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공개찬성 5표 예고에도 정족 의결 수 16표 못미쳐 폐기
추경호·윤재옥 호소 기반 ‘총동원령’ 낙선자 마음 사로잡아
표 단속 성공에도 野 재추진 예고에 의미 부여 ‘시기상조’
[미디어펜=최인혁 기자]야권 주도로 28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 채상병특검법이 21대 국회에서 폐기 수순을 밟는다. 국민의힘 낙선자(58명) 중 특검법에 찬성하는 이른바 ‘이탈표’가 대거 발생될 것으로 보였으나, 여권의 막판 표단속이 성공을 거둔 영향이다.

야 7당(더불어민주당, 정의당, 새로운미래, 개혁신당, 기본소득당, 진보당, 조국혁신당)은 이날 여당과 의사일정을 이루지 못했음에도 채상병특검법 상정을 강행했다. 여당에서 특검법에 찬성 의사를 밝힌 의원이 10여명에 달할 것으로 예측돼 결과와 상관없이 정부여당에 타격이 가해질 것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실제 국민의힘에서는 이날 오전까지 단일대오 이탈이 예고돼 위기감이 고조되기도 했다. 하지만 본회의에서 표결된 특검법은 재석의원 294명에 가결 179표·부결 111표·무효 4표로 정족 의결 수인 가결 196표를 넘기지 못했다. 

   
▲ 야 7당(더불어민주당, 정의당, 새로운미래, 개혁신당, 기본소득당, 진보당, 조국혁신당)이 5월 28일 국회 로텐더홀에서 채상병특검법 부결을 규탄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투표가 무기명으로 진행된 탓에 이탈표 예측이 어렵지만, 범여권(국민의힘 113·자유통일당 1·무소속 1)이 115명으로 범야권(민주당 155·정의당 6·새로운미래 5·개신당 4·기본소득당 1·진보당 1·조국혁신당 1·무소속 7)전원이 찬성표를 행사했다면, 국민의힘에서 이탈을 예고했던 5인(김근태·김웅·안철수·유의동·최재형)이 입장을 선회했을 것으로 여겨진다. 또는 국민의힘 이탈파 5인이 전원 찬성표를 행사했을 경우 야권에서 최소 5명이 역으로 이탈했을 것으로도 추측된다. 

정치권에서는 채상병특검법 재표결이 부결됨에 따라 결과적으로 국민의힘이 완벽히 표단속을 이뤘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민의힘은 표단속을 위해 소속 의원 113명 전원을 본회의에 출석하는 ‘총동원령’을 내렸다. 본회의에 전원이 출석해 정족 의결수를 높이기 위함이다. 재표결 정족 의결수는 재석의원 3분의 2 찬성이다. 

더불어 이들은 이탈표 색출을 위해 본회의 참석 후 표결 직전 집단 퇴장하는 방안도 검토했다. 하지만 본회의에 앞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채상병특검법 부결이 당론으로 채택돼 집단 퇴장이 실현되지는 않았다. 의원총회에서 추가 이탈표가 발생될 가능성이 낮을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이들이 표 단속에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배경에는 전·현직 원내대표의 호소와 민주당의 입법 독주에 대한 경각심이 자리한 것으로 해석된다.

추 원내대표 표결 직전까지 의원들에게 채상병특검법이 부결돼야 하는 이유를 담은 편지를 전달하는 등 막판 설득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윤재옥 전 원내대표도 22대 총선에서 낙선 후 공개 활동을 중단한 의원들에게 본회의 참석을 독려하며 ‘총동원령’에 힘을 보탠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의 진정성 담긴 호소가 낙선자들에게 민주당의 입법 독주를 막아야 한다는 공감대를 이끌어 낸 것으로 분석된다. 

더불어 정치적 회유책도 표 단속에 유효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낙선자들이 2년 뒤 열리는 지방선거를 통해 정치활동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아 단일대오를 이탈하기 부담 됐을 것으로 관측된다. 아울러 현재 낙선자 수보다 공공기관장 공석이 더 많은 점도 단일대오 이탈을 억제할 회유책이 됐을 것으로 읽힌다. 

다만 정치권에서는 여당이 표 단속에 성공했음에도 ‘선방’ 그 이상의 의미는 없을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야권이 이틀 뒤 개원하는 22대 국회에서 특검법 재추진을 예고해 여야 힘겨루기가 지속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치평론가인 김철현 경일대 특임교수는 미디어펜과 통화에서 특검법 부결에 대해 “여당이 완벽하게 표 단속에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면서 “전·현직 원내대표의 간절한 호소, 21대 국회에서 민주당의 특검과 입법 폭주에 대한 반감 등이 성공적인 표 단속을 이끌어 낸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박창환 정치평론가는 미디어펜과 통화에서 특검법 부결이 가지는 정치적 의미에 대해 “(특검법이) 부결됐다고 해서 상황은 바뀌지는 않는다”라며 “22대 국회에서 재표결이 이뤄질 것으로 여겨졌던 사안인 만큼 21대 국회의원들이 22대 국회에 숙제를 떠넘긴 것으로 봐야 한다. 그 이상 큰 의미를 두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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