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동건 기자] 김지운 감독이 남긴 발자취에는 단 한 번의 반복도 없었다.
코믹 잔혹극 '조용한 가족', 소시민의 페이소스를 스포츠 영화의 외피에 녹인 '반칙왕', 소녀들의 아름답고 슬픈 공포 '장화, 홍련', 오리엔탈 웨스턴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고어 스릴러 복수극 '악마를 보았다', 일제 강점기 배경의 스파이 영화 '밀정', 아포칼립스 SF '인랑', 타인의 기억을 들여다보는 뇌동기화를 소재로 스릴러와 휴먼 드라마가 공존했던 애플 오리지널 시리즈 'Dr.브레인'까지.
이번 '거미집'에서도 새로운 시도와 상징적 우화로 시네필들을 매료시켰다. '거미집'은 1970년대, 다 찍은 영화 '거미집'의 결말만 바꾸면 걸작이 될 거라 믿는 김열 감독(송강호)이 검열, 바뀐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는 배우와 제작자 등 미치기 일보 직전의 현장에서 촬영을 밀어붙이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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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8회 춘사국제영화제' 시상식에서 최우수감독상을 수상한 김지운 감독. /사진=김상문 기자 |
상충하는 이해관계와 협업 속 광기의 파노라마가 펼쳐지는 '거미집'은 재기발랄한 스토리와 탄탄한 장르적 변주가 빛난 영화다. 잘 짜인 앙상블 코미디로 웃음을 안기는 한편, 김지운 감독이 너무나도 다른 색깔의 장편영화들을 내놓으며 겪었던 난관도 엿보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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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영화 '거미집' 스틸컷 |
"나만 좋으려고 이러는 것이냐, 배우도 제대로 연기했을 때 창피하지 않은 것 아니냐."
가령 '거미집' 속 송강호와 오정세의 갈등 신에서는 위와 같은 내용의 대사가 등장한다. "힘들고 어렵게 찍은 것들은 그 에너지가 온전히 화면에 담긴다고 생각하는 사람 중 한 명이었다"는 김지운 감독. 그는 소위 '배우들 고생시키는 감독'으로 유명했다.
하지만 자신의 영화적 믿음을 고수하며 매 장면 더 집요하고 치열하게 매달렸고, 그렇게 김지운 감독의 작품은 한국영화의 상징이자 모든 창작자들의 영감이 됐다. 도전과 모험의 가치를 아는 연출자, 늘 상쾌한 설렘을 주는 영화인, 산타클로스를 기다리는 동심으로 포장지를 뜯게 만드는 예술가…
김지운 감독의 작품에서 받는 인상은 늘 강렬하다. 그러면서도 별안간 숙연해질 때가 있다. 1970년대 영화 현장이 그랬듯, '거미집'에서 보았듯, 모두 내부의 혹독한 채찍질에서 비롯된 것일 테니까.
그저 지치지 않기만을 바라고 응원할 뿐이다. 번뜩이는 상상력과 유려한 미장센으로 늘 만나던 곳에 찾아와주길. '거미집'의 김열 감독처럼, 고뇌가 찾아와도 자신만을 믿고 그 자리에 있어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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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8회 춘사국제영화제' 시상식에서 최우수감독상을 수상한 김지운 감독이 수상 소감을 밝히고 있다. /사진=김상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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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영화 '거미집' 메인 포스터 |
[미디어펜=이동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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