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연지 기자]현대자동차그룹 전반에 파업 전운이 감돌고 있다. 현대차 노조가 올해 임금 및 단체협상(임단협) 교섭 결렬을 선언하고 파업 준비 수순에 들어갔다. 기아 임단협 역시 정년 연장, EV9 미국 생산 등 굵직한 이슈를 다뤄야 하는 만큼 노조가 강경한 자세로 나올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노조는 오는 24일 전체 조합원을 대상으로 파업 찬반투표를 진행한다. 같은 날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의 조정 중지 결정 여부도 나올 예정이다.
앞서 사측은 지난 13일 열린 임단협 8차 교섭에서 기본급 10만1000원 인상, 경영성과금 350%+1450만 원, 글로벌 누적 판매 1억 대 달성 기념 품질향상격려금 100%, 주식 20주 지급 등을 제시했다.
노조는 회사 측이 전달한 제시안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며 거부하고, 교섭 결렬을 선언했다. 이어 노조는 지난 20일 울산 북구 현대차 문화회관에서 임시 대의원대회를 열고 만장일치로 쟁의 발생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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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차그룹 양재 사옥./사진=현대차그룹 제공 |
24일 진행되는 투표에서 전체 조합원 중 과반이 파업에 찬성하고, 중노위가 조정 중지 결정을 내리면 노조는 합법적인 파업권을 확보하게 된다. 파업권을 확보하면 노조는 즉각 파업 현태나 일정 등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노조는 올해 임금협상에서 기본급 15만9000원 인상(호봉승급분 제외), 전년도 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상여금 900% 인상, 금요일 4시간 근무제 도입, 연령별 국민연금 수급시기와 연계한 정년 연장 등을 요구하고 있다.
기아 노사는 내달 2일 상견례를 앞두고 있다. 성과급, 정년 연장, EV9 미국 생산 등 굵직한 이슈를 다뤄야 하는 만큼 협상이 난항을 겪을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현대차 노조가 강경투쟁을 예고한 것처럼 기아 노조 역시 강경한 자세로 교섭에 임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아 노조는 올해 기본급 15만9800원 인상(호봉승급분 제외), 전년도 영업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지난해 영업이익의 2.4% 특별성과급 지급, 정년연장(60→64세) 등을 요구하고 있다.
아울러 경조금 인상도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 자녀 출산 시 경조금을 100만 원에서 500만 원 올린 데 이어 올해는 첫째 500만 원, 둘째 1000만 원, 셋째 2000만 원으로 늘릴 것을 요구하고 있다. 또 직원 환갑 시 축하금 100만 원, 부모 환갑 및 자녀 결혼 40만 원, 부모 및 자녀 사망 50만 원의 경조금을 요구했다.
다만 업계 내에서는 노조의 요구가 과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현대차 노조는 당기순이익의 30%, 기아 노조는 영업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지급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는데 이는 천문학적 수치다. 지난해 현대차의 영업이익은 6억6700억 수준이었고, 당기순이익은 7조3000억 원이 넘었다. 현대차 노조는 영업이익도 아닌 영업외 이익까지 성과급으로 달라고 요구하고 있는 셈이다. 무려 2조 원이 넘는 금액이다. 기아 역시 영업이익이 6조3000억 원이 넘어 거의 2조 원에 가까운 금액을 성과급으로 요구하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 모두 전동화 작업 등 미래모빌리티 기업으로 전환을 앞두고 막대한 투자를 해야 하는 만큼, 노조의 요구를 들어줄 경우 미래 투자에 불확실성이 커진다. 중국과 유럽, 미국 등 글로벌 경쟁사들에 뒤쳐지지 않고, 시장 선점을 위한 대규모 투자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노조가 찬물을 끼얹고 있는 것이다. 현대차의 직원 평균 급여는 1억1700만 원이다.
현대차 노사는 지난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 연속 파업 없이 단체교섭을 마무리했고, 기아 노사는 지난 3년 연속으로 임단협을 무분규 타결을 이어왔다. 올해는 성과급 지급, 정년 연장 등 굵직한 쟁점에 대한 노사 양측의 간극이 커 타결점을 찾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노조가 파업을 현실화하면 현대차·기아의 실적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노조가 강경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고, 노사 간의 이견이 크기 때문에 파업이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현대차그룹이 역대급 실적을 기록하고 있는데 파업이 현실화하면 미래 투자나 실적에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미디어펜=김연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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