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연지 기자]국내 전기차 보급이 빠르게 늘어나면서 충전 인프라 부족 현상이 더 심해지고 있다. 완성차업체들이 전동화 전환에 박차를 가하는 상황에서 인프라 확충에 보다 힘이 붙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5년 동안 전기차 보급은 급격히 늘었다. 지난 2019년 9만923대에 불과했던 전기차는 2020년 13만7636대, 2021년 23만8063대로 늘었고, 지난해에는 40만2549대, 올해 5월 기준으로는 46만5126대로 증가했다.
정부는 2030년까지 전기차를 420만 대 수준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보조금 지원, 충전 인프라 확대 등 다방면에서 전기차 보급 확대를 위해 힘쓰고 있다. 완성차업체들이 전동화 전환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주행거리, 안전성 문제, 특히 충전 인프라 측면에서 소비자들이 구매를 망설이고 있기 때문이다.
전기차 이용자가 늘면서 꾸준히 충전기가 보급되고 있지만 여전히 전기차 보급 속도에는 못 미치는 상황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전기차 등록 대수는 약 45만 대, 충전기는 약 24만 기 수준이다. 환경부는 오는 2030년까지 충전기는 현재보다 5배 이상 많은 123만 기로 확대할 계획이다.
환경부는 지난달 '전기차 충전 기반시설 확충 및 안전 강화 협의체(협의체)'를 발족했다. 협의체는 지난 6월 관계부처 합동으로 수립한 '전기차 충전 기반 시설 구축 확대 및 안전 강화 방안'을 효과적으로 이행하기 위해 학계, 연구기관, 민간단체, 산업계 등 전문가 29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전기차 충전 기반시설 구축 확대 및 안전 강화 방안의 이행력을 높이기 위한 활동을 이어갈 방침이다.
완성차업체들도 충전 인프라 확보를 위해 힘쓰고 있다. 현대자동차 그룹은 전기차 초고속 충전소인 '이피트(E-pit)'를 통해 국내 전기차 생태계 구축을 위한 핵심 사업인 초고속 충전 인프라도 확대하고 있다. 이피트 충전소는 고객들의 전기차 충전 편의성을 높이고 국내 전기차 보급 활성화에 기여하고자 구축된 전기차 초고속 충전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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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아 EV9./사진=기아 제공 |
현대차그룹은 현재까지 이피트충전소는 서해안 고속도로 화성휴게소, 을지로 센터원, 국립중앙과학관 등 도심과 고속도로 각지에 충전소 41개소, 충전기 214기를 운영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초고속 충전 인프라를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수입차 업체 중에서는 BMW가 충전소 확대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BMW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0년에는 전기차 1대당 충전기가 0.5개였지만 2025년에는 전기차 1대당 충전기 비중이 0.4개가 될 전망이다. 지금 같은 추세로는 충전기 1대 당 전기차 3대가 몰리게 되는 것이다.
BMW는 단순히 전기차 판매에 집중하는 것을 넘어 충전소 확대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이같은 계획 아래 내년 국내에 공공 전기차 충전기 1000기를 추가 설치할 계획이다. BMW 관계자는 "BMW 전기차 고객뿐 아니라 모든 전기차 소유자에게 편리하고 쾌적한 충전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BMW 코리아가 주도하는 궁극적인 충전 환경을 선보이고 국가적 충전 수요 해소에 기여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BMW는 올해까지 누적 전기차 충전기 수 1100기 설치를 계획하고 있는데 내년 1000기를 추가하면 총 2100기 규모의 전기차 충전 인프라를 갖추게 된다. 이는 현재 한국 내 자동차 브랜드가 공급하는 전체 전기차 충전기의 50% 이상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BMW는 한국수입자동차협회 회원사 중 유일하게 정부로부터 충전기반시설보조금도 받고 있다. 이 보조금은 최근 3년 내 급속 충전기 100기 이상을 설치한 제작사에게만 주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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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MW 코리아, 2024년 충전 인프라 확대 방안 '차징 넥스트' 발표./사진=BMW코리아 제공 |
메르세데스-벤츠의 경우 전국 전시장 및 서비스 센터, 공공 충전소 등에서 이용 가능한 급속 충전기와 완속 충전기는 각각 100여 개로 공공 충전소는 △잠실 롯데월드타워 △스타벅스 더북한강 R점 △신세계 백화점 센텀시티점 3곳에 불과하다.
앞서 벤츠는 올해 초 글로벌 고출력 충전(HPC, High-Power Charging) 네트워크 구축 소식을 발표했다. 2030년까지 전 세계 주요 시장에 1만 대 이상의 고출력 충전기를 설치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여기에 한국이 포함될 것이란 관측이다. 벤츠 관계자는 "EV 및 PHEV 고객이 편리하게 충전할 수 있도록 충전 인프라 강화 및 프리미엄 충전 서비스 기획 측면에서 보다 확대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우디는 전시장과 서비스센터에만 충전기를 구축하고 있다. 초급속 충전기 18기, 급속충전기 32기 등 총 50기를 보유하고 있다. 폭스바겐은 국내에 직접 구축한 충전소는 없지만 충전기 공급 협력 관계인 대영채비와의 협업을 통해 인프라 강화 계획 중에 있다.
정부의 전기차 보급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충전 인프라 부족 문제가 해소돼야 한다. 전기차 충전소 확보 문제는 부지 확보, 예산 등 많은 문제가 얽혀있다. 때문에 민관의 협력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장소 확보 등의 문제로 빠른 시간 내에 전기차 충전 인프라가 구축되기는 어려울 수 있다"면서도 "민관의 협력 아래 충전 인프라 부족 문제는 서서히 해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단순한 충전기 대수가 아닌 적재적소의 충전소 배치"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주로 공공시설 등에서 충전기가 보급되다 보니 실사용자의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 5월 기준 급속 충전기 설치 장소를 보면 공공시설 23%, 주차장 18%, 상업시설 14%, 공동주택 13%, 고속도로 5% 등 순으로 나타났다.
또 국내 전기차 충전기 가운데 완속 충전기의 비중이 높은 것도 문제로 꼽힌다. 지난 2019년부터 올해 5월까지 보급된 충전기 중 완속 충전기는 21만5147기다. 급속 충전기는 2만5548기에 불과하다. 완속 충전기가 급속충전기보다 8배 이상으로 많은 수준이다.
김 교수는 "양적인 충전기 확보도 중요하겠지만 그것보다 중요한 것이 적재적소의 충전기 배치"라면서 "고속도로 휴게소에 설치된 완속 충전기는 의미가 없다. 휴게소, 관광 명소, 집단 거주지 등에는 수요가 많은 만큼 급속 충전기를 많이 설치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연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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