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보라 기자] 카드사들의 올해 1분기 연체율이 3개월 새 크게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금리 기조 장기화와 경기 침체, 물가 상승 등이 이어지면서 신용카드 대금조차 제때 상환하지 못하는 차주들이 많아진 데다 저축은행에서 대출 문턱을 높이면서 카드대출 수요가 증가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30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국내 전업카드사 5곳(신한·국민·삼성·우리·하나카드)의 지난 1분기 평균 연체율은 1.47%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말(1.31%)보다 0.16%포인트 오른 수준이다.

   
▲ 사진=연합뉴스


하나카드의 연체율은 지난해 말 1.67%였지만 지난달 말 기준 1.94%로 0.27%포인트 오르며 2%에 육박했다.

업계 1위 신한카드의 연체율은 지난해 말 1.45%에서 1.56%로 0.11%포인트 올랐다. 신한카드는 금융권의 연체율이 상승하던 지난해 내내 연체율이 1.5%를 넘은 적 없다.

우리카드는 1.22%에서 1.46%로 0.24%포인트 올랐다. KB국민카드는 1.03%에서 1.31%로 0.28% 오르며 가장 큰 상승폭을 보였다. 삼성카드만 1.2%에서 1.1%로 0.1%포인트 내렸다.

이는 기존 서민금융 공급 창구인 저축은행이 리스크 관리를 목적으로 대출을 조이면서 중저신용자들의 대출 수요가 카드론으로 몰린 ‘풍선효과’로 풀이된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9개 카드사(롯데·BC·삼성·신한·우리·하나·현대·KB국민·NH농협카드)의 지난달 3월 말 기준 카드론 잔액은 39조4743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고물가에 급전이 필요한 취약차주들은 카드빚으로 버티고 있는데 상환 능력이 떨어지는 차주들이 늘면서 카드론을 돌려막는 대환대출도 증가세다. 카드론 대환대출 잔액은 지난달 말 기준 1조7800억원으로 1년 사이 6000억원 늘었다. 

연체율 상승으로 재무건전성 우려가 확대되면서 카드사들의 대손충당금 적립 부담도 늘게 됐다.

대손충당금이란 금융기관이 대출을 해줬을 때 발생할 손실을 평가한 금액이다. 향후 연체 등으로 발생할 수 있는 피해에 대비해 금액을 미리 일정 금액을 쌓아두는 개념이다. 다만 충당금의 특성상 비용으로 처리되는 만큼 규모가 클수록 당기순이익이 줄어들게 된다.

5개 카드사는 순이익의 1.4배가량을 대손충당금으로 쌓았다. 5개 카드사의 올해 1분기 말 기준 충당금은 총 8070억원으로, 전년 동기(7652억원) 대비 6% 증가했다.

신한카드와 KB국민카드는 충당금으로 각각 2247억원, 1944억원을 적립했다. 삼성카드는 1753억원을 쌓았다. 우리카드와 하나카드의 적립액은 각각 1220억원, 906억원이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부실채권 상각, 고위험 자산 감축, 보수적 한도 운영 등 건전성 관리에 초점을 두고 있다”면서 “1분기에는 비용절감으로 순이익이 증가했으나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불투명해지면서 자금조달비용 부담이 계속되고 연체율 상승으로 대손충당금도 추가 적립해야 하는 상황으로 실적 개선이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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