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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석명 연예스포츠팀장 |
[미디어펜=석명 연예스포츠팀장] 최근 한국 스포츠계 핫이슈가 된 인물이 축구 국가대표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이다. 지난 1~2월 카타르에서 열린 아시안컵 대회에서 이강인이 대표팀 주장이자 에이스 손흥민에게 대들며 물리적 충돌을 한 사실이 알려져 엄청난 논란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강인은 어려서부터 천부적인 축구 재능으로 주목 받으며 '국민 슛돌이'가 됐다. 어린 나이에 유럽 무대로 진출해 스페인 발렌시아에서 실력을 키웠다. 마요르카(스페인)를 거쳐 이번 시즌부터는 프랑스의 스타 군단 파리 생제르맹(PSG)에서 주전으로 뛰고 있다.
각급 연령별 국가대표로도 눈부신 활약을 했다. 2019 FIFA U-20 월드컵에는 18세 나이에 대표로 참가해 '막내형'으로 불리며 맹활약, 한국을 준우승으로 이끌었다. 한국이 결승에서 우크라이나에 져 우승을 못했음에도 대회 MVP에 해당하는 골든볼을 이강인이 차지함으로써 활약상을 인정받았다. 2022 카타르 월드컵에도 대표로 참가했고, 지난해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한국의 금메달 멤버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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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시안컵에서 하극상으로 논란을 일으켰던 이강인이 다시 대표팀에 선발됐다. /사진=대한축구협회 |
이번 카타르 아시안컵에서도 이강인은 더욱 물오른 기량으로 A대표팀의 주축이 됐음을 증명했다. 조별리그 바레인전 2골, 말레이시아전 1골 1도움 등으로 한국의 4강 진출에 적잖은 기여를 했다.
하지만 이강인은 손흥민에 대한 '하극상'으로 그동안 쌓아왔던 명성과 인기에 스스로 먹칠을 했다. 늘 자신만만하고 당차 보였던 그의 패기에 대한 평가는 철없음과 안하무인으로 대체됐다. 이강인에 대해 여론의 집중적인 비난이 쏟아졌다. '국민 슛돌이'는 '국민 밉상'이 됐다. 이에 이강인은 팬들에게 사과를 했고, 영국 런던으로 날아가 손흥민을 직접 만나 사과하고 용서를 구했다.
손흥민은 이런 이강인을 감싸안았다. 사과를 받아주면서 팬들에게는 "강인이가 너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한 번만 너그러운 마음으로 용서해 달라. 대표팀 주장으로서 꼭 부탁드린다"는 당부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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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강인이 손흥민을 직접 찾아가 사과했고 손흥민은 용서를 해줬다. /사진=손흥민 인스타그램 |
당사자들의 사과와 용서에도 팬들의 이강인에 대한 분노나 실망감은 아직 다 풀리지 않았다. 태국과 2026 북중미 월드컵 2연전을 위해 다시 소집되는 대표팀에 이강인의 선발을 두고 다시 논란이 일었다. 대표팀의 조직력을 흐트러뜨리고 원 팀에 방해가 된 이강인을 적어도 이번에는 대표팀에 뽑지 말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았다. 하지만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경질 후 이번 3월 태국전을 위해 임시로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황선홍 올림픽대표팀 감독은 고심 끝에 이강인을 대표팀 명단에 넣었다.
황선홍 감독은 이번 사태가 이강인과 손흥민 둘만의 문제는 아니며 대표팀 모든 구성원에게 책임이 있다고 자성하면서 "이번에 안 부르고 다음에 부른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운동장에서 일어난 일은 운동장에서 최대한 푸는 것이 중요하다"는 소신을 밝혔다.
이강인 관련 논란이 들끓는 상황에서 홍준표 대구광역시장이 회초리를 들고 나섰다. 프로축구 K리그1 대구FC의 구단주이기도 한 홍준표 시장은 축구대표팀에 각별한 관심이 있는 듯했다. 개인 SNS를 통해 대표팀의 각종 이슈에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다.
한국이 아시안컵 4강에서 요르단에 맥없이 패하며 클린스만 감독의 무능한 지도력과 한국 팬들을 무시하는 태도에 맹비난이 쏟아지고 있을 때 홍 시장은 "클린스만의 행태는 국격과 나라의 자존심 문제"라며 "축구협회장 개인이 책임지고 해임 처리하세요"라고 클린스만 경질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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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준표 대구광역시 시장.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이강인의 하극상 사실이 알려진 뒤에는 홍 시장이 "정치권에서 소위 싸가지 없다는 비판을 받으면 능력여하를 불문하고 퇴출 되듯이 축구나 스포츠계에서도 그런 논리는 그대로 적용됩니다"라며 "대표선수도 싸가지 없는 사람, 겉멋에 취해 헛발질 일삼는 사람은 정리 하십시오"라고 이강인의 대표팀 퇴출을 요구했다.
이 글을 SNS에 올린 다음날 홍 시장은 "인성 나쁜애들 모두 정리 하세요. 축구보다 사람됨이 우선입니다"라며 거듭 이강인의 대표팀 제외를 주장했다.
이후에도 홍 시장은 클린스만 감독이 경질된 후 후임 감독 인선 논란이 벌어졌을 때 "외국 감독에게 두번 놀아나지 말고 국내 감독 시키는게 바르지 않겠나?"라고 대표팀 감독 선임에 대해서도 훈수를 했고, 이강인이 다시 대표팀에 발탁되자 “당분간 국가대표 경기는 안 봐야겠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홍준표 시장의 이런 '사이다 발언'은 비슷한 생각을 가진 많은 축구팬들의 공감을 사기도 했고, 의견이 다른 축구팬들에게는 또다른 논란거리가 되기도 했다.
축구뿐 아니라 국가대표팀은 대한민국을 대표하기에 국민이라면 누구나 잘못된 것을 비판하고 잘한 것은 칭찬할 수 있다. 대표선수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소셜 미디어를 통해 소통과 정보 공유가 활발한 지금은 논란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의견 개진도 하고, 여론을 형성해 보다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길을 제시하는 것은 중요하다.(물론 인신공격성 비난은 금물)
하지만 정치권의 스포츠에 대한 '참견'은 생각해볼 문제다. 권력이 개입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사회적 지도층이나 각 분야의 리더들이 미치는 영향력이 크기 때문이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후 선동열 야구대표팀 감독이 국회 국정감사에 출석했던 일이 떠오른다. 당시 선동열 감독이 이끈 야구대표팀은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따고 왔지만, 선 감독은 특정 선수를 대표선수로 선발했던 것에 대해 국회 문화체육관광위 국정감사장에 출석해 해명을 해야 했다.
촌극이었다. 선동열 감독은 병역미필 선수에게 금메달에 주어지는 병역혜택을 주기 위해 부정 청탁을 받고 대표로 선발한 것 아니냐는 의혹 때문에 국정감사에 출석해야 했다. '야알못'(야구를 알지 못하는) 정치인들이 선 감독을 추궁하고, '국보'로 불린 최고 스타 출신 선 감독이 해명하는 모습은 '웃픈' 해프닝이었다. 당시 지탄의 주대상이 됐던 오지환(LG 트윈스)은 아시안게임 이후 꾸준히 리그 정상급 유격수로 활약했고, 지난해에는 주장으로 LG의 29년만의 통합우승을 이끌며 한국시리즈 MVP까지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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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시즌 LG 트윈스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고 MVP를 수상한 오지환. /사진=KBO 공식 SNS |
대표팀 감독은 목표로 한 성적을 내기 위해 자신이 구상하는 전력에 맞춰 최상의 선수들을 선발한다. 실력도 중요하고, 단체종목의 경우 팀워크에 적합한지도 중요한 선발 기준이 될 것이다. 그렇게 선발된 대표팀에 대해서는 성적이나 경기 내용으로 평가를 하게 된다. 감독의 선수 선발이나 지도 방식에 문제가 있었으면 질책이 따르고 책임을 지게 된다. 클린스만 감독처럼 아예 무능한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다면, 그런 결정을 한 사람들이 책임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스포츠에서 벌어지는 이런 일들은 스포츠계에서 알아서 처리하고 해결해야 할 일들이다. 비리가 개입됐다든지 불법, 탈법적인 일이 있었던 것이 아니라면 굳이 정치권이 스포츠에 '참견'할 필요는 없다. 축구나 야구 대표팀쯤 되면 참견할 전문가급 팬들이 차고 넘친다.
축구대표팀이 아시안컵에서 워낙 많은 논란을 낳았고, 축구협회가 이에 안일하게 대처하고, 이강인 대표선발 논란까지 더해지자 축구팬들 사이에서는 2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대표팀-태국 경기의 응원 보이콧 움직임이 있었다.
이에 대해 축구대표팀 공식 서포터스인 '붉은악마'는 "붉은악마의 본질은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 선수들을 응원하는 것"이라며 "경기장에서 뛰는 선수들이 응원을 받지 못할 이유는 없습니다. 다가오는 태국과의 2연전은 보이콧 없이, 선수들에게 더 큰 목소리로 응원하겠습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붉은악마의 대표팀을 향한 진정한 애정과 응원 의지를 느낄 수 있다.
스포츠 팬들이 흔히 하는 말이 있다. 자신이 응원하는 팀에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 일이 있을 때 "OOO 때문에 경기 안 봐"라고 말하곤 한다. 그래놓고도 경기를 찾아보거나 결과를 확인하곤 한다.
이강인을 다시 대표팀에 뽑았다고 축구대표팀 경기를 안봐야겠다고 한 홍준표 시장의 진심이 꼭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자식이 잘못 했을 때 잘 되라고 따끔하게 혼내놓고, 가슴 아파하면서 꼭 안아주는 것이 부모의 마음이다.
[미디어펜=석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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