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류준현 기자] 가계부채 증가세가 다소 둔화했지만 기업부채 부실위험이 증가하고 있어 추후 구조조정을 염두해야 한다는 평가가 나왔다. 특히 금융권이 지난 2022년부터 부채 줄이기에 나서고 있지만 건전성 관리부담은 여전하다는 설명이다. 금융권이 충분한 손실흡수능력을 갖추고, 당국도 구체적이고 합리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한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2일 한국기업평가가 펴낸 '빚의 함정(Debt trap)과 디레버리징 시대'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와 금융당국은 가계·기업 부채를 줄이기(디레버리징) 위한 다각적인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거시경제 연착륙 정책들이 병행되면서 뚜렷한 성과는 보이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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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계부채 증가세가 다소 둔화했지만 기업부채 부실위험이 증가하고 있어 추후 구조조정을 염두해야 한다는 평가가 나왔다. 특히 금융권이 지난 2022년부터 부채 줄이기에 나서고 있지만 건전성 관리부담은 여전하다는 설명이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가계부채는 지난 2022년 차주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강화 이후 증가세가 크게 둔화되면서 규모 측면에서 다소 정체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주택 관련 규제와 정책모기지 공급 등 거시건전성 정책 변화에 따라 등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안정적인 감소세라고 보기엔 어렵다는 분석이다.
한기평은 "취약차주의 채무 부실화가 금융불안 확대로 이어지지 않도록 채무조정 지원을 통해 상환부담을 완화하고 신용회복수단을 제공하는 등 지원 정책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며 "도덕적 해이를 최소화하려면 차주의 소득흐름과 자산매각을 통한 상환가능성을 면밀히 검토해 지원대상 범위를 명확히 해야 할 것이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기업부채다. 부채 증가세는 꺾인 편이지만, 구조조정은 가속화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는 환율 및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자금수요 증가, 고금리에 따른 조달비용 급증이 부채 증가세로 이어지는 까닭이다.
금융당국이 매년 실시하는 채권은행 신용위험평가를 살펴보면, 부실징후기업 수는 2022년 185개사(C등급 84개, D등급 101개)에서 지난해 231개사(C등급 118개사, D등급 113개사)로 크게 늘었다.
여기에 지난해 하반기부터 중소법인대출과 비은행금융업권 대출에서 연체율이 빠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중소법인 연체율은 지난해 3분기말 2.5%로 개인사업자대출 연체율 1.3%의 2배에 달한다.
다만 금융업권별 기업대출 연체율은 다소 편차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과 보험업권은 비교적 안정적인 반면, 저축은행, 상호금융은 지난해부터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3분기 말 현재 저축은행과 상호금융의 기업대출 연체율은 각각 7.1%, 5.7%를 기록했다. 여신전문사도 2.1%로 타 업권보다 빠른 상승세를 보였다.
보고서를 작성한 김정현 한기평 평가기준실 전문위원과 김경무 평가기준실 실장은 "2022년 4분기 이후 (기업부채)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으나, 연체율이 빠르게 상승 중인 가운데 한계기업 비중이 확대되고 부실징후기업 수가 증가하는 등 부실위험이 높아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최근 금융당국이 기업부채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고 있어 한계기업과 PF 부실 사업장 등을 중심으로 구조조정이 가속화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한기평은 한계기업 구조조정 확대와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정리 등을 고려할 때 금융사의 부실채권 증가가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특히 저축은행은 '부동산PF 대출'과 '건설업 대출'의 요주의여신 규모가 각각 고정이하여신의 9.1배 4.2배에 달해 부실이 커질수록 건전성에 미칠 영향은 매우 클 것이라는 부정적 전망이다.
이에 한기평은 저축은행 등 비은행권이 건전성 분류 강화, 선제적 손실흡수능력 확보, 부실채권 상매각 확대 등에 나서야 한다고 제언했다. 금융당국에 대해서는 "부실 우려가 높아진 위험자산의 건전성 분류 기준과 충당금 적립수준에 대해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관리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기평은 "금융회사의 디레버리징으로 인한 시장지위 및 리스크 프로파일 변화, 부실 확대와 충당금적립에 따른 손실 부담이 사업 및 재무위험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검토해 신용도에 반영할 계획"이라며 "정성적인 측면에서는 대출포트폴리오 내 고위험자산(브릿지론, 부동산PF, 한계기업, 취약차주 등) 비중이 높거나 신용대출 또는 중후순위 대출 비중이 높은 경우, 건전성 지표와는 별개로 잠재된 부실위험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평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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