉼 없이 필모그래피를 채운 류준열.
단기간 빛나는 성과를 낸 배우들과 비교해도 그의 성장세는 참 놀랍다. '반짝' 하고 흘러가버리는 것이 아닌, 다양한 가면을 쓰고 벗으며 스스로가 더욱 단단해지고 있다. 묘한 매력의 마스크와 독보적인 분위기가 신선했던 청년의 이야기는 다채로워졌고, 그 깊이감은 나날이 극대화되고 있다. "잘 서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는 선배 유해진의 말처럼, 영화계 기둥으로 우뚝 섰다는 느낌이 든다. 이번 작품 '올빼미'에서도 역시 배우의 성숙미가 여실히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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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빼미'의 배우 류준열이 미디어펜과 만났다. /사진=NEW |
'올빼미' 개봉을 앞두고 서울 종로구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류준열은 '화제의 눈물'에 대해 민망한 듯 웃음을 터뜨렸다. 앞선 기자간담회에서 "잘 서가고 있다는 느낌", "기둥이 굵어진 것 같다" 등 유해진의 칭찬을 듣고 울컥해 눈물을 보인 류준열이다.
"여러 가지 감정들이 교차했던 것 같아요. 묵직한 분위기 속에서 촬영을 하다 보니 그 안에서의 배움들이 생각나기도 하고… 특히 유해진 선배님 같은 경우 연기 생활 중간중간 만나면서 좋은 이야기들을 해주셨던 게 오버랩되면서 그랬던 건데. (언론시사회 후) 다른 배우들에게 연락이 많이 오더라구요. 제가 눈물 흘리는 캐릭터가 아니거든요. 절 아시는 분들은 '의외다'라고 하는데, 그만큼 감동이 컸다고 소회를 밝히고 싶습니다."
류준열·유해진 주연의 '올빼미'는 밤에만 앞이 보이는 맹인 침술사가 세자의 죽음을 목격한 후 진실을 밝히기 위해 벌이는 하룻밤의 사투를 그린 스릴러다.
조선왕가의 의문사인 소현세자의 죽음에 새로운 허구의 캐릭터를 가미해 완성한 영화로, '마치 약물에 중독돼 죽은 사람 같았다'로 기록된 역사적 미스터리에서 출발한다. 현재까지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로 남은 소현세자 사건을 중심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선보인다.
"언론시사회 후 '몰입감 넘친다', '박진감 넘친다'는 이야기가 좋았던 것 같아요. 제 영화를 잘 못 보는 편인데, 이번 영화는 흘러가는 만듦새가 박진감 있어서 재밌었습니다."
극 중 진실에 눈 뜬 맹인 침술사 경수로 분한 류준열. 영화의 타이틀롤인 '올빼미'는 곧 밤에만 볼 수 있는 경수를 상징하기도 한다. 촬영 전 주맹증 환자와 인터뷰하며 연기에 더욱 힘썼고, '봉오동 전투' 당시 눈을 깜빡이지 않는 훈련을 했던 경험도 이번 작품에 큰 도움이 됐다.
"다행히 큰 사고 없이 촬영을 했고, 눈을 깜빡이지 않는 것도 '봉오동 전투' 때 총을 많이 쏘면서 괜찮아진 것 같아요. 총을 쏠 땐 눈을 깜빡이면 안 되니까. 맹인 연기의 경우는 실제로 주맹증을 앓고 계신 분들을 인터뷰하면서 몇 가지를 가져오고, 표현하려고 했던 것 같아요. '이런 분들은 이렇게 보인다', '이 분들은 이렇게 살고 있어'라고 말씀드리는 건 어렵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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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빼미'의 배우 류준열이 미디어펜과 만났다. /사진=NEW |
고증이 필요한 캐릭터의 경우 관련 인물과 만나 이야기를 나눠보지만, 심층 인터뷰를 위해 힘쓰진 않는다. 류준열은 "가까운 사이에서도 깊은 이야기를 쉽게 나누지 않는데, 제가 심층 인터뷰를 하거나 같이 생활한다고 해서 그들의 아픔을 다 알 수 있을지, 또 그렇게 표현하는 것이 옳은지 생각이 든다"고 깊은 속내를 털어놓았다.
"이 캐릭터가 작품 안에서 말이 되느냐, 안 되느냐. 그런 것만 납득시키면 된다는 생각이 있고요. 경수 같은 경우도 핸디캡을 가진 캐릭터로서 작품에서 명확한 심벌(상징)인 것 같아요. 궁 밖에서 살던 소시민이 궁 안에서 본 것들을 이야기해야 하고 진실을 밝혀야 하는 구조니까요. 결국 오락영화지만, 하나의 이야깃거리는 짚고 넘어갈 수 있지 않나 생각했죠."
이번 작품을 준비하면서 모델들의 눈빛도 참고했다. 류준열은 "제가 모델 쇼를 자주 보는 편인데, 톱모델분들의 모습을 보면 명확하게 무언가를 보여주려고 하기보단 꿈꾸는 듯한 눈빛이 있다"고 이야기했다.
"그런 모델분들의 눈을 어디서 봤나 했더니 제가 봤던 주맹증 환자분들의 눈이더라고요. 제가 아주 어렸을 때도 먼 친척 중 맹인이 한 분 계셨는데, 꿈을 꾸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우리가 보고 있는 것보다 더 큰 무언가를 보고 있지 않나?' 철학적인 깨달음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런 눈빛에서 테크닉을 가져왔고, 첫 테이크 때 촬영감독님께서 '너무 좋다', '이대로 가면 될 것 같다'고 이야기해주셔서 다행이다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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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빼미'의 배우 류준열이 미디어펜과 만났다. /사진=NEW |
유해진과는 '택시운전사'(2017), '봉오동 전투'(2019)에 이어 세 번째로 호흡을 맞췄다. 서로에 대한 신뢰가 있었기에 호흡은 더할 나위 없이 좋았고, 류준열이 생각한 인조로서도 유해진은 제격이었다.
"유해진 선배님이 캐스팅됐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됐다', '이 영화가 기존에 볼 수 없는 영화로 나오기에 최적이다' 생각했어요. 완성된 배우이기 때문에 너무나 잘 해내실 거란 걸 알고 있었고. 우리가 뻔히 아는 왕의 모습이 아니라, 충분히 멋있게 표현하실 거라는 생각이 들었죠."
'올빼미'는 천만 관객을 동원한 화제의 영화 '왕의 남자' 조감독 출신 안태진 감독의 장편영화 데뷔작이다. 첫 작품임에도 박진감 넘치는 연출과 흥미진진한 미스터리 팩션을 선보인 안태진 감독. 류준열 역시 안태진 감독을 만나 편견을 버리게 됐다며 작품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제가 모르는 감독님과 작업을 잘 안 하려는 경향이 있거든요. 그런데 감독님의 글이 주는 힘이 있고, 하나하나 얼마나 신경을 썼는지 확신이 생기더라고요. 안태진 감독님과 함께하면서 다른 신인 감독님들과도 같이 하고 싶다는 생각이 생기고. 제가 할 말은 아니지만, 감독님을 보며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면 되는 일이 있다'는 걸 느낀 것 같아요. 남들이 다 늦었다고 하는 순간에도 집중하고 놓치지 않고 작품을 완성한다는 게. 촬영 현장에서도 감사한 일 많이 있어서, 다음 작품 또 뭐하시냐고 조심스레 여쭤봤어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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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빼미'의 배우 류준열이 미디어펜과 만났다. /사진=NEW |
[미디어펜=이동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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