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도주 소강상태에 테마주 랠리…한국거래소 시장경보 발령 ‘급증’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코스피 지수가 연초 증시에서 코스닥 대비 부진한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여기에 삼성전자가 지난 9일 기대보다 저조한 실적을 내면서 반도체 업종이 다수 포진된 코스피 시장의 침체가 이어지고 있다. 시장을 이끌어 가는 명확한 주도주가 잠시 공백 상태를 나타내자 빈자리를 테마주들이 채우면서 시장경보가 속출하고 있다.

   
▲ 코스피 지수가 연초 증시에서 코스닥 대비 부진한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사진=김상문 기자


10일 한국거래소와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연초 국내 증시에서 코스피-코스닥의 탈동조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아직 올해 증시가 개장한 지 1주일 남짓밖에 되지 않은 시점임을 감안하더라도 이와 같은 현상은 다소 이례적이라는 시각이 제기된다. 통상 연초 증시는 새해에 각광받을 업종이나 주도주 섹터가 어느 정도 드러나거나 적어도 그렇게 기대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국내증시 ‘큰 형’인 코스피의 부진 상황이 먼저 눈에 띈다. 새해가 시작되고 6거래일이 경과한 지난 9일 종가 기준 코스피는 개장 시점 대비 약 3.5% 하락한 상태다. 반면 코스닥은 2% 정도 상승했다. 오늘인 10일 오전 현재 양지수 모두 하락 중이라 코스피의 낙폭은 커지고 코스닥 상승폭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코스피의 하락 궤적은 국내 주식시장 대장주 삼성전자의 주가 흐름과 거의 일치한다. 삼성전자 역시 연초 대비 약 4.8% 하락한 채로 지난 9일 거래를 마쳤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특히 지난 9일 하루에만 2.35% 하락하며 이례적인 흐름을 나타냈다. 시가총액 450조원 수준의 대형주 삼성전자가 하루에 2% 넘게 하락하는 경우는 그리 흔치 않다. 이는 이번에 발표된 4분기 잠정실적이 기대치를 하회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파생된 결과다. 이날인 10일 오전까지도 삼성전자 주가는 전일 대비 약 1.5% 추가 하락하며 7만5000원 밑으로 내려와 있다.

이번 실적 발표로 삼성전자 혹은 반도체 업종 자체에 대한 전망 자체가 바뀐 것은 아니다. 작년에 바닥을 친 반도체 업종이 올해부터 회복 조짐을 보일 것이라는 희망적 시각은 여전히 존재한다.

류영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에 대해 "4분기 실적은 시장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으나 공격적인 출하에 따른 재고 감소는 긍정적"이라며 "1분기 계절적 비수기 영향으로 실적 회복 속도는 제한적이지만 최근 메모리 판가 상승, D램 흑자 전환, 고대역폭 메모리(HBM) 등을 감안하면 하반기로 갈수록 실적 회복 속도는 빨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증시에서도 낭보가 울렸다. 몇 달간 횡보하던 엔비디아 주가가 심리적 저항선인 500달러 기준을 힘차게 내디디며 출발신호를 냈기 때문이다. 다만 국내 증시에 상장된 회사들에게 각자의 시간이 필요한 것으로 관측될 뿐이다.

반도체 다음으로 주목받는 업종인 바이오 섹터 역시 이번 주 미국에서 진행 중인 JP모건 헬스케어 개최를 전후로 차분해진 모습이다. 여기에 오는 12일 합병상장을 완료 짓는 셀트리온 주가마저 다소 조정을 받으면서 바이오 업종 역시 잠시 조용해진 상태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연초 국내 증시 대세 섹터들은 현재 다음 랠리를 대비하며 잠시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다.

이와 대조적으로 증시 자금은 넘쳐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 자료에 따르면 투자자예탁금은 올해 증시가 개장한 지난 2일 59조5000억원 수준까지 치솟았다. 이후 다소 줄어 지난 8일 기준으로는 51조 수준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투자처를 찾고 있는 자금이 상당히 많다는 사실만은 여전히 분명해 보인다.

풍부한 자금과 주도주 부재라는 두 가지 변수가 합쳐진 결과는 ‘테마주 랠리’로 귀결되고 있다. 하루에도 수십 퍼센트의 급등과 급락을 반복하는 테마주들에 많은 시선이 쏠리며 수급 이동이 더욱 극대화되는 모습이다. 이를 잘 보여주는 것은 한국거래소의 시장경보 발령 현황이다.

한국거래소는 올해 증시 개장 이후 6거래일 동안에만 시장감시위원회가 투자주의 83건(파생상품 제외), 투자경고 2건, 투자위험 1건을 지정했다고 집계했다. 이는 작년 12월 초와 비교하면 거의 50% 정도 급증한 수준이다. 투자주의 종목들은 주로 우선주·스팩주·테마주에 집중돼 있어 최근의 증시 분위기를 반영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초전도체 테마주 등이 다시 부활한 것이 최근의 분위기를 가장 잘 보여주는 징후”라고 짚으면서 “한동훈 관련주 등 정치 테마주도 극심한 변동성을 나타내고 있는데 그보다는 명확한 관점을 갖고 주도주 섹터 투자에 대비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으로 판단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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