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화·철강·무역 타격…식품 수출 업체 "손해 배상 청구 방침"
황용식 교수 "파업 철퇴, 분명한 성과…정부, 3자 대면해야"
[미디어펜=박규빈 기자]전국민주노동총연맹(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가 약 2주일 만에 총파업을 멈춰 물류 현장이 재개되고 있다. 하지만 완전 정상화까지 시간이 소요되고, 안전 운임제에 대한 갈등의 불씨가 남아있어 향후 총파업이 재차 생겨날 여지도 있어 보인다.

   
▲ 경북 포항시 남구 오천읍 포항철강산업단지에서 열린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 포항지부 총파업 출정식에서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2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8일 정부는 석유화학·철강업계에 업무 개시 명령을 내렸다. 이에 따라 해당 업계 제품 출하량은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석화 제품은 평시 50% 수준이 출고됐는데, 총파업이 최고조에 달했을 당시보다 20%p 가량 회복한 것으로 전해진다.

위기에 처해있던 철강업계의 경우 지난 9일부터 상당 부분 출하량이 회복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는 평시 수준에 근접한 수준이라는 전언이다.

화물연대가 이번 파업으로 초래한 피해 규모는 석화 1조3500억 원, 철강 1조5000억 원 등 대략 4조 원에 가까울 것이라는 게 정부 측 추산이다.

무역업계도 큰 타격을 입었다. 한국무역협회에 물류서비스실 통계에 따르면 지난 9일 오전 8시까지 접수된 총파업 관련 애로 접수 건은 94개사 158건으로 집계됐다. 19건이던 지난달 23일 대비 7배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접수 유형별로는 △납품 지연으로 인한 위약금 발생 및 해외 바이어 거래선 단절(62건, 39.3%) △물류비 증가(50건, 31.6%) △원·부자재 반입 차질에 따른 생산 중단(36건, 22.8%) △공장·항만 반출입 차질 탓 물품 폐기(10건, 6.3%) 등으로 나타났다.

가공 식품을 수출하는 한 업체는 화물차 배차 불가로 인한 납품 지연을 겪었고, 이 때문에 해외 대형 마트 행사를 취소해 이에 따른 인건비·장치비·행사 재진행비 등 각종 비용을 부담하게 됐다. 심지어 해외 마트와의 거래가 중지될 위기에 놓여있어 피해 비용에 대한 금전적 보상을 요청한다는 입장이다.

화물연대의 이번 총파업은 안전 운임제 확대 운영을 요구하면서 벌어졌는데, 확실한 매듭을 짓지 못해 차후 이 같은 사태가 재차 생겨나지 않으리라는 보장도 없는 상태다.

안전 운임제는 화물 자동차 운전 기사로 하여금 과로·과속·과적 운행을 하지 않아도 되도록 최소한의 운송료를 보장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화주에게 과태료를 부과함을 골자로 한다. 2020년 컨테이너·시멘트 화물에 대해 3년 일몰제로 도입한 후 이달 말 종료를 앞두고 있다.

하지만 화물연대는 안전 운임제를 영구적으로 적용하고, 적용 차종·품목을 △철강 △자동차 △위험물 △사료·곡물 △택배 지·간선 등 5개 품목 등으로 확대해달라며 파업을 전개했다. 화물연대는 지난 9일 정부의 강경 대응과 부정적인 시민 여론 확산세에 일단 총파업은 거뒀지만 여전히 각종 집회와 여론전을 통해 안전 운임제 연장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난 10일 상급 단체인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집회에서는 1000여 명이 운집했다. 이들은 "안전 운임제 지속·확대를 위한 투쟁은 더욱 넓고 커질 것"이라며 국민의힘·더불어민주당 당사까지 행진하기도 했다. 국회 국토위를 통과한 안전운임제 3년 연장안을 다음 단계인 법사위와 본회의에서 처리하도록 여야를 압박하려는 의도다.

앞서 지난 9일 민주당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단독으로 안전 운임제 3년 연장안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연장안에 대해 동의했던 국민의힘과 물류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가 원점 재검토를 시사했고, 여전히 불법 파업에는 강력 대응하겠다는 기조를 보이고 있다. 최대 60일 간 법사위에 해당 법안이 계류되고 통과하지 못하면 안전 운임제는 오는 31일을 끝으로 자동 폐기된다.

이처럼 정부-국회-화물연대 3자 간 안전 운임제 문제는 매듭을 짓지 못해 노정 간 갈등은 다시금 수면 위로 떠오를 가능성도 제기된다.

황용식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윤석열 대통령이 법과 원칙을 강조하며 민주노총 화물연대의 떼쓰기를 멈추게 했다는 점에서는 분명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안전 운임제가 왜 일몰제로 시행됐는지에 대해 '안전'에 방점을 찍은 고찰은 필요하다"며 "노사정 협의체와 같이 화물연대-화주-정부 3자 간 대화의 장도 열려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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