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희연 기자]국민의힘 차기 당 대표를 뽑는 3.8전당대회가 50여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당권 출마를 채비 중인 나경원 전 의원과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들의 공방전이 계속되고 있다. 당 내 친윤 핵심인 장제원 의원이 나 전 의원을 향해 "제2의 유승민"이라고 직격탄을 날리자, 나 전 의원은 "제2의 진박감별사"라고 받아치면서다.
전당대회가 '친윤' '반윤'으로 쪼개져 분열 조짐을 보이자, 당 안팎에서는 자칫 차기 총선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까 자제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당 내 '친윤' 핵심으로 꼽히는 장제원 의원은 나 전 의원이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에서 스스로 물러날 뜻을 보인 지난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오로지 자기 정치만 하는 사람이 자신이 가장 대통령을 위하는 것처럼 고고한 척 하는 행태는 친윤을 위장한 비겁한 반윤"이라며 "허구한 날 윤핵관, 윤핵관 하는 유승민 이준석과 뭐가 다른가"라고 쏘아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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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의힘 나경원 전 의원,김기현 의원이 11일 오후 국민의힘 서울시당 신년인사회에서 건배사를 하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지난 14일, 대통령실은 나 전 의원을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저출산위) 부위원장직과 기후환경대사직에서 전격 해임했다. 이날에도 장 의원은 페이스북 글을 통해 "나경원 전 의원이 공직을 자기 정치에 이용한 행태는 대통령을 기만한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그러자 나 전 의원은 지난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자신을 "제2의 진박감별사가 쥐락펴락하는 당이 과연 총선을 이기고 윤석열 정부를 지킬 수 있겠나"라며 "2016년의 악몽이 떠오르다, 우리 당이 이대로 가면 안 된다"라고 맞받았다.
장 의원은 자신을 "저는 ‘제2 진박감별사’ 결코 될 생각이 없으니 나 전 의원도 '제2 유승민'이 되지 말길 바란다"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친윤계 박수영 의원도 페이스북에 "‘제2의 유승민’은 당원들이 거부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배현진 의원도 영화 '나 홀로 집에'의 주인공과 나 전 의원의 얼굴이 나란히 있는 사진과 함께 “羅(나) 홀로 집에!”라고 쓴 사진을 올리며 나 전 의원을 겨냥했다.
'진박감별사'는 지난 2016년 제20대 국회의원 선거 공천과정에서 '친박(친박근혜)계'가 '비박계' 솎아내기에 나선 것을 일컫는다. 이후 새누리당(현 국민의힘)은 122석으로 총선에 참패해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했다. 123석을 확보한 더불어민주당에 1석 밀려, 2000년 16대 총선 이후 16년 만에 여소야대 정국이 된 것이다.
당 내 갈등의 이면에는 공천권을 둘러싼 권력 싸움이 자리한다. 2024년 총선 공천권을 거뭐질 수 있는 막강한 힘을 가진 당 대표 자리를 두고 당권 주자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당 안팎에서 '친윤' '비윤' 등의 거친 설전이 자칫 총선 참패라는 파국을 맞을까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16일 비대위회의에서 “당 대표 출마자는 물론 당원들은 ‘친윤’ ‘반윤’이라는 말을 쓰지 말았으면 한다”라며 “전당대회가 시작도 하기 전에 상대방을 향한 말이 같은 당 동지라고 하기엔 너무 날이 서 있는 느낌"이라고 자제를 촉구했다.
5선의 중진 서병수 의원도 지난 15일 "윤석열 정부를 성공시키겠다는 비전은 없고, 보이는 것이라고는 줄 세우기밖에 없는가"라며 "2024년 국회의원 선거는 윤석열 대통령을 중심으로 치르는 게 맞다. 이른바 '윤핵관'을 중심으로 치르는 게 아니다"라고 일침을 가했다.
이런 가운데, 나 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영원히 사는 정치를 하겠다"라며 당권 도전 의지를 간접적으로 피력했다.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았다고 밝힌 나 전 의원은 "앞으로도 보수의 가치를 지키고 자랑스러운 보수를 만들기 위한 저의 길은 계속될 것"이라며 "오늘 세 분의 전직 대통령님 앞에서 그 약속을 말씀드렸다"라고 했다.
[미디어펜=이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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