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부터 국가첨단전략산업 경쟁력 강화 및 보호에 관한 특별조치법 시행되지만…
정치에 발목 잡힌 특별법, 수도권 반도체학과 증원 빠졌고 세액공제 혜택 '제한적'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반도체 전쟁에서 우리가 승리하려면 민간의 혁신과 정부의 선도적 전략이 동시에 필요합니다. 기업과 투자, 유능한 인재들이 다 모이도록 정부가 제도와 제도 설계를 잘하고 인프라를 잘 만들어야 됩니다."

지난 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17차 비상경제민생회의 '반도체 국가전략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밝힌 발언이다.

오는 7월 1일부터 반도체 등 첨단전략산업에 대해 인허가 과정 및 기간을 단축하고 민간 투자 지원을 골자로 한 '국가첨단전략산업 경쟁력 강화 및 보호에 관한 특별 조치법'(일명 K칩스법)이 시행된다.

이 K칩스법은 국가첨단전략산업의 혁신생태계 조성과 기술역량 강화를 통하여 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기반을 구축함으로써, 국가경제 안보와 국민경제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문제는 이 K칩스법이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의 반대로 소극적인 정책 추진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다.

실제로 야당의 반대 때문에 대기업의 반도체 투자 세액공제율이 6%에서 8%로 늘어났을 뿐이었다. 수도권 반도체 관련 학과의 정원 확대 내용 또한 K칩스법에서 빠졌다.

세액공제 방식 또한 이익이 날 경우에만 가능한 법인세 공제다. 투자를 많이 감행한 기업들이 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부진으로 영업이익을 내지 못하면, 혜택을 전혀 받지 못하는 구조다.

결국 K칩스법이 다른 경쟁국가인 미국 일본 유럽에 비해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 6월 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17차 비상경제민생회의 '반도체 국가전략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모두 발언을 밝히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한국에서 반도체 산업은 수출의 20%, 제조업 설비투자의 55%를 차지하는 대표 산업이다.

스마트폰, 자동차 등은 물론이고 인공위성 및 전략무기체계는 탑재된 반도체의 성능에 좌우된다. AI, 양자 컴퓨팅, 바이오 같은 첨단기술을 구현하는 것 모두 반도체 성능에 따른다. 

앞으로의 정부 정책이 중요하고 그 정책을 좌우하는 입법이 가장 핵심이다.

이러한 차원에서 윤 대통령이 내년 총선에서 반드시 이겨야 반도체 전쟁을 맞아 더 대폭적인 첨단산업 지원이 가능하다.

민주당 등 야권에서 기존 K칩스법에 관해 '대기업 특혜'라며 대대적으로 반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반도체 전쟁에 적극 대처해야 할 정부가 엉뚱하게 입법부의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으로 전락한 것이다.

실제로 민주당 양경숙 의원은 지난 2월 국회 기재위 전체회의에서 추경호 경제부총리에게 "우리나라에서 가장 잘 먹고 잘살고, 가장 돈을 많이 벌고 망할 가능성도 없는 기업에 대해서 왜 이렇게 득달같이 지원을 못 해서 안달복달이냐"며 추궁하기도 했다.

이에 맞선 국민의힘과 정부가 야당의 반대를 무릅쓰고, K칩스법을 개정하는 과정에서 대기업과 중견기업에 대해 현행 8%에서 15%로, 중소기업은 16%에서 25%로 확대하는데 그쳤다.

발목잡기에 나섰던 민주당은 여론이 악화되자 태도를 바꿔 우여곡절 끝에 법을 통과시켰다.

시간이 최대의 관건이다. 입법에서 기업의 발목을 잡지 않도록 여야의 정치적 계산이 일절 없는 전폭적인 지원만이 반도체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 첩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