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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병화 건설부동산부장. |
[미디어펜=김병화 기자] 공인붕개사. 붕어빵 굽는 공인중개사를 빗댄 신조어다. 거래절벽에 생계를 걱정하는 공인중개사들이 부업에 나선 것이다.
집주인은 시퍼렇게 날이 선 가위를 현관문에 걸어 놓는다. 현관문에 가위를 매달아 두면 부동산 거래가 잘된다는 미신이다. 매달아 둘 곳이 없다면 신발장에 넣어두면 된다.
부동산 거래절벽 진풍경이다. 지난해 이맘 때만해도 누구도 예상할 수 없었던 모습이다.
조짐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이 본격화되면서 부터였다. 지난해 4월까지만 해도 1746건에 달했던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5월부터 감소하기 시작했다. 역대 최저 기록도 경신했다. 11월 558건은 관련 통계 집계를 시작한 2006년 1월 이후 최저치다.
공인중개사들의 사정은 180도 달라졌다. 집값이 상승하면 중개보수(수수료)도 늘어나는 구조다. 집값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거래가 활발했던 부동산 활황기 부러움을 한 몸에 받았던 공인중개사다. 급증한 증개보수는 소비자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지적과 함께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 정부가 7년 만에 부동산 중개보수체계를 손질한 이유다.
과도한 보수로 지탄받던 공인중개사는 개점휴업 상태다. 북적이던 공인중개사사무소에는 파리만 날린다. 뜨문뜨문 들어오는 거래문의 조차 자취를 감췄다. 커지는 월세 부담에 숍인숍(Shop in Shop·매장 내 점포)도 마다하지 않지만 거래 한파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그야말로 줄폐업 위기다.
실제로 지난해 전국에서 1만2207개 공인중개사사무소가 문을 닫았다. 영업을 중단한 업소도 1010곳에 달한다. 특히 지난달에는 폐업 1908곳, 휴업 164곳으로 최근 5년 사이 가장 많았다. 반면 새로 문을 연 공인중개사사무소는 1만4757곳으로, 2013년(1만5816곳) 이후 9년 만에 가장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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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시내 아파트 전경./사진=미디어펜 |
집주인들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산이 높았던 만큼 골이 깊다. 무섭게 치솟았던 집값은 급격하게 하락했다.
강남 불패는 옛말이다. 실거래 가격이 10억원 이상 떨어져도 더 이상 놀랍지 않다. 강남 재건축 대장주로 꼽히는 반포주공1단지 전용면적 72㎡의 경우 지난달 25억4000만원에 매매 거래됐다. 동일 면적 매물이 지난해 5월 37억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11억6000만원 빠졌다.
수도권에서는 최저 공시가격보다 낮게 거래된 아파트도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4분기 최저 공시가격을 밑돈 거래는 303건에 달했다. 앞서 3분기 57건보다 5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집값 하락과 거래절벽의 골이 깊어지며 집주인들의 한숨도 커지고 있다. 급매물을 전세로 돌려보지만 금리인상에 따른 대출 이자 부담이 커진 세입자들은 전세마저 외면한다. 임대차계약 만료 시점이 임박해지면 집주인들의 읍소가 시작된다. 계약 당시보다 전셋값이 하락한 만큼 보증금 반환이 여의치 않아서다. 역전세난이다.
역전세 현상은 역월세로 이어진다. 집주인이 떨어진 전세금이나 이자를 세입자에게 월세로 지급하는 식이다. 추가 인테리어는 덤이다.
역대급 거래절벽에 임대차 시장이 붕괴되고 있다. 1998년 외환위기 이후 가장 심각한 수준이다. 공인중개사와 집주인‧세입자뿐만 아니라 이사‧인테리어‧도배‧청소업체 등 부동산 연관 산업 전반이 휘청거린다.
연착륙해야 한다. 정부도 다양한 규제 완화 방안을 내놨다. 대출 규제 추가 완화도 검토 중이다. 그럼에도 효과는 제한적이다. 글로벌 경기침체 확산과 금리 인상 등 대외적 요인에 대한 불안감은 여전하다. 장기적인 침체에 대비해야 할 시점이다.
[미디어펜=김병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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