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우현 기자]삼성전자 노동조합의 무리한 요구가 도마 위에 올랐다. ‘어닝 쇼크’ 수준의 지난해 4분기 실적이 발표된 게 얼마 전인데, 20년 근속자에게 2000만 원의 성과급을 요구하고, 세전 이익의 20%를 고정 성과급으로 달라고 외치는 공동교섭안이 공개되니 좋은 얘기가 나올 리 없다.
그러나 노조의 이런 습성은 새로울 것이 없어서 비판의 말을 보태는 시간이 아깝다. 귀족노조, 강성노조라는 말이 왜 생겼겠는가. 이미 노조의 행태가 회사에 피해를 끼친 사례는 차고 넘치고, 규모가 큰 기업일수록 그런 일이 잦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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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앞으로 더 한 요구가 빗발치면 빗발쳤지 나아질 일은 없다고 보는 게 정확하다. 기성 노조의 행태가 못마땅해 MZ 세대들이 만든 노조가 각광을 받고 있다고는 하지만 두고 볼 일이다. 그래봐야 노조는 노조일 뿐, 경영자의 마음을 대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모든 노조가 나쁘다고 단언할 순 없다. 여전히 ‘노동 조건의 개선 및 노동자의 사회적‧경제적인 지위 향상을 목적’으로 하는 노조가 필요한 회사가 존재한다. 그러나 대한민국에서 제일 좋은 회사에 다니는 삼성 직원들의 노동 조건 개선이 필요했을까?
물론 노조를 불허하는 삼성에 가해진 ‘시대착오적’이라는 비판이 부담스러웠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무노조 경영이 시대착오적이라는 비판은 노조가 자신들의 위치를 합리화하기 위한 논리일 뿐, 진짜 시대착오적인 이들은 그들이었다는 게 그들의 행적을 통해 밝혀졌다.
상황이 이런데도 ‘무노조 경영’을 폐기하겠다고 선언한 이재용 회장의 생각이 궁금하다. 이 회장은 지난 2020년 5월 대국민 사과를 통해 노조 허용을 선언하며 “대한민국 국격에 어울릴만한 새로운 삼성을 만들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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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우현 산업부 기자 |
대다수의 국민이 삼성전자의 실적을 걱정하고 있는 마당에 성과급 요구가 빗발치는 노조의 행보가 대한민국 국격에 어울릴만한 새로운 삼성은 아니었을 테고, 앞으로 다시 쓰여질 역사를 통해 새로운 삼성을 기대하면 되는 걸까?
기업은 늘 위기에 직면해 있다. 실적이 좋으면 좋은 대로, 나쁘면 나쁜 대로 그 다음 스텝을 위해 분투하는 것이 기업의 숙명인데, 합심해서 앞으로 나아가도 모자랄 시간에 무리한 성과급을 요구하는 노조와의 내홍은 한 번도 많다.
삼성 노조 역시 반성이 필요하다. 지금 같은 짜치는 요구가 계속된다면 진짜 위기가 왔을 때 아무도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지 않는 세상을 맞이할지도 모른다. 이왕 시작한 노조인데 타사의 모범이 돼 “그래도 삼성 노조는 다르다”는 말을 듣는 게 좋지 않겠는가.
[미디어펜=조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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