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문상진 기자]22일 김호중에게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김호중은 어쩌다 이 지경까지 왔나. 어쩌다 우리 사회는 이런 지경을 지켜봐야 하나. 김호중 사건은 법치는 물론 양심마저 무너져 내리는 단면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음주 뺑소니’에 거짓말과 은폐, 증거인멸 등 총체적 불감증이다. 그런데도 온갖 범죄 의혹을 받는 자의 태도라고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
젊은 시절 폭력으로 얼룩졌던 과거를 딛고 일어선 그에게 많은 이들이 박수를 보냈다. 그의 인생 역전에 콘크리트 팬덤도 생겼다. 지금 ‘트로바티(트로트+파바로티)’로 불리는 가수 김호중은 그렇게 대중에 알려지며 인기를 얻었다. 그리고 대중 앞에만 서면 그는 늘 선인이었다.
그런 그가 한순간 보통의 상식으로 살아가는 이들의 가슴에 칼을 꽂았다. 이제는 어떤 게 그의 진짜 모습인지 조차 헛갈리게 한다. 그의 뻔뻔한 민낯이 우리 사회의 또 다른 불편한 모습을 보는 듯하다. 신호 위반만 해도 마음 졸이는 보통 사람들은 가슴을 와르르 무너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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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남경찰서는 22일 오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위험운전치상·도주치상 혐의를 적용해 김호중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사진=생각엔터 제공 |
음주운전 뺑소니, 교통사고 운전자 바꿔치기, 음주 교통사고 후 의도적 추가 음주, 허위 진술 교사·종용, 증거 조작과 증거인멸·폐기. 김호중 사태는 우리 사회의 사법적 법치를 우롱하고 있다. 차고 넘치는 범죄 의혹에도 그는 너무나 당당하다. 뻔뻔하다. 세상을 조롱하는 듯한 그의 태도는 분노의 한계를 시험하고 있는 듯 하다.
김호중은 지난 9일 오후 11시40분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한 도로에서 맞은편 차선의 택시와 충돌했다. 사고를 낸 뒤 그는 아무런 조치없이 자리를 떠났다. CCTV는 그날의 사고 모습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이후 매니저가 그와 같은 차림으로 나타나 자신이 운전했다고 허위 자백을 했다. 사고 이후에 술을 다시 구매하는 등 후행음주도 확인됐다.
경찰의 조사 결과 김호중은 ‘3차’에 걸쳐 음주 자리에 있었다. 음주 가능성에 대해 “술잔에 입은 댔지만 마시진 않았다”고 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음주 가능성에도 모르쇠로 버텼다. 예정된 두 차례 공연에서도 그는 팬들 앞에서 “진실은 밝혀질 것‘이라며 피해자인 척 했다. 경찰의 전방위적 압박에 결국 그는 사고 열흘만에 음주를 인정했다.
사실 시인까지 그가 보인 거짓말, 버티기, 팬심 이용 등 온갖 회피 전략은 어디선가 많이 봐 온 듯 한 모양새다. 정치판의 유명 정치인들과 닮은꼴이다. 일방적 지지자들의 목소리에 자신을 망각해 버리는 ’팬덤 정치‘의 폐해가 사회 전반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팬덤은 연예계서 출발했지만 어느새 우리 정치의 한 단면으로 자리 잡았다. 그 팬덤 현상이 권력이란 무소불위를 만났을땐 극한 혼란을 부추긴다. 우상에 대한 맹신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 편향 왜곡으로 변질된다. 상식이 통하지 않고 법치는 무시된다. 그들만의 리그다.
김호중 사건이 안타까우면서도 두려운 것은 이 때문이다. 도덕 불감증에 법치마저 우습게 아는 안하무인에 후안무치. 그 어두운 그림자가 사회를 드리우고 있다는 불편한 진실. 그 불편한 진실 앞에 대중은 분노하지만 그들은 너무나 당당한 모습을 보인다. 잘못에 대한 인지부조화를 넘어 정당화를 꾀한다. 범죄의 공조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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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호중이 지난 9일 오후 11시40분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한 도로에서 맞은편 차선의 택시와 충돌하는 모습. /사진=TV 화면 캡처 |
21일 김호중 변호인은 ”(김호중씨가)너무 괴롭다“는 심경을 밝히며 경찰에 자진 출두하기로 했다고 했다. 그의 출두 행태도 가관이다. 김씨는 경찰서 정문 현관의 취재진을 피해 지하주차장을 이용했다. 오후 2시 출두해서 이날 오후 4시쯤 조사가 끝났지만 그는 밤 10시가 넘어서야 경찰서를 나왔다. 귀가가 늦어진 이유는 취재진이 철수하지 않으면 나가지 않겠다고 버텼기 때문으로 전해졌다.
김씨를 조사한 강남경찰서는 22일 오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위험운전치상·도주치상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김호중씨를 비롯, 김씨 소속사인 생각엔터테인먼트 대표 이광득씨, 본부장 전모씨 등 3명이다.
김호중씨 혐의는 특가법상 도주치상, 특가법상 위험운전 치상 등이고 이씨는 범인도피 교사, 전씨는 증거인멸 등 혐의로 구속영장이 신청됐다. 이런 와중에도 김씨측 소속사는 오는 23∼24일 서울 올림픽공원 KSPO돔(체조경기장)에서 ‘월드 유니온 오케스트라 슈퍼 클래식 : 김호중 & 프리마돈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팬과의 약속, 위약금 등 갖가지 이유를 대지만 결국 변명으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 사고 이후부터 보여 온 그들의 행각에서 반성보다는 기가 찰 정도의 뻔뻔함과 도덕불감증을 확인할 뿐이다. 연예인은 공인이다. 특히 김호중은 정상의 인기몰이중인 스타다. 어린이뿐만 아니라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기에 언행은 더 신중해야 한다.
연예인이 무슨 특권을 가진 양 착각해서는 안된다. 더 엄격한 자기관리와 도덕성으로 팬들에게 다가서야 한다. ‘한류 열풍’이 이어지면서 청소년들의 최고 선망 직업도 연예인으로 바뀐지 오래다. 그러기에 더욱 엄격한 스스로의 자기관리가 요구된다. 팬과 사회에 대한 책임이다.
김호중 사태는 수사중이지만 드러난 행위만 해도 범죄의 죄질이 나쁘다. 사고 이후의 태도는 사회적 공분을 일으키고 있다. 철저한 수사를 통해 엄중히 단죄해야 한다. ‘운전자 바꿔치기’와 ‘음주 교통사고 후 의도적 추가 음주’에 대한 처벌법도 만들어져야 한다. ‘김호중 법’이라도 만들어야 한다.
이번 사태는 연예인이든 정치인이든 빗나간 팬덤에 대한 맹신이 어떤 결과를 낳는지에 대한 경계로 삼아야 한다. 열광적 지지자들에게 둘러싸여 자신의 잘못을 덮으려는 빗나간 양심에 법의 엄중함을 보여줘야 한다. 양심과 도덕을 버리고 법치마저 우롱하는 처사를 더 이상 방관해서는 안된다.
[미디어펜=문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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