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우현 기자]재정 고갈 우려로 ‘든든한 보험’에서 ‘개혁의 대상’으로 전락한 국민연금이 기업들의 환영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다수의 기업들이 기금투자로 의결권을 행사하는 국민연금의 행보가 기업 경영에 별 다른 도움이 안 된다고 평가한 것이다.
특히 대기업의 절반 이상은 주주총회를 열기 전 국민연금으로부터 가장 큰 압박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재계에서는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방식에 독립성·중립성이 중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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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정 고갈 우려로 ‘든든한 보험’에서 ‘개혁의 대상’으로 전락한 국민연금이 기업들의 환영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다수의 기업들이 기금투자로 의결권을 행사하는 국민연금의 행보가 기업 경영에 별 다른 도움이 안 된다고 평가한 것이다. /사진=연합뉴스 |
13일 한국경제인협회(이하 한경협)가 시장조사 전문기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국민연금의 주주총회 의결권행사 관련 기업의견’에 따르면 국민연금의 주주활동에 대해 응답 기업의 과반 이상인 57.1%가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더욱 치명적인 것은 ‘국민연금의 영향력이나 요구사항에 비해 주주가치 제고 효과가 미흡하다(36.5%)’는 의견에는 중견·중소기업(35.8%)보다 대기업(40.9%)의 부정적 입장이 더 큰 것으로 조사됐다는 점이다.
◆ 대기업 절반 이상, 주주총회 시 국민연금 압박 느껴
대기업의 경우, 절반 이상(50.0%)이 주주총회를 앞두고 국민연금의 영향력을 부담의 대상으로 꼽았다. 국내기관투자자(21.4%)과 소액주주연대(21.4%)의 영향도 컸지만 국민연금에 비할 바는 아니었던 것이다.
반면 중견·중소기업은 소액주주연대(39.0%), 국내기관투자자(18.6%), 국민연금(16.9%) 순으로 나타나, 국민연금의 영향력이 대기업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기업들은 정족수 부족으로 주주총회가 무산되는 경우를 가장 우려하며, 이를 방지할 수 있도록 ‘대주주 의결권 3% 제한 제도 폐지(35.9%)’ 또는 ‘주총 결의요건 완화(8.3%)’ 등의 제도 개선을 요청했다.
이외에도 ‘공정거래법, 상법 등에 산재된 각종 공시사항의 내용·절차 간소화(27.6%)’도 개선 안건으로 꼽았다.
기업 규모별로 봤을 때, 대기업은 ‘공시절차 간소화(31.8%)’를 제도개선 과제로 선정했다. 이는 대기업이 상법, 공정거래법, 자본시장법 상의 각종 공시 규제로 시달리는 현실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중견·중소기업은 주주총회 부결을 초래하기 쉬운 ‘대주주 의결권 3% 제한 폐지(37.3%)’를 꼽았다.
◆ 국민연금, 의결권 의탁 또는 중립 유지해야
이에 따라 기업들은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방식에 대해, 조사기업 대다수는 정부로부터 독립된 기관에 의결권을 위탁하거나 중립적인 방식으로 행사하는 방안을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기업의 87.2%는 정부로부터 독립된 기관에 국민연금 의결권을 위탁(40.4%)하거나, 국민연금이 찬반 의결권만 행사하고 그 외 주주권 행사 활동은 제한(35.9%), 또는 국민연금이 의결권을 정족수만 채우는 새도우보팅(Shadow Voting) 방식으로 행사(10.9%)할 것 등을 제안했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현재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 범위가 법·제도적으로 주주대표소송이나 손해배상소송까지 가능할 정도로 기업에게 미치는 영향이 막대하다”며 “국민과 기업의 신뢰를 받는 공적기금으로 위상을 갖출 수 있도록 투명한 지배구조와 의사결정의 전문성 확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21대 국회에서 발족한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연금특위)은 보험료율(내는 돈) 인상에는 여야가 합의했지만 소득대체율(받는 돈)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고 지난 7일 발표했다.
정치권에서는 오는 2026년에는 지방선거, 2027년에는 대통령 선거가 예정돼 있어 22대 국회에서도 연금 개혁 동력이 살아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미디어펜=조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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