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 11개 상임위원장을 단독 선출한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주 국회 원 구성을 반드시 마무리하겠다며 국민의힘과 우원식 국회의장을 압박하고 나섰다. 이와 함께 현안·입법 청문회에서 증인출석 요구·행정조사권을 총동원해 정부를 한층 더 몰아붙이고 있다. 쟁점 현안을 주도하려는 '입법 속도전'으로 읽힌다.
민주당은 이뿐 아니라 검찰과 여론전도 펼치고 있다. 쌍방울그룹 대북송금 의혹에 따른 이화영 전 경기도 부지사의 1심 판결에 이어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기소가 속전속결로 이뤄지면서, 민주당과 검찰 간 기 싸움이 여론전으로 불붙고 있다.
이재명 대표는 14일 자신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 출석 전 기자들을 만나 언론을 향해 "검찰이라고 하는 국가권력기관이 사건을 조작하고 엉터리 정보 제공을 하면 열심히 받아쓰고 조작하지만 그에 반하는 객관적인 사실이 나오더라도 전혀 관심을 안 갖는다"며 "진실을 보도하기는커녕 마치 '검찰의 애완견'처럼 주는 정보를 받아서 열심히 왜곡 조작하고 있지 않냐"고 질타했을 정도다.
'채상병특검법' 등 2 특별검사법 및 4 국정조사 체제를 밀어붙이면서 민생보다 쟁점 입법에 집중하고 있는 민주당은 연일 강공 태세를 보이면서 어떤 '노림수'일지 주목된다.
이번 주 민주당은 오는 17일 본회의를 열어 정무위원회 등 나머지 7개 상임위원장에 자당 의원을 선출해 원 구성을 완료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민주당이 여당 몫으로 배정했던 상인위 모두 가져갈 태세다.
|
|
|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사진 오른쪽)와 정청래 최고위원(왼쪽)이 2024년 6월 12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우 국회의장은 본회의 소집을 이번 주로 미뤘고 여야가 협상의 접점을 찾기 전까지 본회의 날짜를 확정하는 것은 이르다는 입장이지만, 민주당은 그동안 '국회법에 따라 일하는 국회를 만들겠다'는 명분을 쌓아왔다.
국민의힘은 이에 맞서 원 구성을 '전면 백지화'하고 원내대표 간 '공개 토론'을 제안했지만, 민주당이 받지 않으면 그만이다.
또한 국민의힘은 지난 주부터 15개 당내 특위를 구성해 가동시키는 등 민주당의 상임위 장악에 맞서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아무런 효력이 없어 민주당이 주도하는 원 구성과 입법에는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않을 전망이다.
민주당 강유정 원내대변인은 16일 브리핑을 통해 여당 특위 가동에 대해 "입법권도 없는 '동아리'를 만들어 두고는 오히려 야당 의원 업무보고는 거부하라고 한다"며 직격탄을 날렸다.
당장 민주당은 오는 21일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채상병특검법' 입법청문회를 개최한다. 청문회에는 이시원 전 대통령비서실 공직기강비서관과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을 비롯해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 박성재 현 법무부 장관 등 총 12명의 증인과 3명의 참고인을 부른다.
민주당이 주도하는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또한 오는 21일 방통위 설치법 등 '방송3법' 입법청문회를 갖고 방통위원장, 사무처장, 방송정책국장 3명을 증인으로 부를 방침이다. 앞서 14일 열린 과방위 전체회의에서는 방송법 개정안과 방통위 설치법 등 16개 법안을 일괄 상정하기도 했다.
이러한 민주당 강공의 진짜 '노림수'는 정국 주도권을 쥐고 흔드는 것과 함께, 윤석열 정부 국정 운영에 대한 '탄핵 시도'로 읽힌다. 더 나아가 사법리스크에 휩싸인 이 대표에 대한 방탄으로까지 해석된다.
법사위 김용민 민주당 의원은 지난 주 법무부-군사법원의 첫 업무 보고를 받으면서 업무 보고자인 박성재 법무부 장관과 신원식 국방부 장관이 불참하자, 이에 대해 "이것은 헌법을 중대하게 위반한 것"이라며 "경고로 넘어갈 게 아니라 법적 조치, 그리고 경우에 따라 해임 건의나 탄핵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청래 법사위원장 또한 지난 14일 전체회의에서 "위원장으로서 (국무위원이) 불출석하거나 불출석할 것으로 예상될 때는 모두 증인으로 의결해서 증언감정법에 따라 처벌하는 절차를 밟겠다"며 "필요한 경우 동행명령장을 발부하여 강제구인하겠다"고 밝혔다.
여야가 대외적 명분 쌓기에 주력하면서 국회 상임위는 '반쪽 파행'이 굳어지고 있다. 현재로선, 늦어도 20일 민주당 단독으로 본회의를 열고 나머지 상임위원장 자리까지 싹쓸이하면서 국회를 독식할 가능성이 높다. 양측의 입장 차가 좁혀지지 않아, 한쪽의 일방적인 파행으로 치달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