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계획에 따른 한국시찰단 파견 문제를 놓고 한일 간 국장급 실무회의가 최소한 2차례 열리게 됐다. 지난 12일 서울에서 열린 회의가 자정을 넘어 12시간동안 마라톤회의로 이어졌으나 ‘나흘간 시찰 일정’만 겨우 합의된 상황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회의에서 일본측이 협조적이었고, 많은 진척이 있었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회의가 길어지는 만큼 시찰 대상 시설 및 장비 결정에서 이견이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관측이 나왔다. 벌써부터 야당이 “요식행위에 불과하다”며 반발하는 것을 볼 때 시찰단 파견 이후에도 국민불안감을 종식시킬 과제가 만만치 않아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1차 한일 국장급회의에 대해 “우리측에서 시찰에 필요한 모든 중요한 사항을 제안했고, 많은 진척이 있었다”며 “하지만 전문적이고 기술적인 분야를 다루는 만큼 추가 협의가 필요했다. 이번주 중에 실무 전문가가 참석하는 화상회의를 통해 최종적으로 조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실 관계자도 14일 “한일 국장급회의에서 우리시찰단의 조 구성 및 둘러볼 주제 등 개략적인 합의가 이뤄졌으나 좀 더 합의를 구체화하기 위해 2차 회의를 열 것”이라면서 “현재까지 일본이 대단히 협조적으로 나오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소식통은 한일 국장급 실무회의에 대해 “국제원자력기구(IAEA) 검증과 중복되지 않는 범위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필요한 제안을 모두 했다”며 “오염수 처리 관련 현장을 둘러보고, 우리측 분석에 필요한 자료를 얻을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번에 한국시찰단의 현지 파견 일정은 22~25일 3박4일로 결정됐다. 시찰단의 출입국 및 조사 준비기간 등을 고려할 때 실제 시찰 활동기간은 이틀 정도로 예상된다. 우리정부는 이번 시찰단 파견을 통해 IAEA 모니터링 태스크포스(TF)와 별개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의 해양 방출 시 안정성을 검토·평가할 수 있는 자료 등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일본 도쿄전력이 운용하는 후쿠시마 제1원전은 2013년 3월 동일본대지진 당시 폭발사고로 가동이 중단됐다. 사고 당시 녹아내린 핵연료를 식히기 위한 냉각수 주입과 외부 지하수 및 빗물 유입으로 원전 건물 내 하루 140톤 안팎의 고농도 방사성 오염수가 생성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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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쿄전력 관계자들이 지난 2일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에서 외신 기자들에게 오염수 저장탱크를 설명하고 있다. 2023.2.6./사진=연합뉴스 |
현재 일본정부는 오염수를 다핵종제거설비(ALPS·알프스)로 한 차례 정화한 뒤 원전 부지 내 물탱크에 보관 중이며, 올여름부터 이 오염수를 바닷물에 재차 희석해서 해저터널로 방류할 계획이다. 하지만 알프스로 정화한 오염수에도 트리튬(삼중수소) 등 일부 방사성 물질이 남아 있어 해양방류 시 피해가 우려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일 국장급회의가 2차에 걸쳐 열리게 된 이유는 우리측의 질문 및 제안 내용이 많아서 회의시간이 길어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만큼 시찰단 구성은 물론 시찰 대상 및 활동 내용이 민감해졌다는 방증이다. 한일관계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제 오염수 방류 이후 국민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한 조치도 필요해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최은미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시찰단 파견과 관련해 한일 간 조율 못지않게 한국 내부의 불안감의 종식 여부도 주목받고 있다”며 “시찰단에 기대를 모았던 민간전문가가 포함되지 않은 상황에서 부정적인 시각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따라서 정부 및 산하기관 전문가로 구성되는 시찰단에 환경, 농수산물 분야 등을 포함한 전문가 구성이 더욱 중요해졌다”면서 “아울러 실제로 오염수가 방류된 이후에도 정기적 또는 우리가 원할 때 언제든지 시찰단 파견이 가능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 연구위원은 “엄밀히 말하면 일본 원전 오염수 방류 문제는 글로벌 이슈이고, 과학적 수치는 IAEA에서도 나올 것”이라면서 “하지만 현실적으로 우리는 일본과 가장 가깝게 위치한 국가로서 야기되는 국민불신을 간과할 수 없는 문제를 안고 있다”고 강조했다.
사실 한국의 후쿠시마 오염수 시찰단 파견은 한일 정상간 합의에 따른 조치를 이행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조치 이행에도 불구하고 한국국민의 불신 또는 불안감이 해소되지 못한다면 일본측이 추가 시찰단 파견을 수용하는 등 추가조치를 내놓을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최 연구위원은 “일본 원전 오염수 사태는 지진이라는 자연재해에 따른 것이고, 원전을 보유한 우리에게도 닥칠 우려인 것은 맞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사고발생 원인에 책임 있는 당사국으로서 주변국와 국제사회의 우려에 대해 먼저 제안하고, 시행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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