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견희 기자]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발하는 전공의 집단사직으로 의료공백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제약·바이오 업계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번 사태가 장기화할 시 의약품 처방이 감소하는 등 매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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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으로 의료대란이 가시화 되자 정부가 일반 환자에 대해 국군병원 응급실 12곳을 개방한 지난달 20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국군수도병원 응급실에서 의료진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사진=사진공동취재단 |
14일 업계에 따르면 전공의 이탈로 병원 내부 기능이 사실상 마비 되면서 고가의 항암제를 포함한 의약품과 의류기기와 같은 물품 공급도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국내 한 의약품 유통 업체는 상급종합병원에 공급하는 의약품 품목이 파업 전과 비교해 약 20~30%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 업체가 취급하는 의약품 품목의 80%는 상급종합병원에 공급된다.
이뿐만 아니다. 의료 공백에 따른 수술 일정 지연으로 수술용 장갑이나 가위 등 의류기기 품목도 파업 전과 비교해 30~40% 가량 수량 공급이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의약품 유통업체 관계자는 "의료 공백으로 수술실이 제대로 가동되지 않으니 의약품은 물론 관련 의류기기의 수량 공급이 감소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상급종합병원의 마비로 제약사 영업사원들의 활동도 제약을 받고 있다. 전공의 공백을 교수진이 메우다 보니 시간이 없어 대면할 틈이 없다는 게 그 이유다. 국내 A 제약사 관계자는 "영업사원들이 코로나19 때보다 지금이 더 교수와 대면 영업을 하기가 힘든 상황이다"며 "코로나19 때는 유선으로라도 접촉이 가능했는데 지금은 교수진이 많이 바쁘다 보니 그럴 시간 조차 없다"고 토로했다.
의료인 대상 심포지엄과 세미나 등 학술대회 개최도 어려워진 분위기다. 국내 B 제약사 관계자는 "의약품은 교수와 전공의들이 주축인 학술 마케팅이 상당히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데,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으로 행사를 개최하기가 굉장히 애매해진 상황이다"고 귀띔했다. 그러면서 그는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지켜보고 있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상급종합병원에서 진행 중인 임상시험 지연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전공의 파업으로 업무가 교수에게 가중되면서 임상시험계획서(IND) 관련 서류 작성이 늦어지거나 연구윤리심의위원회(IRB) 개최가 늦어지는 등 일정에 차질이 생기고 있다.
B 제약사 관계자는 "상급병원을 통해서 임상시험 환자를 모집하고 진행하는데, 실무를 맡는 전공의 인력이 대거 빠진 상황이라 이 상황이 장기화 될 시 어떻게 될지 가늠하긴 어렵다"며 "의료공백이 길어질 수록 임상시험 기간도 지연되지 않을까 추측해본다"고 말했다.
의료 공백이 한달 이상 장기화 되면 국내 일부 제약사들의 매출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수액, 마취제 등 수술 관련 의약품 제조사와 내수 실적이 기업가치에 중요한 전통·중소형 제약사들의 1분기 실적에 일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정부의 의대 증원 발표에 반발한 전공의 집단 사직이 4주 째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 의대 교수마저 진료 중단을 포함한 사직을 염두에 두고 있어 의료 대란 위기감이 확산하고 있다.
의대 교수들은 의대 증원 '1년 유예'를 주장했지만 정부는 이런 제안을 일축하면서 강대강 대치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정부가 합리적 대책을 마련하지 않을 경우 오는 18일 사직서를 제출키로 했다.
[미디어펜=김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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