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세 납부기한 5월 초까지...두 차례 연장
추가 연장 못할 가능성↑...PEF 매각설 돌아
[미디어펜=김견희 기자]한미약품 지주사 한미사이언스의 경영권 분쟁에서 임종윤·종훈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가 승기를 잡았지만 업계 일각에선 여전히 회사 매각설이 흘러나온다. 수백억 원에 달하는 상속세와 주식담보대출 이자 등에 필요한 재원 마련이 시급한 상황에서 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점에서다.

   
▲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한미약품 본사 전경./사진=한미약품 제공

22일 업계에 따르면 임 형제 측은 경영권을 잡은 이후 주식담보대출 이자와 상속세 자금 마련과 관련해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불거진 매각설에 대해 회사 측은 "경영과 관련한 예민한 사안이라 말씀 드릴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뚜렷한 대책이 없다는 점에서 이런 전망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한미사이언스는 당초 3월까지였던 4차 상속세 납부기한을 OCI그룹과의 통합 문제 등으로 4월 초로 연기했다가 또 5월 초로 두 차례 납부 기한을 연기했다. 납부기한은 국세청과 협의에 따라 최대 9개월까지 연장 가능하지만 연장 횟수를 2회로 제한하고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추가 연장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만약 원만한 협상으로 추가 연장이 가능하더라도 추가 담보를 제공해야하는 부담을 안는다. 

추가 연장 이외에는 오너일가가 보유한 지분을 매각하는 방법이 있다. 이런 상황에선 일반적으로 대주주가 지분 일부를 매각하지만 한미약품 그룹은 그럴 상황이 아니다. 경영권을 두고 형제 측과 모녀 측이 지금껏 첨예한 분쟁을 벌여왔기 때문에 경영권을 지속적으로 확보할 것이라면 우호 지분을 조금이라도 더 챙겨야한다.

이 때문에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임 형제 뒤에 섰던 자문사 IWL파트너스의 주도로 협상 테이블에 앉은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가 경영권을 보장해주고 한미사이언스 지분을 사들이는 방안이 거론된다. KKR이 한미사이언스 지분을 사들이고 경영권을 보장해주는 식으로 투자를 유치하는 것이다. 

KKR이 실제로 임 형제의 지분을 사들인다면, 신 회장 측 지분까지 한꺼번에 사들일 가능성이 크다. 나아가 송 회장 지분까지 확보해야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구조가 된다. 이렇게 된다면 임 형제 측은 추후 회사 지분을 정해진 가격에 되살 수 있는 콜옵션을 부여받을 가능성도 높다. 

현재 한미사이언스의 지분 구조는 임종윤·종훈 형제와 특수 관계자(가현문화재단·임성기재단)들이 28.4%이며, 우호 주주로 분류되는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의 지분이 12.15%다.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사장은 각 11.66%, 10.2%를 확보하고 있다. 

이 밖에도 송 회장과 임 부회장 모녀가 지분을 대량 처분할 가능성도 나온다. 대규모 물량이 쏟아지면 모녀가 우려하던 '오버행'에 따른 주가 하락이 예상된다. 오버행이란 창업주가 작고한 이후 가족의 상속세를 해결하기 위해 주식을 내다 팔거나 담보 잡힌 주식이 시장에 대거 나오면서 주가가 떨어지는 것을 뜻한다. 

한미그룹은 지난 2020년 고(故) 임성기 한미사이언스 명예회장이 타계하면서 뒤를 이은 송영숙 한미사이언스 회장에게 주식 40%를, 임종윤·주현·종훈 세 자녀에게 각 20% 주식을 상속했다. 이에 따른 5400억 원 가량의 상속세가 발생했으며, 한미그룹 일가는 5년 간 나눠 납부하는 연부연납 제도를 택했다. 

지난해까지 주식담보대출 등을 활용해 절반 가량 납부했으며 앞으로 납부해야할 금액도 절반 가량이다. 당초 송 회장은 한미사이언스와 OCI그룹 간 통합을 통해 상속세를 비롯해 각종 재원을 마련할 계획이었지만, 통합을 반대하던 형제 측이 지난 3월 열린 주주총회에서 경영권을 쥐면서 무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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